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내년 서울시 지원금 '0원'…존폐기로 속 구조조정 착수
14일 예산안 의결·15일 본회의…TBS는 직원 '희망퇴직' 결정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시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는 서울시의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 산하 미디어재단인 교통방송(TBS)에 대한 시 지원금이 내년 1월 1일부터 결국 완전히 끊길 것으로 보인다.
1990년 문을 연 공영방송 TBS가 33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1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날까지 내년도 서울시와 시교육청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이어 15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TBS 지원 여부는 결국 해법을 찾지 못했다. 심의 마지막 날까지도 내년도 시 예산안에 TBS 지원을 위한 출연금이 전혀 편성되지 않았다.
이대로 예산안이 확정되면 TBS 지원을 위한 내년도 예산은 '0원'이 된다.
TBS 지원금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의회는 TBS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지원 근거인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2024년 1월 1일부로 폐지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정보통신기술 발전과 교통안내 수요의 급격한 변화, 방송 분야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조례를 폐지하고 TBS를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에서 제외해 민간 주도 언론으로서 독립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유로 가결을 주도했다.
당시 김어준 씨가 진행한 TBS 시사 프로그램 '뉴스공장'의 정치 편향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해당 조례가 공포됐다. 시가 TBS를 지원할 근거는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시는 지난달 6일 조례 시행을 6개월 연기해달라고 시의회에 긴급 요청했다.
TBS의 혁신·독립경영을 위해 내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의회 의석의 3분의 2가 넘는 75석을 지닌 국민의힘 기류는 부정적이다.
정례회 기간 전 의안 제출 기한(10월16일)을 이미 넘긴 상태에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시가 급박하게 SOS를 요청했지만, 시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시의회에서는 이미 1년 전에 폐지가 예고된 상황에서 지난 한 해 서울시가 개정 조례안 제출이나 TBS 인수 주체 협상 등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TBS의 폐지조례 시행일을 내년 7월로 미뤄달라고 시의회에 요청하면서도 개정 조례안을 만들어 제출하지는 않았다.
여당 소속으로 시의회를 이끄는 김현기 의장은 원칙론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가 조례 시행을 6개월 연기해주기를 원한다면, 그 내용을 담은 수정 조례를 제출하는 게 맞는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차원에서 시행 연기를 위한 개정 조례안을 발의하는 안에 대해서는 "의회는 이미 (지원 폐지로) 입장을 정했다"며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또 "야당과 노조,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TBS 지원 주민발안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서명을 받겠다고 신청했는데, 6개월 동안 2만5천명을 받지 못해 각하됐다"며 "(TBS 지원에 대한) 동력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TBS는 연간 예산 약 400억원 중 70% 이상을 시 출연금에 의존한다.
지원 폐지 조례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사실상 TBS의 산소마스크를 떼는 셈이다.
시의 지원이 끊기면 TBS는 인건비조차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실제로 TBS는 구성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최근 확정 지었다. 이에 따라 PD를 비롯한 일부 직원은 이달까지 일하고 회사를 떠나게 됐다.
시의회 예결위는 이날 오후 4시께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물리적으로 의결 전에 개정 조례안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병도 예결위원장은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며 "일단 오늘까지 다뤄지는 예산에서는 TBS 지원금이 편성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실낱같은 희망은 있다.
이 위원장은 "아직 조례를 다룰 수 있는 회기는 남아있다. 19일 상임위(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있고 22일 본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TBS를 한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례만 만들어지면 일단 예비비로 지급하고 추경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정 조례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상임위와 본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지난달 민주당 시의원 30명이 TBS 지원 폐지조례 시행일을 2년 6개월 연기하자는 취지의 조례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현재 시의회 구성상 이 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국민의힘에서 안건을 발의하고, 의장이 이를 긴급하다고 인정한 경우 긴급 안건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여당은 부정적이며 김 의장 역시 "현재로서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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