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1기' 이경규, 먼저 망할 방송국이 MBC? '외줄' 기가 막히네 [Oh!쎈 이슈]
[OSEN=연휘선 기자] "가장 먼저 망할 것 같은 방송국? MBC". 방송인 이경규가 우스갯소리로 한 발언조차 뼈 있는 발언처럼 확대 해석되고 있다. 게스트로 출연한 예능에서도 '팩트 폭력'을 서슴지 않았던 여파다.
이경규는 지난 13일 개인 유튜브 채널 '르크크 이경규'에서 후배 코미디언 '피식대학'의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과 함께 한 웹예능 '갓경규' 12회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이경규가 '피식대학'과 콘텐츠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자, 정재형은 '나락퀴즈쇼'에 이경규 섭외 의지를 피력했다. '나락퀴즈쇼'는 출연자들을 '나락'으로 보내버릴 만 한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퀴즈쇼 콘셉트의 웹 예능이다. 정재형은 "선배님처럼 잃을 게 많은 분들이 나와주시면 정말 좋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이경규는 "나는 정말 끈을 잡고 있다. (끈을 놓으면) 확 무너진다. 아사 상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은 잃지 않은 것일까. 이경규는 "가장 먼저 망할 것 같은 방송국은 어디냐. KBS, MBC, SBS 중에"라는 질문을 받자, 곧바로 "MBC"라고 답했다. 이경규는 잠시 당황한 표정은 지었지만 3초 가량의 짧은 생각 뒤 망설임은 없었다. 간결하고 단호한 이경규의 발언에 '피식대학' 멤버들도 놀랐을 정도.
그도 그럴 것이 이경규는 MBC 공채 1기 출신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시리즈를 견인하며 MBC의 전설로 통했다. 지상파 방송사들 중에서도 특히 예능 쪽에서는 자체 생태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MBC인 만큼 이경규를 '예능 대부'로 올린 방송사도 MBC인 바.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 오죽하면 김민수는 "MBC에서 대상 몇 번 받으셨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경규는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지금 KBS에서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으니까 (망하면) 안 된다. SBS도 얘기 중인 게 있다"라고 솔직하게 밝히며, 출연작이 없는 MBC에 대해 "망하든 말든"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속을 농담으로 포장해 재치있게 '나락'의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경규의 발언이 이처럼 화제를 모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당장 최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약칭 놀토)'에서도 이경규는 "가사가 안 들리면 다시 녹음을 해야지 그거로 방송을 만들다니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는 노래를 듣고 헷갈리는 가사를 알아내야 하는 '놀토'의 콘셉트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공감과 웃음을 자아냈다. 후배들에게 호통치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에 가차없이 버럭 내지르는 평소 이경규의 캐릭터와 정확히 일치하는 데다가, 최근 K팝씬의 변화 가운데 나름 갑론을박을 자아내는 부분이었기 때문.
이와 관련 이경규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던 한 예능 PD는 OSEN에 "이경규 선배님이 계속해서 '예능 대부'로 통하는 매력이자 이유다. 누구에게나 호통치시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서 결코 쉬운 분은 아니다. 웬만한 제작진에게도 '한번 아니다' 한 걸 굽히지 않는 분이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감각을 제시해주고 또 예리한 감이 살아있는 분이다. 아직까지 현역으로 활동하시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는 이유"라고 평한 바 있다.
실제 이경규는 게스트로 출연했던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도 시청률 저조한 프로그램의 타개 방법을 묻는 유재석에게 "폐지해야 한다"라고 간결하게 답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위기론'이 일던 '놀면 뭐하니?'인 만큼 지켜보던 제작진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았고, 이에 대한 시청자 반응도 반박 보다는 공감이 커지자 제작진은 이를 기회로 삼아 개편을 단행하며 주우재 등이 합류한 젊은 체제로 변신해 최근 새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무리 '예능 대부'라고 해서 선넘은 발언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가 일각에서는 매 작품 PD들도 쩔쩔 맬 정도로 호통을 서슴지 않는 이경규의 활약 아닌 활약을 두고 곤란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경규가 스스로 "아사 상태"라고 밝힌 배경일 터다. 그렇지만 기가 막히게 그 선을 찾아내는 노하우가 이경규의 오랜 경력으로 이미 체화된 상황. 여전히 유쾌와 불쾌의 경계를 넘나드는 '예능 대부'. 이경규가 가볍게 내뱉은 우스갯소리조차 매번 화제를 모으는 까닭이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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