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친구들 못버리면 위기탈출 힘들 것…신뢰회복 마지막 기회 [심윤희 칼럼]

심윤희 기자(allegory@mk.co.kr) 2023. 12. 1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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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점입가경' '악화일로'. 요즘 카카오 관련 뉴스에 어김없이 붙는 수식어들이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카카오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10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출시 이후 단기간에 공룡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경영은 '아는 사람'만 쓰는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카카오 카르텔'의 저항을 뚫지 못하면 쇄신은 또다시 좌절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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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부른 핵심 원인은
‘김범수와 친구들’ 인맥경영
국민 신뢰 회복하려면
외부인사 영입 속도내야

‘사면초가’ ‘점입가경’ ‘악화일로’…. 요즘 카카오 관련 뉴스에 어김없이 붙는 수식어들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조작 혐의에 이어 쇄신을 위해 영입한 인물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내 비리 의혹을 폭로하면서 진흙탕 싸움까지 벌어졌으니 그럴 만하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SM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됐고, 수사의 칼날은 창업주로 향하고 있다. 그야말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이 11일 경기 판교 카카오 사옥에서 임직원들과 2년 10개월만에 만나 최근 회사를 둘러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소회를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사진 제공 = 카카오]
내우외환이 깊어지자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김범수 창업자가 등판했다. 지난달 경영쇄신위원장을 맡았고, 지난 11일에는 임직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년10개월 만이다. 그는 “카카오라는 회사의 이름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사과했다. “카카오가 불과 몇 년 사이에 ‘탐욕스럽게 돈만 벌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하지만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 때 그가 했던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카카오가 쉽게 바뀔 것이라고 관측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내부 통제 시스템 부재로 인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비롯한 임원들의 900억원대 ‘스톡옵션 먹튀’가 시작이었다. 이어 2022년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가 터졌고 최근에는 재무담당자의 법인카드 남용 사건까지 벌어졌다. 쇄신 책임자로 투입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폭로한 내용은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다. 그는 카카오 임직원들의 잦은 골프,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아레나 시공업체 선정 과정의 불투명성 등 치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폭로에 내부 반박이 빗발쳤지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위기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김 창업자의 측근 인물이 요직을 맡는 ‘브러더(brother) 경영’이다. 김 창업자는 대학 동기, 삼성SDS 출신 등 호형호제하는 지인들에게 중책을 맡겼는데 이들에게서 사달이 났다. 스톡옵션 먹튀 논란을 빚은 류영준 대표와 주가 하락 중 스톡옵션을 행사해 94억원을 챙긴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는 삼성SDS에서 김 창업자와 친분을 쌓은 사이다.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대학 동기다. 도처에 ‘김범수의 남자’ ‘김범수의 복심’ ‘김범수 키즈’들이 포진해 있었던 셈이다. 2010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출시 이후 단기간에 공룡기업으로 성장했지만 경영은 ‘아는 사람’만 쓰는 스타트업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김범수 인맥’은 공고한 기득권인 ‘카카오 카르텔’로 진화했으니 결국 김 창업자가 자초한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인 ‘자율경영’도 독이 됐다. 자율경영이 동기부여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컨트롤타워 없는 자율은 ‘방만경영’을 불러왔고, 문어발식 확장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카카오는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재계 서열 15위, 계열사 143개, 시가총액 20조원이 넘는 대기업이다. 그릇에 맞지 않는 경영 탓에 한때 17만원이 넘던 카카오 주가는 5만원대로 떨어졌다. 주주들의 원성도 만만찮다.

김 창업자는 경영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발을 빼왔지만 카카오의 몰락을 막으려면 결자해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브러더 경영’부터 깨야 한다. 13일 40대 여성인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신임 대표로 내정한 것은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카카오 카르텔’의 저항을 뚫지 못하면 쇄신은 또다시 좌절될 수밖에 없다. 외부 인사 영입을 늘려 조직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환부를 도려낼 마지막 기회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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