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정후, 벌써부터 美 현지 기대감 폭발! "단 가장 큰 물음표 하나는..."
MLB 네트워크는 13일(한국시간)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예상 선발 라인업을 정리하면서 이정후를 전격적으로 리드오프에 배치했다. 수비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즉, 메이저리그로 진출하자마자 당장 주전으로서 팀 내 중책을 맡을 것이라 전망한 것이다. 아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공식 발표는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가 내년 시즌부터 팀 내 핵심 선수로 활약할 거라 장담했다.
앞서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등 미국 매체들은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한화 약 1484억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4년 뒤인 2027시즌이 끝난 뒤에는 옵트 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도가 사실일 경우, 이정후는 역대 한국인 포스팅 최대 규모 계약 및 계약 총액 2위라는 역사를 쓴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사실상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5일 MLB(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12월 4일 자로 이정후에 대한 포스팅 의사를 MLB 30개 구단에 공시했음을 통보받았다고 알렸다. 이어 한·미 선수계약협정에 의거, 이정후에 관해 관심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5일 오전 8시부터 내년 1월 3일 오후 5시 사이에 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시한 지 불과 약 1주일 만에 이정후의 행선지가 샌프란시스코로 결정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행선지로 가장 유력한 팀 중 하나였다. 이미 오랜 시간 전부터 이정후를 예의주시하며 가장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피트 푸틸라 단장이 2023시즌 막판인 10월에는 이정후가 뛰었던 키움 히어로즈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을 직접 방문, 이정후의 경기를 두 눈으로 지켜봤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9승 83패를 마크하며 승률 0.488로 4위에 머물렀다. 이에 2023시즌이 종료되자마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사령탑으로 2년간 활약했던 밥 멜빈 감독을 새롭게 영입하며 지휘봉을 맡겼다. 밥 멜빈 감독은 팀 내 약점인 외야수 포지션에 관해 미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운동 신경이 뛰어난 외야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는데, 결국 그 주인공은 이정후였다.
특히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의 성적과 함께 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타점 등 타격 부문 5관왕을 달성했다. 결국 MVP를 차지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정후는 통산 3000타석 이상 소화한 현역 선수 중 KBO 리그 통산 타율 1위에 랭크돼 있다. 다만 올 시즌에는 7월 왼 발목 신전지대 손상이라는 부상을 당하면서 86경기 출전에 그친 채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래도 이정후는 소속 팀 홍원기 키움 감독의 배려로 마지막 홈 경기에서 한 타석을 설 수 있었고,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MLB.com은 "이정후가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시즌은 2022시즌으로 당시 커리어 하이인 23개의 홈런을 때려냈으며, 10개의 3루타를 기록했다. OPS는 0.996을 마크했다"면서 "이정후에게 있어서 유일하게 빠진 툴을 하나 꼽자면 파워라 할 수 있다.(Power was the one thing missing from the 6-foot outfielder's tool kit) 그래서 지난여름에는 다소 기록이 떨어졌지만, 적어도 스카우트들에게 공을 야구장 밖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근육 능력을 보여줬다.(so while his production dropped this summer, he has at least shown scouts the ability to muscle the ball out of the ballpark)"고 냉철하게 평가했다.
이어 MLB.com은 "내년으로 만 25세의 나이가 되는 이정후는 한국 무대에서 모든 기량을 발휘한 뒤 이제 메이저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고 있다. 2017년 18세의 나이로 데뷔한 이정후는 통산 타율이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에 달한다. 부상으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던 2023시즌 타율 0.318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MLB.com은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에 관해서도 집중 조명했다. MLB.com은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강력한 가족력을 보여주고 있듯이, 이정후의 아버지는 한국의 레전드 유격수 이종범이다. 이종범은 한국에서 16시즌, 일본에서 4시즌을 각각 보냈는데, 별명이 '바람의 아들(Son of the Wind)'이었다. 통산 타율 0.297, 194홈런을 기록한 이종범은 1994시즌엔 4할에 가까운 타율 0.393의 성적을 거뒀다"면서 "바람의 손자로 불리는 이정후는 현재 개인 통산 69도루를 기록 중이다. 아마도 이종범보다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라도 분명 아버지와 똑같은 수준의 방망이 능력을 갖췄다(While the younger Lee, who is known as "Grandson of the Wind," may not have Jong Beom's speed, swiping 69 bags in his career thus far, he definitely has the same bat-to-ball skills)"고 평가했다.
MLB.com은 또 이정후의 과거 인터뷰 발언도 짚었다. 이정후는 WBC 대회에서 인터뷰를 통해 "나의 오랜 동료였던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는 그가 한국인도 메이저리그에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를 친구이자 동료로서 본받고 싶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팬들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타율 1위를 차지하는 역사를 창조하고 싶다(I want to lead the league in batting average and make history)"고 전했다.
또 다른 매체 ESPN도 샌프란시스코를 택한 이정후의 높은 잠재적 가치를 주목했다. ESPN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잠재적인 올스타급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어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정후가 김하성과 다르게 빨리 빅리그에 적응하는 것이다. 김하성은 빅리그 진출 후 두 시즌 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3년 차인 올해 반등에 성공했다. 이정후는 더욱 빠르게 적응하면서 평균 이상의 출루율 및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는 게 샌프란시스코가 바라는 시나리오"라면서 "이정후의 빼어난 콘택트 능력은 그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정후는 지난 2시즌 동안 삼진율이 5.4%에 그쳤다. KBO 리그 평균은 18.2%, MLB 평균은 22.7%였다"고 했다.
NBC 스포츠 베이 에어리어는 "이정후는 이번 오프 시즌 샌프란시스코가 가장 주목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시즌 도중에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스카우트 대상에 올랐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몇 년 동안 최고의 주전 선수로 활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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