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전용 엘리베이터 타고 사무실로 커피배달… 최첨단 미래 빌딩[초격차 기술, 현장을 가다]
본사, 세계 첫 로봇전용 빌딩
앱으로 배송 지점 입력하면
최적의 루트 계산해 찾아와
UAE 등 65국 3500명 견학
사우디 1350억원 기술 계약
세종엔 초대규모 데이터센터
서버 운송 등 3종 로봇 활동
기술 융합의 테스트베드로
성남=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축구장 절반만 한 넓은 1층 로비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로비는 회색 계열의 무채색 페인트로 차가운 인상을 줬지만, 로비 한가운데 놓인 소파는 편안하고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마치 과학소설(SF) 영화에 나오는 미래형 빌딩 같은 느낌을 줬다.
2층으로 올라가니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넓은 로비 한가운데에는 스타벅스 커피숍이 들어서 있었다. 경이로운 것은 커피숍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로봇들이었다. ‘루키(Rookie)’라는 이름의 서비스 로봇들은 이 빌딩 직원들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한 음료들을 주문자의 사무실 자리까지 직접 배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커피숍 직원이 루키의 보관함에 음료를 넣은 뒤 배송 지점을 스마트폰으로 입력하자 곧바로 입력된 장소를 찾아 루키는 길을 떠났다.
4층의 배송 창구는 이 빌딩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었다. 배송 물건이 가득 쌓인 창구에는 역시 10여 대의 루키가 충전을 하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직원이 스마트폰으로 루키를 호출하자, 충전 중이던 루키 한 대가 스르륵 움직이며 직원이 있는 탁송 지점에 정확히 멈춰 섰다. 직원이 배송할 물건을 로봇의 운반함에 넣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입력하자, 루키는 혼자서 조용히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을 떠난 루키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사무실 앞에 있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에 멈춰 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루키는 목표 지점을 입력해 주면 정해진 루트만을 따라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자율 사고 기능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가장 빨리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루트를 스스로 계산해 찾아간다”며 “일반 식당에서 정해진 루트로 음식을 날라다 주는 로봇들과는 전혀 다른 AI 로봇”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네이버 본사인 ‘네이버1784’ 빌딩은 일반 건물과는 전혀 다른 빌딩이다. 2022년 4월 문을 연 이 건물은 네이버가 건물 설계 시부터 ‘로봇 전용 건물’을 염두에 두고 지은 빌딩이다. 네이버는 사실상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빌딩이라고 자부한다.
네이버는 이 건물에 자신들이 개발하고 있는 최첨단 기술을 모두 집약했다.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ARC(AI·ROBOT·CLOUD)’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ROBOPORT(로보포트)’ △클라우드-로봇 사이의 통신 지연 시간을 최소화해 ARC와 로봇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이음 5G’가 그것들이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인 로보포트는 이 건물에만 있는 인프라다.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 층에 걸쳐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로봇들의 수직 이동 속도와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때문에 로봇 빌딩 구현을 원하는 세계 각국에서 네이버1784를 찾고 있다. 지난달에도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장관 일행이 빌딩을 방문해 둘러봤고, 캐나다 기술 사절단도 방한해 건물의 로봇 시설들을 꼼꼼히 뜯어봤다. 지금까지 65개국에서 3500명 이상이 이 빌딩을 방문했다.
지난 10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주택부와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의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트윈 플랫폼은 현실의 도시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로,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신개념 도시인 ‘네옴시티’를 구상하고 있는 사우디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술이다.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부터 5년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와 메디나, 제다, 담맘, 메카 등 5개 도시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모든 연구를 담당하는 곳은 ‘네이버랩스’라는 연구소다. 네이버랩스는 AI 기술을 바탕으로 로봇의 자율주행과 이동, 제어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의 최첨단 기술력이 총집결된 곳이 또 있다. 바로 세종시에 있는 데이터센터(각 세종)다. 네이버 관계자는 “단순한 근무 공간을 짓고 싶지 않았다. 기술 융합의 테스트베드를 만들고 싶었다”며 “네이버1784가 스마트 빌딩을 위한 ‘테크 컨버전스(융합)’라면,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네이버1784의 기술들이 수평으로 펼쳐진 스마트 캠퍼스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은 60만 유닛 이상의 서버를 수용하는 초대규모 데이터센터다. 부지만 29만4000㎡, 운영동과 서버실의 왕복 거리만 850m에 달한다. 각 세종에는 ‘가로(GaRo)’ ‘세로(SeRo)’ ‘알트비(ALT-B)’라는 세 종류의 로봇이 활동하고 있다. 가로는 고중량 서버와 자산들을 운송하는 로봇으로, 최대 400㎏ 물건의 적재가 가능하다. 작업자들의 안전과 주행 환경을 고려해 속도와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프리딕터블 내비게이션(Predictable Navigation)’ 기술이 적용돼 있다. 작업자가 필요할 때는 ‘파워 어시스트 모드(Power-Assist Mode)’로 전환해 직접 제어하며 사용할 수도 있다.
가로를 통해 정보기술(IT) 창고에 입고된 각종 제품은 세로라는 로봇이 처리한다. 세로는 IT 창고에서 자산을 자동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된 로봇으로, 높은 선반에 있는 서버 등을 관리한다. 2∼5㎜의 정밀제어를 통해 인간의 개입 없이 안전하게 자산을 넣고 꺼낼 수 있으며, 자산의 흐름과 라이프 사이클을 데이터화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데이터센터 내에서 직원들은 알트비라는 자율주행 셔틀을 타고 광활한 데이터센터 거점들을 이동할 수 있다. 직원들은 알트비를 ‘수평으로 펼쳐진 엘리베이터’라고 부른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팀 네이버’(네이버와 주요 계열사)는 이곳에서 지금까지 없던 기술들을 융합하고, 데이터들을 쌓는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공간을 위한 혁신적 운영 시스템들을 업데이트해 나갈 것이며, 이 모든 것이 팀 네이버의 기술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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