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마약 수사 정보원 이용…경찰 맞아? (실화탐사대)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2023. 12. 1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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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실화탐사대’에서 수백억 자산가와 양녀, 그리고 성범죄 피해자를 마약 수사 정보원으로 이용한 경찰의 행태를 파헤쳤다. ● 수백억 자산가와 양녀

먼저 서울 강남에서도 목 좋기로 유명한 한 건물에 걸린 ‘건물매매 안 함 가처분 소송 중’ 이란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 이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었다는 한 가족이 ‘실화탐사대’제작진을 찾아왔다.

무려 450억 상당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해당 건물이 얼마 전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에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송창우(가명)씨가 45년간 소유했던 건물이 지난 10월 5년전 입양된 양녀 강자영(가명)에게 단독 증여됐다는데...더구나 증여자인 92세 송창우(가명) 씨는 현재 중증 치매로 의사소통조차 쉽지 않은 상태라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양녀인 강 씨(가명)가 아버지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수상함을 느꼈다는 가족들.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외로워하던 아버지에게 살갑게 접근한 강 씨(가명)는 주변인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버지에게 지극정성이었다고 한다. 결국 2017년 나이 54세에 양녀로 입양된 강 씨(가명)를 지켜보던 가족들은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아버지 저거 내가 요리하는 거 아무것도 아니야. 내 손안에 있는데’ ‘영감탱이 내가 돈 안 준다고 짝짝 몇 번 때리니까 통장을 두 개 2천만 원 주더라’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 송창우(가명) 씨 친가족 -

아버지에게 지극정성을 다했던 모습과 다르게 강 씨(가명)의 충격적인 언행은 끝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심지어 아버지와 강 씨(가명)가 부녀 사이의 선을 넘는 정황도 발견됐다는 주장이다. 고심 끝에 아들들은 아버지 송창우(가명) 씨에게 증거 자료들을 보여주며 강 씨(가명)의 실체를 알렸고, 아버지도 배신감에 그녀와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심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양녀 강 씨(가명)에게 4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20억 원 규모의 아파트가 단독 증여됐다. 54세 중년의 나이에 입양돼 강남의 건물주가 돼 인생 역전을 한 양녀 강 씨(가명)를 둘러싼 실화를 ‘실화탐사대’에서 추적한다.
● 민중의 지팡이(?) 대한민국 경찰 맞나? 전 남자 친구로 인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제보자 민영(가명)씨. 1년 전 민영(가명) 씨는 자신이 근무하던 업장의 사장 최 씨(가명)와 교제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최 씨(가명)는 그녀와의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모자라 마약까지 강제로 투약하려 했다. 두려움을 느낀 민영(가명) 씨는 용기를 내 관계를 정리했지만, 며칠 뒤 그녀는 최 씨(가명)가 SNS에 자신과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는 그녀.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안 올렸다고 발뺌하면 그만’ 이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하며 민영(가명) 씨의 고소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도움이 절실했던 민영(가명) 씨는 고민 끝에 이번엔 최 씨(가명)를 경찰 마약범죄수사대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번엔 경찰의 태도가 달랐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마약범죄수사대는 최 씨(가명)의 불법 마약 거래는 물론 성범죄까지 수사해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사를 위해서 ‘협조’ 해달라며 그녀에게 ‘쪽지’ 한 장을 내밀었는데 그 쪽지에는 최 씨(가명)가 유통하는 대마가 재배되는 밭의 정확한 주소부터 구체적인 거래 장소와 목격 진술 등 최 씨(가명) 체포에 필요한 내용들이 경찰 보고서 항목 마냥 빼꼭히 적혀 있었다고 한다. 민중의 지팡이(?)라던 대한민국 경찰이 황당하게도 제보자 보호는 뒷전으로 미룬채 제보자더러 직접 수사를 해서 결과만 보고하기를 원했던 걸까? 졸지에 성범죄 피해자에서 뜻하지 않게 마약 수사 정보원이 된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최 씨(가명)의 마약 거래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이미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국 최 씨(가명)가 체포만 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정보를 전달했지만 그런데 왜인지 자꾸만 체포는 미뤄지고, 그 사이 최 씨(가명)는 민영(가명) 씨를 스토킹하는 것도 모자라 강제 추행까지 저질렀다.

민영(가명) 씨가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을 알고도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는 커녕 성범죄 피해자를 이용해 마치 자신들의 실적 쌓기만을 노린 듯 무리한 마약수사정보를 요구한 경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늘(14일) 밤 9시 방송하는 MBC ‘실화탐사대’에서 집중 취재해 보도한다.

사진=MBC ‘실화탐사대’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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