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상하분리가 안전문제 초래…코레일 조직혁신 먼저"
코레일 조직혁신 및 안전 강화 '선결과제'
국토부 "철도산업법 개정안 상정 노력"
'철도 상하 분리'로 인한 시설관리 파편화가 철도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자문 용역(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이로써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 필요성에 힘이 실렸다.
다만 코레일의 관제·유지보수 이관은 그에 앞서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코레일은 관제·유지보수를 총괄하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혁신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14일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용역 발주한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컨설팅 결과를 밝혔다. 이번 컨설팅은 20년째 '미완'인 철도 상하분리와 관련해 객관적 시각에서 진단받기 위해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다.
'상하 분리'란 지난 2004년 국가철도공단이 출범하면서 코레일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 운영(상)을, 국가철도공단은 철로의 건설(하)을 맡게 된 것을 부른다.
기능이 나눠져 있지만 역할은 코레일에 집중돼 있다.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만 할 수 있어 국가철도공단이 철로를 건설했어도 철로의 유지보수는 코레일이 해야 한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이하 철산법) 38조에 '철도시설 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는 코레일의 독점적인 유지 보수 보장 단서 조항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수서고속철도(SRT) 개통에 따른 SR이라는 새로운 철도 운영자가 등장하고 지난해 연이어 고속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하면서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의 분리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철산법에서 해당 단서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철도노조 등의 반발에 부딪혀 1년간 국회에서 계류됐다.
국토부, 코레일, 철도공단이 공동 발주한 국제 컨설팅 결과에서도 시설 관리의 파편화가 철도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됐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은 컨설팅을 통해 철도 시설관리의 파편화로 인한 업무의 일관성 부족, 시스템 적기 개선 지연, 사고 시 책임 공방에 치중해 즉각적 원인해결이 곤란하다고 봤다.
또 시설관리와 밀접히 연관된 관제도 약 46%(200개 역)가 역무와 혼합된 채 개별적으로 수행되는 등 일관성과 적시성이 미흡해 잦은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관제·유지보수의 이관을 위해선 철저한 준비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먼저 코레일의 조직혁신 및 안전관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레일 내 관제‧유지보수를 총괄하는 '안전부사장'을 신설해 유지보수의 정보화 및 첨단화를 통해 유지보수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역별 관제를 운영(역무 등)과 분리·중앙 관제에 집중시켜 관제의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객열차 충돌·탈선', '철도종사자 사상', '장시간 운행지연' 모두 직전 3년 평균의 1.3배 이하로 유지하는 등의 안전지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안전지표 초과 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국토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철산법에서 코레일의 독점조항을 보장하는 대신 코레일이 운영하는 구간은 코레일이, 그 외의 구간은 해당 운영사 등이 유지보수를 수행토록 하되, 코레일이 긴장감을 갖고 안전지표를 준수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안했다.
또 철산법 개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에 조속히 상정되도록 철도노조, 국회 등을 지속 설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SR 수서고속선, 진접선, GTX-A 등 코레일이 운영하지 않는데도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국가철도 구간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철산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5일 열린 국회 마지막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철산법 일부개정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국민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철산법 개정은 시급한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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