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하연의 여의도 돋보기]`크립토 스프링?`… 모두에게 봄이 올까요

신하연 2023. 12. 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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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글쓴이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나요. 어렵고 딱딱한 증시·시황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그래서 왜?'하고 궁금했던 부분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하나씩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개당 4만5000달러, 한화로는 60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급등세를 보였는데요. 14일 오전 7시 45분 가격 기준으로만 비교해도 연초 1만6000달러선에서 4만3000달러까지 무려 170% 이상 가까이 오른 상태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날 새벽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인 신호를 주면서 내년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우상향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에 더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길게 설명할 내용은 아니지만 내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심사,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등 각종 호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크립토 윈터' (Crypto Winter)가 끝나고 드디어 '크립토 스프링'(Crypto Srping)이 찾아온 걸까요. '봄'이라는 단어에 설레는 건 가상화폐 투자자만은 아닐 겁니다. 가상자산 침체기동안 수수료 수익이 급감했던 거래소 업계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을 텐데요.

그럼 모든 거래소 업계들이 따듯한 봄볕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선 가상자산 거래소라고 하면 흔히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개 정도를 손에 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은 은행과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맺은 원화마켓 거래소입니다. 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거래소)로 등록했지만 실명계좌를 받지 못해 원화 거래는 불가능한 코인마켓 거래소도 21곳 있습니다.

당장 영업이 급한 건 이들 코인마켓 거래소이긴 합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6개 거래소들의 총 영업이익 2273억원 중 1위 업비트가 3206억원, 2위 빗썸이 125억의 이익을 냈는데요, 이 외 거래소들은 수익이 없거나 적자를 내고 있는 셈입니다.

코인마켓 거래소 21곳 중 18곳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사실상 언제 와르르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죠.

사실 이 같은 격차는 원화마켓 거래소와 코인마켓 거래소끼리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원화마켓 거래소 내에서도 점유율 격차가 크기 때문인데요. 2020년까지만 해도 업비트와 빗썸이 각각 40%, 코인원도 10% 이상 차지하고 있던 점유율은 2021년 이후 업비트가 80% 이상 독차지 하는 구조로 재편됐습니다.

이 같은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해 2위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10월 수수료 전면 무료 정책을 깜짝 발표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상 코인 거래 수수료는 사실상 거래소 매출과 수익의 대부분입니다.

수수료를 포기한다는 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버티면서 점유율 확대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겠죠. 지난 7월 한 자릿수였던 빗썸 점유율이 11월엔 20%선까지 확대되면서 전략 자체는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합니다만, 점유율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고 하면 그 뒤로는 수수료를 다시 올릴 건지, 그동안 다른 수익원을 찾을 수 있는지, 기간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아직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1위 거래소가 굳건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2위 거래소가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하면서 3~5위의 마음은 더 급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빗썸의 수수료 무료 선언 이후 코빗과 고팍스도 수수료 무료 정책에 동참했습니다. 두 개사 점유율이 각각 0.1~0.2% 수준인 만큼, 여기서 추가로 점유율을 뺏기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계산에 울며 겨자먹기로 내린 결정일 겁니다.

최근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 산업에서도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심으로 코픽스 금리가 산정돼 독과점 형태를 띠게 된다며 칼을 빼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도, 공정거래위원회도 가상자산업권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래소의 독점 구조에 대해 모른 척하고 있습니다.

거래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국은 원화마켓 거래소에서 결국 최후의 플레이어 한 두곳만 남을 때까지 지켜볼 심산"이라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거래소들이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폐업하게 된다면 당장 발생할 투자자들의 피해와 구제는 둘째 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향후 가상자산 시장과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겁니다.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가지는 기업은 이를 남용해 시장 질서를 교란 시킬 수 있게 되고, 투자자 입장에서 선택지도 쪼그라들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한 두 사업자가 점유율을 차지하게 되면 그 뒤로는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다시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고요.

미국과 홍콩 등 금융 선진국들은 '크립토 허브'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선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이 혼자 무너지도록 두면 안되겠죠. 은행 실명 계좌 발급과 관련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당국의 여러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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