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선 사모 "왜 하필 나일까보다 이를 통한 얻음의 소망 필요"
"암은 내가 잘못해서 온 게 아니라 교통사고와 같은 것"
"아픔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소망하는 날들이 되길"
가족, 성도, 지인들의 기도가 큰 위로 돼
장애를 가진 자녀를 위해 시작한 일, 사회적 약자 돌보는 계기가 돼
건강한 사모로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일들 지속해 나가길 소망 로드인터뷰_사람꽃>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9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사계교회 강경선 사모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사계교회 강경선 사모를 제주CBS 목회자 기자인 서귀포성결교회 이기원 목사가 만나봅니다.
이기원> 제가 알기로는 지난해부터 암으로 고생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건강은 괜찮아졌습니까.
강경선> 작년 2월에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1년 정도 치료를 했고요. 감사하게도 지금 잘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기원> 교회 사모이기도 하지만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닥친 이 암에 대해서 충격이 컸을 것 같습니다.
강경선> 저는 심리상담사 일을 하고 있는데요. 지역에서 노인, 성인, 아동 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기관에 나가서는 그림책 테라피 강의를 주로 하고 있었어요. 교회에서는 사모로, 또 아이가 4명이라 엄마로서도 바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진단을 받으면서 '이제 나는 암 환자가 됐고, 힘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제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에 저희 아이들하고 교회, 또 내담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염려가 굉장히 컸던 것 같습니다.
이기원> 그런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강경선> 처음 진단을 받고 '왜 내가 암에 걸렸을까 너무 억울하다' 이런 생각보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 왜 나만 안 되겠어' 이런 마음이 들었고, 이 진단에 대해서는 잘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견됐을 때 임파 전이가 있는 상태여서 먼저 6개월 동안 항암 치료와 수술을 하고 다시 한 달 동안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일정이었는데요. 그리고 저는 내 책임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떻게든 스스로 해내려고 하는 스타일이었는데요.
사실 요즘은 암이,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생겼다기보다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교통사고와 같은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치료하는 동안 누구의 엄마나 사모가 아니라 자연인 강경선으로 지냈고, 그 시간 동안에 하나님과 굉장히 깊은 교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투병하면서 들었던 찬송 하나, 읽었던 말씀 한 구절 이런 것들이 다 은혜가 되었고 거리에서 보는 풀 하나에도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있구나' 이런 확신과 위로를 많이 느꼈습니다.
이기원>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예기치 못한 이런 질병이나 사고로 고통 받는 분들이 참 많죠. 그런 분들에게 어떤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해 줄 수 있을까요.
강경선> 일단 아프신 분들은 몸과 마음이 얼마나 힘드실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또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굉장히 근심이 크실 텐데요. 일단 아픈 사람에게는 그래도 하나님이 특별히 주시는 은혜와 위로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위로를 꼭 경험하셨으면 좋겠고요. 또 '왜 하필 나일까'하는 억울한 마음이나 자책하는 마음보다는 결국에 이 일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소망하셨으면 좋겠어요.
이기원> 활발한 사회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아픈 아이 때문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경선> 저희 둘째 아이가 태어나고 몇 개월 안 돼서 소아 뇌전증 중에 영아연축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예후가 아주 안 좋은 병인데, 다행히 저희 아이는 약으로 경련이 잘 잡혀서 치료가 잘 됐어요.
그런데 그 후유증으로 발달장애가 생겼는데, 아이가 아프니까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또 뭘 잘 못하니까 아이의 마음이 계속 위축되었어요. 그리고 이 아이를 키우는 동안에 큰 아이도 약간의 욕구불만 증상이 있었고요.
그래서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마음을 같이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독서 치료 공부를 하게 되었고요. 더 관심이 생겨서 대학원에서 가족 상담도 공부했습니다. 또 상담 현장에 있다 보니까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에게는 마음의 문제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크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기원> 남편인 고준영 목사님과 함께 아이를 위해 고등학교에 통합교육지원실을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경선> 저희 둘째 아이는 여자아이인데, 서귀포 관내에 특수학급이 있는 여학교가 없더라고요. 남녀공학도 20분 넘게 걸리고, 그렇지 않으면 제주시의 특수학교로 가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학교와 교육청, 장애인 부모회를 찾아다니면서 사정을 얘기하고 오래 기다렸는데요. 특수학급 하나를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교실 공사도 해야 되고 지속적으로 수요도 있어야 해서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올해 저희 아이가 2학년이 됐는데요. 올해부터 특수학급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핸디캡이 있어도 그 존재 자체로 존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잘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 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현실적인 벽은 수도 없이 느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때에 맞춰 주시는 기적 같은 은혜를 가장 많이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기원> 혹시 교회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벽이 있는지, 교회에서는 이 벽을 제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씀해 주시죠.
