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내렸어도 ELB 함께 샀다면 손실 보전… “헤지 용도로 쏠쏠하네”
목표 벗어나도 원금 지급…일부 ELB는 일정 수익 보장
기초자산의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의 연간 수익률이 최대 6%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ELB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고 대부분 약정된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어 주가나 지수 하락 위험을 회피하는 헤지(hedge)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 13일~12월 12일)간 만기가 돌아와 상환된 종목 ELB 가운데 삼성전자 ELB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상환된 삼성전자 ELB는 총 52개고, 가중평균한 연 환산 수익률은 6.33%였다. 총 상환 금액은 4624억원이다.
ELB는 만기일(혹은 사전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미리 정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약속한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특정 조건’이란 주로 자산 가격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설정된다. 만기 기간 가격이 정해진 폭 안에서 움직이면 만기일에 원금과 함께 약속된 수익률을 가져갈 수 있다. 주가연계증권(ELS)과 비슷한 구조지만,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어 ELS보다 수익률은 낮은 편이다.
ELB마다 구체적인 발행일과 상환일은 다르지만, 대부분 만기가 1년 이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2년 11월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주가가 19.71% 올랐다. 만약 1년 전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면서 ELB를 함께 사뒀다면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뜻이다.
ELB는 주식 투자 손실을 만회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2022년 11월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한국전력공사 주가는 1만9850원에서 1만9300원으로 2.7%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한국전력 ELB는 총 43개 상환됐고, 평균 연 환산 수익률은 5.99%를 기록했다. 상환 금액은 5854억원어치다. 한전 ELB와 주식에 함께 투자한 이는 ELB 수익률로 주식 손실을 보전했을 것이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뿐 아니라 현대차 ELB도 총 13개가 만기 상환되며 연 환산 수익률 4.24%를 거뒀다. 6종목 만기 상환한 KT ELB의 연 환산 수익률은 3.5%다. 두 종목 상환금액은 각각 1538억원, 1983억원이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종목의 기준가격과 만기, 조기 상환 조건 등 세부사항이 달라 ELB 투자로 원금만 돌려받는 확률, 수익률까지 얻어가는 확률을 일반화하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일부 상품의 경우 과거 데이터를 통해 원금만 돌려받을 확률을 가늠해볼 수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2000~2020년 현대자동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B 상품 중 1차 중간평가일에 조기 상환된 종목은 전체의 52.80%, 평균 수익률은 3.70%를 기록했다. 2차 중간평가일에 조기 상환된 경우는 15.85%, 평균 수익률은 7.40%다. 만기 때까지도 수익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원금만 상환받은 경우는 15.57%로 집계됐다.
일부 ELB는 일정 수익을 무조건 보장해 눈길을 끈다. 교보증권이 지난달 27일 발행한 ‘교보증권11416(ELB)’은 한국전력을 단일 기초자산으로 해 5.8%의 수익률을 보장한다. 만기일이 2024년 11월 27일인 이 종목은 만기일에 한전 주가가 기준 가격의 200% 이상이면 5.801%, 200% 미만이면 5.80%의 수익률을 준다. 다만 이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사업자 전용 상품인 경우가 많다.
개인 투자자가 접근할 수 있는 ELB는 조기 상환 조건이 달린 상품이 대다수다. 예컨대 올해 9월 교보증권이 발행한 ‘교보증권11351(ELB)’은 2026년 9월 21일 만기로, 최대 23.13%의 수익률을 준다. 발행일로부터 4개월마다 중간평가를 진행하고, 이때 기초자산인 현대차 가격이 기준가격의 104% 이상이면 자동 상환된다. 중간평가가 한번 진행될 때마다 수익률은 2.57%, 5.14%, 7.71% 등으로 올라간다. 만약 만기가 도래할 때까지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104%에 못 미치면 원금만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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