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친 이정후에 놀라움과 복잡함···LG가 주목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절차에 들어갔던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 달러에 입단 합의했다는 소식에 한국 야구 관계자 대부분이 놀라워했다. 대다수가 예측했던 계약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KBO리그 특급 선수에 대한 빅리그 구단의 평가 또한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도 됐다.
그중 프로야구 LG 관계자들의 반응은 조금 더 복잡하다. 조건부로 미국행을 허락하기로 했던 고우석이 이미 절차에 돌입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LG를 떠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LG는 구체적인 액수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적정 조건’을 제시받은 고우석이 미국행을 원한다면 구단주 재가를 거쳐 대승적 결단을 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그런데 수면 위로 드러난 이정후의 입단 조건을 볼 때는 고우석 또한 대부분이 이해할 ‘적정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이정후의 샌프란시스코 입단 합의 소식이 알려진 지난 13일 LG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되면 고우석도 미국으로 갈 가능성이 커진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정후와 고우석의 국내 에이전트이기도 한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가 이번주 귀국해 LG 잔류 협상 중인 임찬규를 비롯한 국내 선수 관련 작업을 다시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것으로도 보인다.
사실, 고우석의 미국행 가능성은 지난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을 통해서도 조금 더 구체화하던 중이었다.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미국 시장에 확실히 선수가 없다. 대부분 구단이 어느 정도 수준의 선수가 나오면 확보해두려는 눈치다. 연장선상에서 우리 선수들에 관한 관심 또한 전보다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윈터미팅을 다녀온 다른 구단 관계자 또한 같은 맥락의 얘기를 했는데 이정후의 입단 합의 조건으로도 국내 관계자들이 경험한 현지 분위기는 입증됐다.
LG로서는 고우석이 전력에서 빠질 경우의 ‘플랜B’를 조금 구체화해둬야 할 시점을 만날지도 모른다. 한편으론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을 받은 가운데 FA 잔류 협상 중인 함덕주와의 계약과도 연동되는 부분이다.
지난 시즌을 거치며 ‘마무리 대안’을 갖춰놓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묵직한 강속구의 백승현과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담대함으로 더 빛난 신예 우완 유영찬이 우선 조명된다. 사이드암으로 성장 가능성이 여전한 정우영과 박명근도 ‘디테일’의 완성도에 따라 마무리 투수로 뛸 수 있는 자원이다.
이정후와 다음 포스팅 주자인 고우석은 어떤 소식을 전할까. LG가 놀라움과 복잡 미묘함 속에 고우석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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