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여파·'더 글로리' 인기에…"학폭 당했다" 10년만에 최대(종합)
피해사실 알리지 않은 경우 7.6%…상당수는 "얘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
교육부, 16개 시도 교육청과 전수 조사…"내년부터 학폭 전담 조사관 투입"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정순신 변호사 자녀 논란과 드라마 '더 글로리' 인기로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면서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초·중·고 학생들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전북을 제외한 16개 시도교육청과 함께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4주 동안 '2023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한 결과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피해 응답률'이 1.9%(5만9천명)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2학기부터 응답 시점까지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경험을 온라인으로 묻는 이번 조사에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17만명이 참여했다.
전수 조사이지만 참여는 자율로, 전체 조사 대상(384만명)의 82.6%가 참여했다.
학교폭력 피해, 10년만에 최대치…코로나 끝나며 신체피해 늘어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1년에 두 차례 시행되는데, 1차가 전수 조사, 2차는 표본 조사다.
1차 조사로만 비교해보면 피해 응답률은 1년 전(2021년 2학기∼지난해 4월 응답 시점)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3년(2.2%)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피해 응답률은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한 2020년 0.9%로 최근 10년 내 저점을 찍었다가, 이후 3년 연속 높아지는 추세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피해 응답률이 3.9%로 가장 높고, 다음이 중학교 1.3%, 고등학교 0.4% 순이었다.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피해 응답률은 각각 1년 전보다 0.1%포인트, 중학교는 0.4%포인트 올랐다.
학교폭력 피해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이 37.1%로 가장 많았다. 2위는 '신체폭력'(17.3%), 3위는 '집단 따돌림'(15.1%)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신체폭력 비중이 1년 전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는 점이다.
'성폭력' 비중도 5.2%로, 2021년(4.1%)부터 3년 연속 확대됐다.
반대로 최근 꾸준히 확대돼오던 '사이버폭력' 비중은 지난해 9.6%에서 올해 6.9%로 2.7%포인트 낮아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1학기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해제돼 대면수업이 늘어나면서 사이버폭력보다는 신체폭력 중심으로 증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서는 "조사 시기에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방영됐고, 청문회도 개최됐다"며 "학교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학교폭력 민감도가 높아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드라마는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더 글로리', 청문회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 학교폭력 문제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청문회를 말한다.
초·중·고 모두 언어폭력 피해 비중이 가장 큰 가운데, 초등학교에서는 언어폭력 다음으로 '신체폭력'(18.2%)의 비중이 컸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집단 따돌림'이 언어폭력 다음으로 피해 비중이 높았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같은 학교 같은 반' 학생이 48.3%로 가장 많았다. 다른 반이지만 같은 학년인 학생 역시 30.5%에 달하는 등 같은 학교 동급생이 80% 가까이 차지했다.
피해 장소는 '학교 안'이 68.8%, '학교 밖'이 27.3%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는 '교실 안'이 29.0%로 가장 많았다.
피해 사실을 알린 경우는 92.3%였다. '보호자나 친척'에 알린 경우가 36.8%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학교 선생님'(30.0%)이었다.
다만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도 7.6%에 이르렀다.
피해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28.7%)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하지만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21.4%에 달했다. '스스로 해결하려고'(20.0%) 신고하지 않았다는 학생도 상당수였다.
가해 학생 35% "별 이유 없이 괴롭혔다"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는 학생 비율은 1.0%로 집계됐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준으로, 이 역시 2013년(1.1%) 이후 최고다.
초등학교의 가해 응답률은 2.2%, 중학교는 0.6%, 고등학교는 0.1%로 조사됐다.
초등학교는 0.9%포인트, 중학교는 0.3%포인트 상승했고, 고등학교는 작년 수준을 유지했다.
학교 폭력 가해 이유로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가 34.8%로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적 있다는 학생 비율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상승한 4.6%였다.
초등학교 7.9%, 중학교 4.4%, 고등학교 1.2%로 조사돼 각각 0.6%포인트, 1.5%포인트, 0.4%포인트 높아졌다.
목격 후에 '피해받은 친구를 위로하고 도와줬다'는 학생은 33.9%에 달했으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응답도 30.7%로 비슷했다.
교육부는 내년 3월부터 학교폭력 조사 업무를 '전담 조사관'에게 맡기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을 10%가량 늘리는 등 학교폭력 사안 처리 제도 개선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학교 현장의 학교폭력예방교육을 내실 있게 지원하고, 학생들의 마음건강과 사회·정서 지원 프로그램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번 결과에 대해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이 학교폭력에 경종을 울리고 실질적 예방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며 "최근 학교 내까지 파고든 딥페이크 범죄에 대해 관계 당국의 철저한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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