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김건희 리스크' 경고 "보수 전체가 낭패 겪을 것"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 "언제 또 김건희 영상 튀어나올까 걱정"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 "관저 떠나 자택으로 거처 옮겨 근신하라"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는 즐기면 안 된다"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며 '김건희 리스크'에 보수진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를 매섭게 비판하는 칼럼이 보수신문에 연일 실리고 있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4일 자 칼럼 <어쩌면 명품 핸드백은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에서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 대응을 비판했다.
중앙 논설위원 “무슨 자격이길래, 도통 이해할 수 없어”
안 위원은 “임기 초 김건희 여사 주변의 비선 논란이나 수천만 원대 액세서리 착용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궤변 또는 무대응으로 일관하더니, 급기야 자칫 뇌물로 비칠 수 있는 수백만 원대의 화장품·핸드백 수수나 불필요한 인사·정무 개입 의혹 제기에도 여전히 모르쇠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은 “잘못한 일에는 겸허히 사과하고 과장이나 왜곡엔 깔끔하게 해명해두지 않으면 결국 이게 발목을 잡아 윤석열 대통령, 아니 보수 진영 전체가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27일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와 장인수 전 MBC 기자가 공개한 몰카 영상엔 김건희 여사가 300만 원 상당의 명품 파우치를 거절하지 않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영상은 통일 운동을 해온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위치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촬영했다.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브랜드 '디올'의 파우치는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가 구매해 최 목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가 함정을 파고 몰카를 기획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안 위원은 “대선 기간 녹취록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당하는 일이다 보니 이런 영상과 녹음이 언제 어디서 또 튀어나올까 걱정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안 위원은 특히 김 여사가 최 목사에게 “적극적으로 남북 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이라며 “우리 목사님도 한번 크게 저랑 같이 일하자”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안 위원은 “대통령 부인이 대체 무슨 법적 권한과 자격이 있길래 본인이 직접 남북문제에 나서겠다는 얘기를 거침없이 하고, 검증되지 않은 특정 인사에게 같이 일하자는 제안까지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은 “이런데도 대통령실이 아무 해명을 내놓지 않는 건 진위 확인조차 못할 정도로 여사님이 무섭거나 아니면 국민이 우습거나, 혹은 둘 다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무슨 까닭이든 국민 눈높이에선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실을 더는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은 김 여사에 대해 “(제2부속실 설치 및 특별감찰관 임명 등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대신 세간의 관심이 잦아들면 국가의 주요한 정책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한 뒤 “그간 대통령실 참모진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서슬 퍼런 대통령 부부 눈 밖에 날까 두려워 손을 놓고 있던 거라면 녹을 먹는 공직자의 자세가 아닐뿐더러, 언젠가 돌아올 후폭풍에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지금이라도 명심했으면 한다”고 고언했다.
동아 대기자 “국민에 사과하라” 조선 주필 “자리 무게 느끼나”
앞서 이기홍 동아일보 대기자도 8일 자 칼럼 <이 나라 보수는 '김건희 리스크'를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다>에서 “김 여사가 백을 받았든 안 받았든 몰카 공작의 저열함과 비도덕성은 줄어들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함정 몰카라해서 김 여사 행동의 비도덕성이 감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기자는 “김 여사는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며 “물론 아무리 대통령이라 해도 부부는 사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배우자는 공인이다. 더구나 '김건희 리스크'는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도 7일 자 칼럼 <대통령 부인이 가진 것과 없는 것>에서 “더구나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는 즐길 수도 없지만 즐겨서도 안 되는 자리다. 세상의 짐을 혼자 진 듯한 대통령 옆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안식처가 돼줘야 하는 사람이 부인”이라며 “김 여사가 몰래카메라에 넘어간 과정을 보면 대통령 부인이라는 짐의 무게를 어느 정도로 느끼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걱정이 많은 사람은 말과 행동, 판단, 결정, 심지어 옷차림새까지 조심한다.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14일 치 사설에서 “정치인은 대통령의 '졸병'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심각한 대통령 부인의 문제를 직언할 수 없지만 정치인은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지 못하면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김 여사의 지나친 국빈 방문을 비판했다.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는 14일 자 칼럼에서 “김 여사가 올해에만 12차례 15개국을 남편 따라 외국에 나간 건 너무 지나치다”며 “대통령 부인이 자랑하고픈 멋진 해외 활동 사진과 기사는 거꾸로 여론을 악화시키며 제 가슴을 파고드는 비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리스크'를 줄이지 않으면 여당이 참패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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