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비하인드]"신수야 난 네가 필요해. 같이 해보자" 마음을 움직인 한마디, 주장직 수락의 숨은 의미

나유리 2023. 12. 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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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화-SSG전. 2회말 2사 2, 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친 추신수.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6/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추신수.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0.17/
2023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엄에서 열렸다. SSG 이숭용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12.11/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사실 40세가 넘는 베테랑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 감독 입장에서 고민스럽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으신 것은 아닌지" 라고 묻자 이숭용 감독은 단칼에 "그런가요?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SSG 랜더스 추신수가 드디어 결심을 했다. SSG 구단은 14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추신수가 2024시즌이 끝난 후 현역 은퇴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예고 은퇴제다. 과거 상당수 레전드급 선수들은 시즌이 끝난 후 거취를 결정하지 못하거나, 구단과 상의 끝에 은퇴 시점을 선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승엽, 이대호, 박용택 등 프로야구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선수들은 마지막 시즌을 미리 예고하고 은퇴 시즌을 치렀다.

추신수도 마찬가지다. 미리 은퇴를 예고했다. 불과 1년 전 동갑내기 친구 이대호의 예고 은퇴를 지켜보며 "나는 미리 은퇴 예고제는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 했던 그였지만, 이제 끝을 준비한다.

은퇴 발표 뒤에는 여러가지 관전 포인트들이 있다.

먼저 추신수는 내년 리그 최저 연봉인 3000만원을 받는다. 한국 복귀 후 첫 두 시즌은 연봉 27억원, 올해는 연봉 17억원을 각각 받았다.

마지막 시즌인 내년에는 사실상 백의종군 하겠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전부 기부를 하기로 했다. 추신수가 연봉 전액 기부 의사를 밝혔고, SSG 구단도 이 의견을 존중하면서 기부에 동참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돈을 받지 않고 마지막 시즌을 뛰는 셈이다.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2루 SSG 한유섬 적시타 때 득점한 김민식이 추신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10.16/

선수단 주장도 맡는다.

그는 랜더스에서 3시즌을 뛰는 동안 한번도 주장을 맡은 적은 없었다. 이재원, 한유섬, 오태곤 등 고참급 후배들이 캡틴을 맡았고, 최고령 선수인 추신수는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숭용 신임 감독의 특별한 부탁이 있었다.

이숭용 감독은 부임 후 최고참인 추신수,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게 된 김강민과 전화 통화를 하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추신수에게 "신수야, 난 네가 필요하다. 우리 같이 해보자. 그리고 난 네가 주장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했다. 추신수는 코리안 메이저리거로 대단한 업적을 세운 선수. 고교 졸업후 진출한 미국에서의 시간이 워낙 길었고, KBO리그는 생소했기 때문에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약간의 거리감도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리더로서 전면에 나서는 것에는 부담을 느꼈다.

이숭용 감독이 이 같은 부탁을 한 데는 최고참 추신수가 선수로서 마지막 해, 리더로 선수단을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는 최고의 커리어를 가진 선수이자 철저한 자기 관리와 확고한 야구관으로 두루 인정을 받는다. 선수로서의 자세가 후배들에게 확실한 귀감이 될 수 있다.

주장을 맡아 선수단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주장직을 부탁했다. 이숭용 감독의 전화를 반갑게 받은 추신수는 "고민을 좀 해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심사숙고했다.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SSG전. 8회말 2사 1, 2루 추신수가 3점 홈런을 친 후 환영받고 있다. 인천=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3.9.27/

그동안 추신수는 가족이 있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구단 관계자들과도 긴밀하게 의논을 했다.

당연히 선수로서 현역 생활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는 올해 SSG의 포스트시즌 마지막 경기 종료를 앞두고 그라운드를 보며 눈물 짓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혼자만의 결정을 먼저 공표하지 않았다. 가족들과의 의논, 그리고 구단과도 상의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선수로 계속 뛰고 싶지만 언젠가 은퇴를 해야할 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1982년생인 그의 동갑내기 친구들은 대부분 다 은퇴를 하고 코치로, 방송인으로, 해설자로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 역시 그 시간이 가까워졌다는 것은 알고 있고,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은퇴를 할지를 고민해왔다.

21일 인천 송도 홀리데이인 호텔에서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 취임식이 열렸다. 유니폼을 입고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 감독, 인천=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3.11.21/

새로 부임한 이숭용 감독은 그동안 추신수와 어떠한 접점도 없었다.

서로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감독과 선수로 이제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게 됐다. 하지만 이숭용 감독은 은퇴를 앞둔 베테랑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본인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현대 유니콘스 출신인 이숭용 감독은 히어로즈에서 현역 은퇴를 했다. 이 감독은 그 과정에서 마음 상하는 일도, 자존심을 구기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이숭용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이 떠밀리듯이 은퇴를 결정하게 되는 과정에서 서로 힘든 일이 많다. 그 마음을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서로 양보를 하면서도 함께 마지막까지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을 조율해나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추신수는 은퇴 결정을 발표하면서 "비시즌 동안 가족과 함께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SSG와 팬분들의 응원, 그리고 무엇보다 후배 선수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만큼 야구와 팀을 사랑하는 마음이 컸다. 구단과 함께 진로를 고민했다. 구단도 신임 감독님도 나를 필요로 했고, 내 의견을 존중해 주셨다. 내년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퓨처스 팀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면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공유하는 등 팀에 공헌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25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SSG와 NC의 준PO 3차전. 1회초 SSG 추신수가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창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0.25/

마지막을 못 박고 시작하는 시즌. 그 만큼 더 적극적으로 팬들 앞에 나서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는 그간 고민의 시간을 가지면서, 친필 사인 실착 유니폼 선물, 특별 사인회, 아마야구 지원 계획 등 평소 본인이 관심을 보였던 다양한 분야를 망라한 팬서비스 계획 구상을 구단에 전달했다. 구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부 계획도 이어진다. 추신수는 KBO리그에 온 이후에만 24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또 시즌이 끝나면 청소, 운전 등을 맡는 스태프들에게 개인적인 선물을 하는 등 베푸는 삶을 실천해왔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마지막 시즌에는 더욱 뜻깊은 행보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신수는 "2001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야구를 해온 23년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시즌인 만큼 그동안 응원해 주신 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홈, 원정 팬 관계없이 뜻 깊은 추억을 선물하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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