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장기 결장 걱정NO’ 대한민국 최고 아포짓 임동혁 있음에…“3라운드 MVP에는 표가 좀 나오겠죠?”

남정훈 2023. 12. 1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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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1시즌부터 2022~2023시즌까지 V리그 남자부 통합 3연패를 달성한 대한항공. 세 시즌 동안 3라운드까지 대한항공의 순위표는 항상 1위였다.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엔 KB손해보험과 박빙으로 붙어가긴 했지만, 1위는 대한항공이었다. 2022~2023시즌엔 2위 현대캐피탈과 넉넉한 차이로 1위를 달렸다.

2023~2024시즌은 다르다. 아직 3라운드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2위다. 그나마 1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승리하며 3연패를 탈출해서 얻어낸 결과다.

1세트만 해도 초반부터 크게 밀리며 대패하면서 4연패의 먹구름이 끼는 듯 했지만, 2세트부터 내리 세 세트를 잡아내며 3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승점 3을 챙긴 대한항공은 승점 28(9승6패)로 삼성화재(승점 25, 10승5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선두 우리카드(승점 31, 11승4패)와의 승점 차는 3이다.

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한숨 돌리긴 했지만, 경기력이 예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개막전부터 자리를 비웠다가 지난 7일 우리카드전을 통해 복귀전을 치른 토종 에이스 정지석은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다. 선발로도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주로 곽승석과 교체되어 전위 세 자리, 후위 세 자리를 소화하고 다시 웜업존으로 복귀하고 있다. 정지석 대신 시즌 초반 주전으로 출장해 맹위를 떨쳤던 ‘하마’ 정한용도 최근 들어 페이스가 주춤하다.

이 때문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13일 한국전력전에선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두 자리에 곽승석과 아시안쿼터 외국인 선수인 마크 에스페호(필리핀)를 기용했다. 에스페호는 지난 10월28일 KB손해보험전 이후 시즌 두 번째 선발 출장 경기에서 3세트 신들린 듯한 서브쇼를 선보이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으로선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 옵션을 더 얻게 된 셈이다.

지난 7일 우리카드전을 앞두고 팀 훈련 도중 허리 통증을 느낀 외국인 아포짓 스파이커 링컨 윌리엄스(호주)의 복귀는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링컨의 복귀는 언제인지 알 수 없다. 교체 여부는 아직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을 아꼈다.

그래도 링컨의 공백은 당분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아니 가장 걱정이 안 되는 포지션이 아포짓 스파이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틸리카이넨 감독이 “대한민국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다”라며 극찬하는 임동혁이 존재감 덕분이다. 임동혁은 13일 한국전력전에서도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1개를 곁들여 양팀 통틀어 최다인 23점을 몰아쳤다. 공격 성공률은 58.3%. 링컨의 부재를 전혀 체감할 수 없는 든든한 활약이었다.

경기 뒤 수훈선수로 인터뷰실에 들어선 임동혁은 “감독님이 ‘대한민국 최고의 아포짓 스파이커’라고 해주셨는데, 그 말에 걸맞은 선수가 되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동혁은 13일 기준 227점으로 전체 7위, 토종 1위에 올라있다. 공격 종합은 58.24%로 전체 1위다. 대한민국 최고 아포짓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가 됐다.

지난 10일 KB손해보험전에서 임동혁은 팀 공격의 48.76%를 혼자 책임지면서 66.10%의 공격 성공률로 42점을 몰아쳤다. 2021년 10월27일 현대캐피탈전에 기록한 38점을 뛰어넘는 ‘커리어 하이’였다. 임동혁은 “생각해보니 38점을 한 경기도, 지난 42점을 한 경기도 팀이 모두 졌다. ‘내가 살살해야 팀 밸런스가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히 지난 KB손해보험전은 팀이 패배하면서 정말 분했다. 이겼으면 커리어하이 기록에 따른 스포트라이트가 왔을텐데...오늘 경기는 지난 경기보다는 득점은 적었지만, 팀이 이겨서 기쁘다. 역시 팀이 이겨야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링컨의 부상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 부담스럽진 않을까. 임동혁은 “우리 팀이 아포짓 한 명에 의존하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괜찮다. 감독님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준다. 팀원들도 저를 믿어줘서 부담을 좀 내려놓으려 고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에는 임동혁과 제천공고 동창인 임성진이 있다. 고교 시절 함께 꿈을 키웠던 두 선수는 이제 어엿한 국가대표의 일원이 되어 한국배구를 이끌 재목으로 꼽힌다. 임성진은 최근 2라운드 MVP를 수상했다. 임동혁은 “(임)성진이가 2라운드 MVP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뭐 사줄거야?’라고 물어봤다. 다른 팀이지만, 성진이가 잘 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서로 응원하는 사이다. 물론 자극도 된다. 동갑내기 친구지만, 제가 프로에는 3년을 먼저 왔는데, 저는 아직 라운드 MVP를 받은 적 없다. 이번 라운드는 수상은 모르겠지만, 표는 꽤 나오지 않을까요?”라고 기대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주공격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임동혁은 최근 후위에서 공격할 때 어택라인을 밟는 범실을 왕왕 저지르고 있다. 이유를 묻자 “제가 오른손 잡이이다 보니 크로스 코스로 공을 때리려고 마음을 먹고 스텝을 밟으면 한 발 더 들어가다가 라인을 밟기도 한다. 앞으로는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임동혁은 경기 도중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 타이스 덜 호스트(네덜란드)의 넷터치 범실을 잡아내며 벤치에 비디오판독을 요청해 한 점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제가 평소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가 틀린 적이 많아서 제가 비디오 판독을 하자고 하면 코칭스태프들이 잘 들어주지 않는 편이다. 타이스 넷터치를 분명히 들어서 벤치를 쳐다봤는데, 최부식 코치님이 아닌 것 같다고 말렸지만, 해보자고 했다. 결국 성공했다. 오늘 적중한 것을 계기로 앞으론 더 믿어주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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