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의 K-산타’ 이중근… 기부외교로 국격 높이다

김성훈 기자 2023. 12.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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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과거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출장 중에 위험천만한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버스 기부가 대한민국과 라오스의 우호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두 나라(라오스·캄보디아)의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와 '뚝뚝이'가 공중교통기구인 버스로 전환된다면 국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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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오스에 버스 600대 기증
李회장 “아이태운 오토바이 등
위험천만한 장면보고 기부결심”
명예시민권·대통령훈장 받아
국가간 우호·韓기업 진출 도움
올 2월엔 캄보디아에 1200대
이중근(왼쪽) 부영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총리실에서 버스 기증을 약속하고, 손싸이 시판돈 총리로부터 라오스 명예시민권을 받고 있다. 부영그룹 제공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과거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출장 중에 위험천만한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고 한다.

“혹서의 날씨에도 보호조치 하나 없이 오토바이로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는 어머니의 모습을 봤어요. 뒤에서 엄마 허리를 잡은 채 졸고 있는 아이가 혹여나 손을 놓치게 되면 생명을 잃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거나 다치지 않고 탈 수 있는 안전한 대중교통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 회장의 국경을 뛰어넘는 애틋한 마음이 다시 한 번 통 큰 기부로 이어졌다. 라오스의 주요 도시 대중교통 개선을 위해 한꺼번에 버스 600대를 기부했다. 지난 2월 캄보디아에 버스 1200대를 기부한 데 이어 동남아 국가에 총 1800대의 버스를 기증한 것이다.

지난 2월 28일 캄보디아 프놈펜시 가든 시티 버스차고지에 부영그룹이 기부한 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부영그룹 제공

14일 부영에 따르면 ‘국경 없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 회장은 동남아에서 ‘한류(韓流) 산타클로스’로 불린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해외 기부가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이는, 공공 외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기부를 받은 국가와의 우호 관계가 강화되고, 이를 통해 다른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도 한층 유리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다는 의미다.

부영은 13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총리실 앞 광장에서 이 회장과 손싸이 시판돈 총리, 키캐우 카이캄피툰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버스 600대 기증식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버스 기부가 대한민국과 라오스의 우호와 협력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두 나라(라오스·캄보디아)의 주 교통수단인 오토바이와 ‘뚝뚝이’가 공중교통기구인 버스로 전환된다면 국력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싸이 총리는 “부영그룹의 버스 기증으로 대중교통이 활성화돼 라오스의 교통 체증이 해결되고 라오스 국민의 안전과 편익이 증진될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 이 회장은 라오스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라오스에서 외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수여하는 명예 시민권과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등급 훈장인 ‘1등 개발훈장 대통령 훈장’을 손싸이 총리로부터 동시에 받았다.

부영이 양국에 기증한 버스에는 원앙마크와 함께 한국어로 ‘사랑으로’가 적혀 있어 현지에 한글을 알리는 역할도 하게 된다. 캄보디아에 기부한 버스 1200대 중 700대는 현재 운행 중이며, 500대는 내년 4월까지 전달될 계획이다. 라오스에도 600대 중 300대가 이미 도착해 있고 나머지는 내년 4월까지 전달된다.

부영은 이번 기부 이전에도 라오스에 디지털 피아노 2000여 대, 교육용 칠판 3만여 개를 기증했다. 초등학교 300곳 건립기금 약 780만 달러도 지원한 바 있다. 라오스 태권도센터 건립 발전기금으로 약 40만 달러를 기부했고, 컨테이너 83대 분량의 의류와 신발 등도 전달했다. 캄보디아에는 디지털 피아노 3000여 대와 칠판 4만여 개, 초등학교 300곳 건립 기금 약 890만 달러, 태권도 발전기금 약 55만 달러를 비롯해 컨테이너 3대 분량의 의류 및 신발, 의료기금 등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캄보디아의 국가 발전과 한·캄보디아 간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4월 프놈펜에서 훈 센 당시 총리로부터 왕국 최고 훈장인 ‘국가 유공 훈장’을 받았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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