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미국 진출한다…유방암 특화 AI기업 '볼파라' 인수
유방촬영 데이터 1억장 확보…글로벌 초격차 발판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이 글로벌 규모 유방암 특화 AI 플랫폼 기업을 인수했다. 루닛 창립이래 첫 해외 AI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루닛은 다국적 기업 '볼파라 헬스 테크놀로지(이하 볼파라)'를 1억 9307만 달러(한화 약 252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밝혔다.
루닛은 “이번 인수를 통해 세계 최대 의료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을 본격적으로 올리는 동시에 미국 내 자체 AI 솔루션 판매망을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를 위해 인수자금을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 따라 볼파라는 내년 2분기 이내에 주주총회를 열고 주주 75% 동의를 얻어 최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후 합병 완료까지 약 3~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루닛은 볼파라 최종 인수 이후 자원 효율화 및 사업개발 집중을 위해 볼파라를 호주 시장에서 상장 폐지할 예정이다.
볼파라는 지난 2009년 뉴질랜드 웰링턴에 설립된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AI 플랫폼 기업으로, 미국 시애틀에 사무소를 두고 미국 내 임상 및 영업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이후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한 AI 플랫폼을 미국시장에 집중 공급하며 매년 견조한 매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전체 유방촬영술 검진기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00곳 이상 의료기관에서 볼파라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하고 있다.
볼파라는 지난 2021년 전년대비 57% 증가한 197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58억원), 지난 2022년에는 전년대비 32% 증가한 2,6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1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3년도 회계연도가 종료된 지난 3월말 기준 올해 매출은 전년대비 34% 증가한 3,50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282억원)를 달성하는 등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CR)은 63%에 이른다.
특히 전체 매출의 96.5%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매출 구조가 병원과의 장기 계약을 통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등 연간 구독 형태로 발생하고 있어, 추후 안정적인 매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볼파라는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회사 설립 후 줄곧 연구개발(R&D)에 매진했기 때문이라고 루닛은 전했다. 손실 규모는 지난 2022년 164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132억원)에서 올해 98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약 79억원)로 감소 추세에 있다.
볼파라는 유방암 조기 진단과 검사 과정의 워크플로우(Workflow)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AI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120건 이상의 특허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및 유럽 CE 인증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특히 볼파라는 유방암 검진에 특화된 정밀한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등 서양권 여성 약 1억장의 유방촬영 이미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 데이터는 제품 개발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고객 동의를 얻는 등 이례적으로 법적분쟁 가능성을 모두 해소한 것으로, 루닛은 볼파라 인수 후 추가적으로 연간 약 2000만장 이상의 데이터를 지속 확보할 예정이다.
루닛이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개발을 위해 30만장의 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감안하면, 볼파라가 보유한 1억장 막대한 양의 데이터는 향후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전망이다.
테리 토마스 볼파라 대표는 "볼파라 이사회는 이번 인수 계약이 주주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견해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다른 어떤 회사도 따라할 수 없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해 양 사가 암 검진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루닛의 볼파라 인수는 루닛이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자, 앞으로 루닛이 암 조기 진단을 위한 강력한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3분기에 시작된 볼파라 인수 추진 과정에서 암 정복에 대한 양사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는 향후 양사가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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