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인 하루에 10명 사망…전쟁 '치명적 단계'로 접어들었다

김민수 기자 2023. 12. 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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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전 돌입으로 이스라엘군 사상자 증가…내외적으로 압박↑
사상자 급증에도 이-하마스 양측 모두 전쟁 중단 의향 없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로 철근이 드러난 가운데 13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건물 잔해를 밟으며 지나가고 있다. 2023.12.1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양측 피해가 커지고 있다. 상황은 이스라엘에 안 좋게 흘러가고 있다. 아군 사망자가 늘어남과 동시에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지상작전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물러설 의향이 없으며, 전쟁이 치명적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13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작전을 수행하던 병사 10명이 하루 동안 전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월27일 이스라엘군이 지상작전을 개시한 이래 단일 전투에서 겪은 최악의 피해다.

이스라엘군의 사상자 집계에 따르면 전날 전사한 병사 10명 중 9명은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인근의 셰자이야에서 하마스의 매복 공격으로 사망했다.

9명 중 7명은 골라니 보병 여단 병사이며, 나머지 2명은 IDF의 정예 특수 전술 구조대 669 소속으로 알려졌다. 전사자 중 2명은 고위 장교였다.

이로써 이스라엘군은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에서 총 115명이 전사했으며 약 600명이 부상했다. 이는 이전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겪은 사상자 수보다 더 많은 수치다.

아울러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매일 평균 28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있다. 가자지구 당국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1만86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이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우리가 지금처럼 광범위한 지역에서 작전을 펼칠수록 무장세력과 더 많이 마주치게 되고, 불행히도 더 많은 부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지도부가 병사들의 생명을 경시한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오래 머무를수록 사망자와 손실액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에서 가자지구로 진입하기 전 기도를 올리며 준비하고 있다. 2023.12.11/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이스라엘군 시가전 돌입…하마스 매복으로 사상자 증가

이스라엘군이 최근 지상작전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이유는 작전의 양상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이스라엘군은 주로 공습에 의존했지만, 이제는 도시로 병력이 진입해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전 고위 정보 관리였던 샬롬 벤 하난은 WSJ에 "멀리서 파괴하는 대신 가까이서 확인하는 집마다 전쟁을 벌이는 것은 민간인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이스라엘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사 정보국의 예비역 대령인 미리 아이신은 미국 CNN에 최근 하루 동안의 전투에서 이스라엘군 10명이 사망한 사건이 뼈아프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사상자를 낸 특정 여단이라는 점과 고위급 장교가 많다는 점이 결합하여 많은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이번 전쟁을 위해 오랜 기간 방대한 땅굴 시스템을 구축하고 함정과 방어 시설을 설치해 왔기 때문에, 시가전에서 이스라엘이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가자지구에서 51일간 지속되어 67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사망한 지상 작전보다 이번 침공이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에서 여러 주요 직책을 맡았던 퇴역 장군인 이스라엘 지브(Israel Ziv)는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셰자이야 지역이 하마스의 주요 거점이자, 부비트랩 등이 설치된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말했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 테러 세력과 싸우고 제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고도의 용기와 결단력이 필요하다"며 "첫 번째 보병 팀이 하마스와 부비트랩을 마주친 후 다른 팀들이 성급히 대응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특히 치명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8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샤자이야 거리에서 군사작전을 펼치고 있다. 2023.12.8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시가전이냐 공습이냐…딜레마 빠진 이스라엘

지브는 이스라엘 국민 대다수가 여전히 가자지구 작전을 지지하고 있지만, 전쟁 수행 방식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치명적인 도시 지역에 군대를 보내 직접 대면하여 싸우는 대신 공군과 같은 원거리 수단을 써야 한다는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라고 했다.

하난은 군사 및 안보계에서 최근 이스라엘군의 표적 작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이대로는 안 되며,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이스라엘군 병사들에게 더 안전한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뿌리뽑기 위해선 최소 2달이 더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브와 아이신은 모두 지상에서 싸우는 것이 공중 폭격에 비해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이스라엘군의 사상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습을 마냥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엄청난 민간인 피해로 인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까운 동맹국들조차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에서 격렬한 공습과 지상전이 벌어지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전쟁은 치명적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가자지구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다친 민간인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36개 병원 중 현재 11개 병원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중 북부에서는 고작 1곳만이 운영 중이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는 깨끗한 물과 의약품 부족, 인구 과밀로 인해 급성 호흡기 감염과 수두 등의 질병이 급속히 확산하는 등 인도적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아이신은 이스라엘 내부의 여론과 외부의 시각 사이에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하마스의 군사적 역량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이스라엘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세계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가 이것을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다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남쪽 칸유니스에 있는 나세르 병원으로 들것에 실려 들어가고 있다. 2023.12.04 ⓒ AFP=뉴스1 ⓒ News1 최종일 기자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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