황준국 유엔대사 "안보리서 北핵 지금과 다른 역학 갖도록 노력할 것"
"회원국들 대북 제재 충실 이행 노력…북한 인권 개선 방안 검토"
(뉴욕=뉴스1) 김현 특파원 =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13일(현지시간) 한국이 내년 1월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는 것과 관련, "북한이 과거와 달리 한국을 대상으로 전술핵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 미국, 일본과의 공조하에 심사숙고하고 안보리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지금과는 다른 다이내믹스(역학 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대표부에서 워싱턴특파원 대상 간담회에서 최근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유야 어떻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생산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맞물려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모든 탄도미사일 발사와 북러간 군사협력 추진은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며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와 전술핵 사용 공식화 및 핵 선제 공격 시사 등을 거론 "우리 안보의 관점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모든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이 매우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2발, 군사 정찰위성 3기를 포함해 총 100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언급, "이는 북한의 지난 20~30년간 탄도미사일 도발 역사에 비춰봤을 때 매우 이례적인 빈도와 강도"라며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상당히 고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황 대사는 특히 지난 30년간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 및 성공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 결의를 채택해 왔지만, 지난 2년간 안보리에서 아무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안보리가 무기력한 가장 큰 이유로 "지난 수년간 심화된 미중간 세계적 경쟁 구도 하에서 중북 관계의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북간 밀착 움직임" 등을 꼽았다.
그는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발언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과 북한 핵·미사일 개발의 책임을 미국 탓으로 계속 돌리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진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제재 이행 의무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또 안보리의 14개 제재 체제 중 "북한에 대한 제재 만큼 촘촘하고 광범위하며 포괄적인 제재는 없다"면서 "그러나 다수 유엔 회원국들이 상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이고, 회원국들이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대북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더욱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 "특정국가의 인권문제가 안보리 공식의제로 된 것은 북한 밖에 없다"며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새로 결집하고, 조금이라도 개선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주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예정이라며 한국이 총회 결의 문안 협의에 적극 참여해 △강제송환금지 원칙 문안 강화 △북한 핵무기 개발과 인권침해간 연계성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도입 등 북한의 내부통제 강화 현실 △억류자 및 국군포로 문제 관련 문안 삽입 등 정부의 입장을 반영시켰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의 근거가 되는 조약으로 기존 '난민협약' 뿐만 아니라 난민 지위와 관계없이 고문을 당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고문방지협약'을 추가로 문안에 넣었다고 소개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에 대한 총회 결의가 5개 정도 있는데 그 중에 (투표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되는 것은 북한 결의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이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2014년 북한인권 보고서를 발표한지 10년이 되는 해라며 "지난 10년간 정체상태였던 북한 인권 논의의 돌파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무력충돌과 관련해 유엔총회에서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가 지난 12일 통과가 된 반면 미국 등이 하마스를 규탄하는 내용을 담아 제출한 수정안은 부결된 것을 거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엔 및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이 2년 가까이 지속됐다면 이번 가자 사태와 관련해선 미국의 외교적 입지가 어려워지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안보리 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안보리를 확대 개편하되 상임이사국 대신 선출직인 비상임이사국만 늘려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그간 유엔 내에선 아프리카의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돼 왔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아시아의 과소대표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 우리가 이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앞으로도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해서 유엔의 협상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안보리 개혁은 유엔총회에서 회원국 3분의2의 찬성은 물론 회원국 3분의2의 각국 의회 비준이 있어야 하는 데다 5개 상임이사국의 비준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등 높은 문턱이 있는 만큼 실제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새해부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는 만큼 주유엔대표부는 365일, 24시간 상시 근무체제로 전환된다.
황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발언과 투표 뿐만 아니라 안보리 이사국들간 결의안 문안 협상 등 물밑 협의에 직접 참여하면서 업무량이 지금의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대표부는 안보리 이사국 활동이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외교무대임을 명심하고 있다"며 "강대국간 세계적 갈등 구조와 복합위기 속에서 국제평화와 안전 유지라는 안보리의 목적에 폭넓게 기여해 나가는 동시에 우리의 외교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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