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시승]삼지창과 방패의 맞대결, 마세라티 그레칼레 VS 포르쉐 카이엔

2023. 12. 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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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V 차체에 모터스포츠에서 시작한 브랜드 정체성 담아

 스포츠카만 다루던 브랜드들이 SUV를 내놓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SUV들이 브랜드의 저변 확대에 성공하면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실패 없는 지속가능성이 돼버린 셈이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마세라티와 포르쉐도 매력적인 SUV를 갖고 있다. 마세라티의 두 번째 SUV 그레칼레와 어느덧 3.5세대를 맞이한 포르쉐 카이엔을 맞붙여봤다. 말 그대로 마세라티의 삼지창과 포르쉐의 방패가 그리는 엠블럼 대결이다.


 ▲살아있는 볼륨감, 그리고 디지털화
 두 차의 외관은 생동감 넌치는 볼륨감을 통해 차체 크기가 강조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여기에 헤드램프 위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누가 더 큰가를 자랑하는 느낌이다. 그 배경엔 각 브랜드가 추구하는 'GT' 성향이 있다. 그레칼레는 MC20, 포르쉐는 911에서 시작한 조형성이 스며들었다.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최신 디자인 정체성과 혁신을 고루 담고 있다. 외관은 키 큰 SUV의 성격을 반영해 수직형 디자인을 강조했다. 특히 그릴은 수직 패턴을 돋보이게 처리했다. 클래딩은 차체와 동일한 색상을 입혀 고급스러우면서도 도시적인 이미지가 물씬하다. 접근각과 이탈각이 크지 않아 SUV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없지 않지만 날렵해보인다는 장점도 있다. C필러는 웬만한 중형 이상 SUV들이 갖고 있는 쿼터글라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삼지창 로고를 부착해 브랜드를 알린다.



 카이엔은 간결한 디자인과 우람한 덩치를 뽐낸다. 사각형에 가까운 헤드램프와 기다란 테일램프로 포르쉐 일원임을 표현했다. 그레칼레와는 다르게 차체 하단에 클래딩을 둘러 오프로드도 어렵지 않게 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껑충한 체격은 SUV 다움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운전자에게 높은 시야를 제공한다.

 차체 크기는 카이엔이 길이 4,930㎜, 너비 1,983㎜, 높이 1,698㎜로 그레칼레(길이 4,850㎜, 너비 1,980㎜, 높이 1,665㎜)보다 조금 더 크다. 그러나 휠베이스는 그레칼레가 2,901㎜로 카이엔(2,895㎜)보다 길다.

 실내는 두 차 모두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두르고 디지털화를 이뤘다. 그레칼레는 마세라티의 상징 중 하나인 센터페시아 상단의 시계를, 카이엔은 포르쉐만의 5 원형 계기판을 디스플레이로 변경했다. 전자식 기어 레버도 센터페시아로 옮겨 센터 콘솔 활용도를 높였다. 큼지막한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준비했다.





 그레칼레는 12.2인치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의 12.3인치 메인 모니터 및 8.8인치 모니터로 운전석 주변을 채웠다. 오랫동안 간결한 기능 갖췄던 마세라티를 떠올리면 혁신적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의 무선 연결을 지원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소너스 파베르 음향 시스템과 거실 효과를 내는 간접 조명도 감성 품질을 높이는 요소다.






 카이엔은 사용자 경험 중심의 포르쉐 드라이버 익스피리언스를 통해 곳곳에 디지털 고도화를 반영했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스티어링 휠 주변에 배치하고, 스티어링 휠 뒤 왼쪽 레버에 드라이버 어시스턴스 시스템 작동을 위한 기능을 추가했다. 디지털 계기판은 12.6인치, 센터 모니터는 12.3인치다. 동반석에도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더할 수 있다. 실시간 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제어, 영상 스트리밍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뒷좌석은 두 차 모두 머리와 다리 공간이 넉넉해 성인 2~3명이 앉아 장거리 여정을 편하게 떠날 수 있다. 적재 공간은 그레칼레가 535ℓ, 카이엔이 772ℓ다.


 ▲한계 극복한 성능 대결
 두 차의 성능은 묘하게 교차된다. 먼저 그레칼레 모데나는 4기통 2.0ℓ 터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45.9㎏·m의 동력을 발휘한다. 카이엔은 V6 3.0ℓ 터보로 최고 355마력, 최대 51.0㎏·m를 내 표면적으로 우위에 있다. 하지만 몸으로 와닿는 동력 성능은 의외로 차이가 적다. 카이엔이 약 120㎏ 더 무거운 탓이다. 0→100㎞/h 가속은 그레칼레 모데나가 5.3초, 카이엔이 6초다.


 그레칼레는 가속 페달의 응답성이 예민해 살짝만 밟아도 속도가 제법 크게 올라간다. 48V 시스템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뤄지면서 터보차저의 과급 지연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주행 모드에 따른 엔진 반응도 두드러진다. 마세라티의 전매특허인 카랑카랑한 배기음도 여전히 매력을 더한다. 여러모로 기통 수의 한계를 벗어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8단 자동변속기는 영민하게 기어를 바꾸며 엔진이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카이엔은 처음부터 꾸준히 부드럽게 달려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다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과 풍부한 출력, 두터운 엔진음이 곁들여져 여유가 넘친다. 오랫동안 갈고 닦은 변속기 기술도 돋보인다. 카이엔은 8단 더블클러치를 조합했다.


 그렇다고 그레칼레가 성능 면에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무게 중심이 낮고 가벼운 차체 구조 덕분에 카이엔보다 역동적인 몸놀림이 나온다. SUV 같지 않은 주행 성향은 운전 재미를 경험하기에 충분하다. 하체는 빠르고 안락하게 달리는 GT의 특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적당한 좌우 쏠림을 보이는데, 동시에 비정상적인 움직임도 줄여 운전이 어렵지 않다. 지상고를 위 아래로 65㎜까지 오르내릴 수 있으며 고속, 승하차, 주행 모드 등 상황에 따라 알아서 제어하기도 한다.주행 모드는 컴포트, GT, 스포츠, 코르사와 오프로드를 지원한다.


 카이엔은 폭스바겐그룹 MLB 플랫폼을 써 엔진이 비교적 앞쪽에 위치한다. 물론, 핸들링의 귀재인 포르쉐답게 무게 배분만큼은 이상적으로 구현했다. 섀시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를 포함한 새 서스펜션이 돋보인다. 2챔버, 2밸브 기술을 포함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부드러우면서도 노멀,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 주행 모드에 따른 다른 감각을 선사한다. 큰 차체를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담백하게 추스르며 달리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호랑이와 사자 같은 대면
 두 차의 비교는 한마디로 호랑이와 사자를 맞붙인 느낌이었다. 카이엔이 더 나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각자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서로 맞닿으면서 선택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객관적인 평가보다 감성적인 영역, 주관적인 시선으로 두 차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SUV를 놓고 감성을 언급하는 것이 모순적이지만 고성능 프리미엄이라는 두 브랜드의 특성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가격은 그레칼레 모데나 1억3,700만원, 카이엔 1억3,310만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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