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동맹, 후속 조치가 중요하다[포럼]

2023. 12.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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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은 1961년 수교 이래 우리 정상의 첫 국빈방문이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장비의 총수입액 중 27%를 차지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한-네덜란드 반도체동맹'으로 규정했다.

경제안보 대화를 통한 네덜란드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우리 정부의 가치 기반 글로벌 중추국 비전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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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방문은 1961년 수교 이래 우리 정상의 첫 국빈방문이다. 전략적 동반자관계 격상 1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외교·산업 장관이 참여하는 2+2 장관급 대화체를 신설키로 했다. 또, 경제안보 대화 채널을 신설해 공급망 모니터링 협력 및 정보 교환 네트워크 구축, 정책 연구기관 간 교류 확대를 하기로 했다.

‘한-네덜란드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한 다수의 양해각서(MOU) 체결, 투자의향서(로테르담 콜드체인 물류센터), 원전사업 타당성조사 연구용역 등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양국은 향후 인공지능(AI), 양자역학, 사이버 보안, 스마트 농업, 뇌 연구 등 첨단 미래 전략 분야에 대한 기술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

최대 관심 분야는 반도체동맹과 경제안보 대화다. 네덜란드는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장비의 총수입액 중 27%를 차지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한-네덜란드 반도체동맹’으로 규정했다. 세계 1위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인 ASML을 방문해 첨단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한 아카데미 개설에 협력하기로 했고, 장비 공급망 협력에도 합의했다.

ASML은 세계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 중에서도 최첨단 기업이다. 이 기업만이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할 수 있다. 고사양 EUV 장비는 대당 2000억 원이 넘는다. ASML은 이미 2나노 공정이 가능한 EUV 노광장비까지 개발했다. 지난해 생산설비를 배증했지만, EUV 장비는 까다로운 생산 공정으로 출하 기간이 긴 데다 수요가 폭증해 늘어선 줄이 매우 길다. ASML은 현재 반도체(위탁생산) 제조 기업은 물론, 재진입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슈퍼 을’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ASML은 대(對)한국 투자도 적극적이다. 2025년까지 2400억 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인 ‘뉴 캠퍼스’를 구축한다. 여기에는 EUV 장비 부품 재(再)제조센터와 기술트레이닝센터 등이 운영될 예정이고,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센터 및 제조시설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번에 체결된 양국 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는 향후 ASML의 뉴 캠퍼스 운영과도 연계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안보 및 기술 패권 정책의 핵심 분야는 첨단 반도체다. 미국은 중국과 같은 우려국으로의 첨단 장비 유출을 막고 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사활을 건 설비 경쟁 국면에 진입했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가 3나노 반도체 생산 경쟁에 들어간 상태에서 2나노 EUV 공정 장비를 먼저 확보하는 기업은 앞으로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도 EUV 장비 구매 대열에 뛰어들었다. 따라서 기업의 첨단 EUV 장비 확보를 위해 국가적 지원과 외교 활동은 절실하며, 이런 의미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은 아주 적절했다.

오늘날 반도체는 기술을 넘어 안보·전략 자산으로 통한다. MOU 차원에서 시작한 반도체동맹을 어느 수준으로 견인할지는 경제안보 대화에 달렸다. 경제안보 대화를 통한 네덜란드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첨단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유지와 우리 정부의 가치 기반 글로벌 중추국 비전 실현에 기여할 것이다.

정인교 전략물자관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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