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⑥ 비움의 미학, 박서보 화백

이세영 2023. 12. 14. 07: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미술로 보는 세상'은 미술 작품을 통해 당시 화가가 살아갔던 시대상과 현재 세상 곳곳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연재물입니다. 연합뉴스 K컬처팀은 기존 연재물을 영상으로 확장한 크로스 미디어형 콘텐츠인 <영상으로 만나는 '미술로 보는 세상'>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미술 이미지는 영화, 광고 등을 넘어서 메타버스와 가상 및 증강현실까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K컬처팀은 미술 이미지를 통해 생각의 탄생과 사유의 확장을 표방하는 지식 콘텐츠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노석준(전 고려대 외래교수) RPA 건축연구소 소장과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영상예술학 박사)의 도움으로 제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화백이 선보인 '묘법'이야말로 그가 수십년간 천착해온 '비움의 미학'입니다. 그동안 묘법은 전 세계에 알려졌고 박 화백의 타계 소식이 여러 해외 SNS에서 나오는 걸 보고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미술로 보는 세상' 칼럼 저자 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는 지난 10월 타계한 박서보 화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도 기자는 이어 박 화백이 지난 해 11월 루이비통과 '아티카퓌신(Artycapucines·루이비통이 현대 작가 6인과 협업해 출시하는 제품 전)' 전시에서 협업한 내용을 전했다. 그는 "박 화백의 아티카퓌신은 작가의 대표 연작 묘법 중에서 2016년 작품을 기반으로 만들어 독특한 촉감과 질감을 재창조하기 위해 카프스킨 가죽에 붓질 효과를 냈다"며 "붉은색 가죽을 엄선해 고색 미가 배어나는 박 화백의 작품을 수작업으로 완벽하게 구현한 '콜라보'"라고 말했다.

카퓌신(Capucines)은 1854년 루이비통의 첫 공방 매장이 있던 '뇌브 데 카퓌신 거리(Rue Neuve-des-Capucines)'에서 나온 명칭이다. 루이비통은 2019년부터 매년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6인을 선정해 이들과의 협업으로 아티카퓌신전을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한국인 작가 최초로 박서보 화백이 다니엘 뷔랑(Daniel Buren),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피터 마리노(Peter Marino), 케네디 얀코(Kennedy Yanko), 아멜리 베르트랑(Amelie Bertrand) 등 세계적인 작가와 함께 선정됐다.

도 기자는 "단색화는 영어로 '모노크롬'이라 하는데 박 화백 작품은 극한의 추상화다"라며 "애플의 단순한 디자인에 영감을 준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단색화로 유명하다. 한두 가지색이나 심지어 단 하나의 색으로만 작가 내면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화백이 작업할 때 보여준 선 긋는 행위의 결과물을 집중해서 보면 지속해 반복된다"며 "작가 입장에서는 수행하듯이 작업에 임하며 결국 영원불멸의 어느 지점까지 갈 수 있다는 목표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도 "추상기계라는 이론이 있다. 영어로는 'Abstract machine'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지속해으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메커니즘이다"며 "추상 기계적 선 긋기 작업은 한계점이 없이 영원불멸의 영원성에 맞닿을 수 있는 그런 개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소장은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봤을 때 박 화백이 추구하는 영원성을 공간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며 "많은 사람이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무한대의 우주를 봤고 절대적 가치를 느껴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석수선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노 소장의 설명을 듣다 보니 추상의 개념이 뜨개질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단순하게 실을 위로 뜨고 아래로 뜨는 반복이 계속되면서 무언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소장은 "뜨개질이 단순 작업처럼 보이지만 굉장히 추상 기계적인 개념을 발견할 수 있다. 선이라는 1차원적 차원에서 시작해 실이 감기면서 만들어져 2차원적인 '표면'이 된다"며 "표면이 옷감이 되면서 공간 즉 옷이 돼 이러한 반복이 건축과 도시를 만드는 작업이 된다"고 강조했다.

'미술로 보는 세상' 출연진은 박서보 화백이 선을 긋는 모든 작업이 결과적으로 뜨개질처럼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공감했다. 박 화백의 '묘법'은 무한대의 우주 같은 공간을 만들며 관람객에게 절대적 가치를 느끼게 했다.

그것이 바로 박 화백의 타계를 수많은 세계인이 SNS를 통해 애도한 이유일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도광환, 진행 : 유세진·도광환·노석준·석수선, 촬영 : 김민규·유준하·이수아, 웹 기획 : 임소연, 자료조사 : 권순,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