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 포항 떠나 서울 감독 정식 부임... "이해 못 할 분 있겠지만, 어려운 선택했다" 손편지로 담은 진심 [오피셜]

박재호 기자 2023. 12. 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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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FC서울 감독으로 부임한 김기동 감독. /사진=FC서울 제공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 최고 지략가로 평가받는 김기동(52) 감독이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FC서울 감독으로 정식 부임했다.

서울은 14일 "구단 제15대 사령탑으로 김기동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2년 연속 K리그1 우승컵을 들어 올린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다음가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동 감독은 서울 구단을 통해 "서울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하다. 잘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서울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부임 소감을 전했다.

김기동 감독은 1991년 포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 부천 유공, 부천 SK에서 뛰며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이후 2003년 다시 포항으로 옮겨 은퇴 전까지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레전드 반열에 올랐다. 이는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에 빛나는 대기록이다.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013년 대한민국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기동 감독은 2016년 포항 수석코치를 지낸 뒤 2019년 감독에 올랐다. 2019, 2020시즌 2년 연속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20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동 감독은 202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을 이뤘다. 올 시즌에는 리그 2위와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김기동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전술을 기반으로 상대 공략이 뛰어난 통찰력 강한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 빠른 판단력과 대처 능력이 우수하다.

서울은 "김기동 감독의 뛰어난 전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가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부합했다.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지난 4월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6라운드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서 코로나19 이후 한국프로 스포츠 사상 최다 관중인 4만 5007명이 입장했다./사진=뉴스1
FC서울 선수들. /사진=뉴스1
지난 11월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37라운드 FC서울과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전광판에 3만6007명의 관중 입장과 함께 K리그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첫 한 시즌 홈 관중 40만명을 돌파했다는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1
서울은 김기동 감독과 상위권 도약을 꿈꾼다. 2019년 3위에 올랐던 서울은 이후 계속 하위권에 머물며 자존심을 구겼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파이널B에 머물렀다. 2020년 9위, 2021년 7위, 2022년 9위, 올 시즌 7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초반 서울은 한때 2위까지 오르며 선전했지만 순위가 점점 미끄러지며 안익수 감독이 자진 사퇴하는 위기를 겪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진규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었고 좋은 흐름을 타기도 했지만 결국 파이널B로 떨어졌다.

올 시즌 목표가 파이널A 진입이라고 밝혔던 베테랑 기성용은 "팬들에게 실망스러운 성적을 매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아쉬운 성적 속에서도 서울은 K리그 대표 인기구단의 위용을 자랑했다. 2018년 유료관중 집계 이후 K리그 최초로 40만 관중을 돌파하며 한국 프로스포츠 한 시즌 최다 평균 관중 기록을 수립했다. 올해 홈경기를 19차례 치르면서 누적 관중 43만 29명을 기록했다. 평균 관중이 2만 2633명에 이른다. 하지만 수년 째 이어오는 성적 부진에 팬들의 아쉬움은 클 수 밖에 없었고 서울은 명장 김기동 감독을 사령탑에 앉혔다.

김기동 감독 체제 하에 서울은 수비진 보강 등 전력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계약(FA) 선수를 여럿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도 이날 포항 공식 채널을 통해 직접 쓴 손편지로 포항과 이별을 전했다. 그는 "오늘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991년 선수로서 포항에 입단해 3년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잠시 자의가 아닌 이적이 있었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포항에서 살면서 포항이라는 도시를 사랑했고 또한 포항 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프로 선수로서의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의 시작에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2019년 첫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다. 하지만 팬 여러분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 저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팀 창단 50주년이자 감독 5년 차인 올해 FA컵 우승과 리그 2위, ACL 16강 확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첫 경기 끝나고 팬 여러분들 앞에서 제가 한 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것은 선수만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단, 팬, 3연 일체가 됐을 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지지가 컸다. 앞으로도 스틸러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더 큰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을 떠나는 미안함을 거듭 전했다. 김기동 감독은 "올 한해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렇게 인사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서울로 이적하려 한다. 시즌을 마치고 여러 구단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주변의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해 FC서울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됐다. 팬 여러분 중에 이해 못 하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내게는 또 다른 도전과 과제들이 될 것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 가슴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프다.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끝으로 김기동 감독은 "앞으로의 제 선택에 지금까지 그래주셨듯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저도 스틸러스팬 여러분들한테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겠다"고 전했다.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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