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작물처럼 캐도캐도 매력이 한도 없구먼 '소년시대'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이거는 뭐여, 뭔디 이렇게 웃기고 재밌고 아련하고, 다 하는겨.'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시대'가 파면팔수록 용솟음치는 재미로 인기몰이 중이다. 총 10화의 에피소드로 선보일 '소년시대'는 현재 6화까지 공개되며 콘텐츠 순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1989년 충청도 부여를 무대로 파란만장한 십대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소년시대'는 배우 임시완이 주연을 맡아 찰떡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인기를 견인 중이다.
온양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18살 병태(임시완)는 쳐다본다고 맞고, 숨 쉰다고 맞고, 기분나쁘다고 맞는 '인간 샌드백'이다. 유일한 꿈이 맞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보는 것일 정도로 맞는데는 이골이 났다. 불법 댄스교습소를 운영하다 적발된 아버지를 따라 부여로 야반도주를 한 병태 가족. 한편 전설의 싸움짱 '아산백호' 경태(이시우)도 때마침 부여농고로 전학을 온다는 소문이 돈다. 병태의 자전거에 치여 경태가 병원에 입원한 사이 부여농고로 전학간 병태는 비슷한 이름 탓에 오해한 학교 일진들에게 '아산 백호'로 떠받들여진다. 머리털 나고 이런 호사와 대우는 처음 누려보는 병태. 후일이 두렵지만, 전설의 싸움꾼으로 누리는 것들은 진실을 잊을 만큼 달콤하다. 여기에 부여의 여신 '선화'(강혜원)과의 꿈같은 데이트까지, 병태는 위태롭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인생 최고의 황금기를 맞는다.
80년대를 배경으로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내세워 웃음을 주는 '소년시대'는 앞선 여러 작품들을 연상케 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만나 우정을 쌓고 적응하며 성장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써니'의 소년 버전처럼 느껴진다. 진한 사투리와 남고생들의 전쟁같은 서열 다툼은 '바람'의 충정도판이라 할 수 있으며 온양을 배경으로 한 류승완 감독의 '짝패' 프롤로그인가 싶을 만큼 충청도 사투리 대사가 백미인 작품이다.
'소년시대'의 매력은 해학과 골계미의 진수를 느끼게 하는 충청 사투리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 급할 것 없고 안달할 일도 없는, 특유의 느긋하고 능청스러운 대사가 학원물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재미를 준다. 온양 대표 찌질이 '븅태'는 어눌하고 느릿한 충청도 말투와 만나 전에 없는 해학적인 캐릭터가 된다. 인생을 체념한 듯, 세상을 초월한 듯 무념무상의 대사 하나하나가 웃음을 유발한다.
말린 북어처럼 여기저기서 매를 맞는 '븅태' 역을 맡은 임시완은 물오른 연기력으로 학교 내 먹이사슬 최하위 인생의 초라함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겁먹은 눈빛과 움츠러든 어깨, 가냘픈 몸은 힘의 논리만이 존재하는 남학교에서 서열 밑단인 소년의 위태로운 하루가 얼마나 고달픈지 느끼게 한다. 겁에 질린 초식동물같던 소년이 하루아침에 먹이사슬 꼭대기에 오르며 변화하는 모습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어느새 쫙 펴진 어깨에 지그재그로 위풍당당해진 걸음걸이, 풀어헤친 교복셔츠로 한껏 솟아오른 자신감을 뿜어낸다. 임시완은 이번 작품에서 그를 배우로 각인시킨 '미생'의 남루함과는 또다른 초라함으로 보는 이의 연민을 자아내며 '병태'를 살아숨쉬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집에서는 정체를 숨긴 채 암약하는 '흑거미' 이선빈의 차진 액션과 캐릭터 소화력도 괄목할 만하다. 진짜 '아산백호' 이시우는 싸늘한 마성의 매력을 과시하고, 부여 최고의 미녀 '선화' 역의 강혜원은 단연 돋보이는 미모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개성있게 구현된 가운데, 신선한 페이스의 주변 인물들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농촌 액션'답게 농고와 공고의 일대 혈투에서는 똥리어카가 등장하는가 하면, 사용하는 무기나 별명도 농기구나 공기계서 따와 웃음을 준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배경과 소품도 친근하다. 그 시절의 교복이나 패션, 버스 안의 풍경, 빵집, 롤러장, 중국집 등이 등장하며 레트로의 재미를 더한다. 적재적소에서 감흥을 더하는 추억의 음악들과 은근한 스릴에 반전까지, 탄탄한 요소들이 소년 '병태'의 파란만장 성장기를 흥미롭게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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