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편지에 담긴 진심…"선수 김기동과 감독 김기동의 시작을 함께한 포항, 가슴이 먹먹하고 시립니다"(전문)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14일 FC서울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기동 감독(52)이 '친정' 포항에 진심이 담긴 손편지를 남겼다.
포항 구단은 김 감독의 서울 사령탑 정식 부임 발표가 이뤄진 직후, 공식 채널을 통해 김 감독과 작별을 알리고 김 감독이 직접 쓴 손편지를 공개했다.
"오늘 저는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고 글문을 연 김 감독은 "1991년 선수로서 포항에 입단해서 3년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잠시 자의가 아닌 이적이 있었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포항에서 살면서 포항이라는 도시를 사랑했고 또한 포항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프로 선수로서의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의 시작에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다"고 적었다.
김 감독은 "2019년 첫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다. 하지만 팬 여러분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 저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팀 창단 50주년이자 감독 5년차인 올해 FA컵 우승과 리그 2위, ACL 16강 확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첫 경기 끝나고 팬 여러분들 앞에서 제가 한 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것은 선수만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단, 팬, (선수)3연 일체가 됐을 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지지가 컸다. 앞으로도 스틸러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더 큰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포항을 떠나는 데 대한 미안한 마음이 손편지 곳곳에 담겨있었다. "올 한해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렇게 인사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시즌을 끝으로 서울로 이적하려 한다. 시즌을 마치고 여러 구단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주변의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해서 FC서울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다. 팬 여러분 중에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 내게는 또 다른 도전과 과제들이 될 것이고 어려운 선택이었다.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 (지금도)가슴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프다.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 감독은 끝으로 "앞으로의 제 선택에 지금까지 그래주셨듯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저도 스틸러스팬 여러분들한테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은 14일 오전 10시 보도자료를 내고 김 감독을 제15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구단은 "김기동 감독은 완성도 높은 전술을 기반으로 상대 공략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이 강점인 지도자"라고 소개한 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수준높은 전략을 펼치고, 빠른 판단력으로 팔색조 같은 대처 능력을 선보인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서울은 뛰어난 전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유한 김기동 감독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축구를 추구하는 구단의 철학과 방향성에 부합하고, 무엇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으로의 변화를 이끌 적임자로 판단해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김 신임감독은 "서울에서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감사드리고, 잘 선택했다는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무엇보다 서울의 찬란했던 영광을 다시 재현시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한다. 많은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신임감독은 1991년 포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해 제주의 전신인 유공 코끼리, 부천 유공, 부천 SK에서 K리그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평가받았다. 이후 2003년 다시 포항으로 적을 옮겨 2011년 은퇴할 때까지 K리그 통산 501경기에 출전하며 K리그 역대 필드 플레이어 출전 2위 기록을 보유하는 등 K리그 대표적인 '철인 레전드'로 명성을 떨쳤다.
은퇴 후 2013년 U-23 대표팀 코치로 부임해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일조했다. 2016년 포항 수석코치를 지냈다. K리그 통산 171경기를 지휘해 73승50무48패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은 짧은 휴식 후 본격적인 시즌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다음은 김기동 감독이 포항팬에 남긴 손편지 전문
오늘 저는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991년 선수로서 포항에 입단해서 3년간 선수 생활을 하다가 잠시 자의가 아닌 이적이 있었지만 2003년부터 지금까지 24년간 포항에서 살면서 포항이라는 도시를 사랑했고 또한 포항스틸러스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2019년 첫 감독직을 맡으면서 많은 어려운 과제들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팬 여러분의 지지와 열정적인 응원과 관심 속에 저는 용기와 희망을 얻었고, 팀 창단 50주년이자 감독 5년차인 올해 FA컵 우승과 리그 2위, ACL 16강 확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어려움 속에 좋은 결과를 낸 것이 저와 선수들만 잘해서였을까요? 첫 경기 끝나고 팬 여러분들 앞에서 제가 한 말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우승이라는 것은 선수만 잘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단, 팬 3연 일체가 됐을 때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지분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스틸러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더욱더 큰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올 한해 마무리하는 12월에 이렇게 인사드리는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시즌을 끝으로 FC서울로 이적하려 합니다. 시즌을 마치고 여러 구단에서 오퍼가 있었지만, 주변의 여러 사정을 모두 고려해서 FC서울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팬 여러분 중에 이해 못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이곳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없는 제 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게는 또 다른 도전과 과제들이 될 것이고 어려운 선택이었습니다. 많은 고심 끝에 결정을 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고 쓰리고 아픕니다. 매일매일 마음이 불편합니다.
프로 선수로서의 김기동의 시작과 지도자 김기동의 시작에는 늘 포항 스틸러스가 있었습니다. 더 큰 사람으로 다시 여기서 뵙게 될 날을 꿈꾸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앞으로의 제 선택에 지금까지 그래주셨듯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스틸러스팬 여러분들한테 받았던 사랑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기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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