강경선> 우리 사회가 굉장히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서 남자와 여자, 지역도 그렇고 연령에 있어도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 이렇게 나누고 가르면서 갈등이 많이 생기고 있잖아요.
근데 교회는 아픈 사람이나 건강한 사람이나 또 아이들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모두가 올 수 있는 유일한 곳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은 어떤 특성 때문에 편을 가르는 것, 너는 되고 너는 안 되고 이런 문화부터 없어져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모든 계층과 빈부와 건강함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해 열려있는 유일한 장소인 교회에서 공평하게 예배를 드리고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요. 하나님이 존귀하게 만들어 주신 것을 같이 누리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기원> 사모님은 아이를 도와주고자 시작한 일이 대학원 공부까지 할 정도로 전문가가 됐는데요. 항암 치료 중에도 일을 하셨습니까.
강경선> 항암 치료 받는 중에는 일을 할 수가 없었고요. 올해는 이런 암 경험자들을 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한 차례 진행을 했어요. 그 외에도 저희 교회가 속한 한국기독교장로회는 1년에 한 번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데요. 제가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서 제주의 목사님들을 대상으로 그 강의를 또 한 차례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기원> 돌아보면 감사의 순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강경선> 치료를 마치고 남편하고 가까운 오름을 산책 했는데, 11월이라 단풍도 들었고 하늘과 공기가 너무 감사하고 새롭더라고요. 그리고 항암치료하면서 모든 기능들이 다 약해져 있어서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예를 들면 손톱으로 뚜껑을 여는 거, 잘 먹고 잘 자는 거, 잘 걷는 거, 특히 몇 년 앞을 계획하는 거 이런 게 사실은 쉽지 않았는데요.
그런 거 하나하나가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요. 특별히 저는 치료를 시작하면서 남편하고 같이 기도 제목을 정리했는데요. 지나고 보니까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고 다 이루어져 가고 있었어요.
이기원> 제주에 온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강경선> 저희가 2013년 12월 9일에 이사를 왔으니까 이제 10년이 됐는데요. 올 때는 아이가 3명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4명이 되었고요.
당시에 저희 둘째 아이가 특수교육을 잘하는 기관에서 치료도 받고 있었고 제가 대학원 진학 중이었는데요. 사역지가 여기면 여기서 우리가 또 할 일이 있겠구나 싶어서 그냥 다 접고 남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이기원> 제주에서의 삶은 지금까지 어땠습니까.
강경선> 일단 제주는 자연과 문화가 육지와는 차이가 있잖아요. 다행히 저희는 아이들이 어렸기 때문에 학교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저희 교회 성도님들 덕분에 마을 공동체에서 무리 없이 지낼 수 있었어요.
이해가 잘 안 되는 제주 문화를 배우고 싶어서 체험학습 지도사 과정을 들으면서 공부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지역 아이들을 모아서 곶자왈 프로그램도 한 3년 정도 진행하고, 토요일마다 마을 아이들을 모아서 제주문예재단에서 받은 꿈다락 토요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마을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거기서 얻어진 제주어를 갖고 그림사전도 만들면서 재미있는 일들을 했습니다.
또 제주가 관광지인데 소비되는 관광 문화 말고 제주에 사는 사람들과 그 문화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과 도움주시는 목사님과 함께 '사계人, 사계In 제주 동네 여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기원> 목회자의 사모로 산다는 것이 목회자만큼 어려운 일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가요.
강경선> 목회가 강단에서의 모습도 있지만 그보다는 삶의 모습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맨 처음에 목회자는 이래야 되고 사모는 이래야 된다는 상을 가지고 보여드리고자 노력했는데요. 잘 안 되더라고요.
저희 교회는 사계리 마을에 하나 있는 교회라서 너무 오픈되어 있어요. 개인의 삶, 그러니까 엄마로서의 저와 교회 사모로서의 저, 손님으로서의 제가 다 오픈되어 있어서 어떤 특정한 모습만 골라서 보여드리기가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조금 기준을 낮춰서 제 삶을 살아가는 모습들이 우리 성도님들한테는 그래도 조금 공감이 되고, 믿지 않는 분한테는 도전이 된다면 그런 것으로 만족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이제는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기원> 앞으로 계획과 기도 제목이 있으면 함께 나눠주십시오.
강경선> 일단은 건강을 잘 회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더 살려고 노력을 하고요.하나님이 주신 사명 안에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가면서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저희 가정을 보시는 여러분들에게, 또 낙담하고 힘든 분들에게 저와 저희 가족의 모습이 조금이라도 희망과 용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미래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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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PD ymi7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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