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책 톺아보기] 번역가 신동숙이 소개하는 '지금부터 다르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노년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나이가 들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저하되어 평생 좋아했던 일이나 활동을 할 수 없게 되고, 치매 같은 인지 장애가 생겨서 평생 쌓은 정체성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노년의 삶은 이렇게 두렵고 끔찍한 비극일 수밖에 없는 걸까? 나이가 들면 가족과 사회의 짐이 되어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 손꼽히는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저자인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의 삶에도 장점이 있으며, 그 나름의 성장과 발달이 나타난다고 역설한다. 즉 나이가 들면서 더 강해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년에 발달하는 대표적인 강점으로 △지혜 △회복탄력성 △창조성을 꼽는다.
아그로닌 박사가 꼽는 첫 번째 강점은 ‘지혜’다. 나이가 들면 지식과 경험, 기술이 축적되고, 숱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인내심과 판단력이 생기며, 실패를 겪으면서 겸손해지고, 남들과 더 잘 공감하고, 상호 의존하게 된다. 또 후손에 무언가 남기려는 열망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의욕이 생기고, 인생을 보는 통찰과 초월적 감각이 발달한다. 이런 다섯 가지 능력(지적 능력, 판단력, 공감 능력, 창조적 능력, 통찰력)이 모이면 노년의 ‘지혜’가 나타난다.
두 번째 강점은 높아진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기초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노년에 들어서면 이 능력이 다방면으로 증진된다. 특히 노년에는 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안와내측 전전두피질이 두려운 감정을 유발하는 뇌의 영역인 편도체보다 우세해져서,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더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다. 노년에는 이런 회복탄력성 덕분에 긍정적인 마음과 자긍심을 갖고, 삶의 가치와 목적, 가족, 공동체를 중요시하게 된다.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노년의 세 번째 강점인 창조성을 자극한다. 노년에는 삶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면서 젊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회피했던 방식으로 삶을 새롭게 탐색하게 되기 때문이다. 노년의 창조성은 의욕을 높이고, 몸의 건강을 증진하고, 인간관계를 풍성하게 하고, 후대에 유산을 남기는 등 다방면에서 노년에 이로움을 준다.
책의 후반부는 건강한 노년을 설계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실천 방안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은 지혜의 다섯 가지 영역을 하나씩 살피면서, 삶에서 어떤 자산을 비축해왔는지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노년을 맞이하면서 겪은 중대한 사건이나 역경을 되돌아보고, 회복탄력성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살핀다. 마지막으로 나이 듦에 따른 변화 속에서 자신을 재발견할 새로운 역할을 찾아본다. 또 노년의 실천계획을 짜고, 이 세상에 어떤 유산을 남기고 싶은지 계획해본다.
전체적으로 이 책이 제시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면서도 단순하다. ‘나이듦의 이로움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자세로 대처하면, 노년을 쇠퇴의 시기가 아닌 성장의 시기로 보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런데 노년이 성장의 시기라는 말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곧바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워낙 굳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그로닌 박사가 노령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인터뷰하면서 겪은 생생한 사례를 차근차근 듣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열리고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슬며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이 든다는 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삶에서 겪거나 이룬 어떤 경험과 능력이 노년의 지혜를 키울까?’, ‘노년의 위기를 촉발하는 사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노인 갱년기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 창조적인 노화 모델이란 무엇이고 어떤 실용적인 의미가 있을까?’와 같은 흥미로운 질문을 파고들면서, 보다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나갈 수 있다.
노년의 위기에 대처하는 법을 설명하거나 노년의 특징을 단순히 나열하고 분석한 책은 많아도, 나이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할 때 성취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책은 흔하지 않다. 이 책은 그런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독자들을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으로 안내해준다. 신동숙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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