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D-30] ③ 전문가 "미중 힘겨루기 바로미터…박빙 승부될 것"
막판 변수 3위 커원저 행보 지목…"사표방지 심리 작용 또는 사퇴시 허우 후보에 플러스"
"中, 美와 충돌 불사하며 대만 침공? 가능성 낮아…양안관계 불안정시 김정은 오판 초래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30일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 국제사회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경제적 위협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친미 성향과 친중 성향 후보 간 '미중 대리전'이 치러지는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국제정세에까지 그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만 대선이 갖는 국제정치와 지정학적 함의에 대해 "미중 관계 미래와도 굉장히 큰 관계가 있고 미중 힘겨루기의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대만 국립정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강 교수는 30년 이상 중국 문제와 대만 및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연구해 온 이 분야 전문가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과거 대만관계법에 더해 지난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만에 향후 4년간 45억 달러(약 5조8천억원) 규모의 안보 지원을 시행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대만정책법을 통과시키는 등 대만 수호 의지를 부쩍 강화해 왔다.
강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도 대만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특히 대만이 중국 수중으로 넘어간다면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인 대만해협이 중국 해안이 되면서 서태평양 작전에 엄청난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이 지역에 대한 미국 패권이 계속 유지될 수도, 아니면 미국의 힘이 더 이상 미치지 않는다는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친중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힘이 약해지는 틈을 뚫고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을 물리치고 확실한 지배권이나 헤게모니를 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는 선거 판세에 대해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현재로서는 약간 유리한 게 사실이지만, 남은 기간 친중 성향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가 역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예상했다.
단순히 최근 지지율로만 따져 보면 라이칭더 후보는 560만~570만표를, 허우유이 후보는 540만~550만표를 얻을 걸로 예상되고 중도 성향 민중당 커원저 후보는 250만~260만표를 가져갈 걸로 예상되지만, 사표를 우려한 커 후보 지지자 표가 선거 막판 라이 후보보다는 허우 후보 쪽으로 더 쏠릴 가능성도 있다는 게 강 교수 전망이다.
허우 후보와 커 후보는 지난달 한때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가, 누가 후보가 되느냐에 대한 이견으로 결국 단일화가 무산된 바 있다.
강 교수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득표율 40%를 넘기기는 힘든 만큼 근소한 표 차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박빙 구도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에서 그는 한 달 남은 대선 판세 최대 변수로 중도 성향인 커 후보 행보를 꼽았다.
그는 "커 후보 지지율이 더 빠질 경우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이 60%가 넘는 상황에서 선거 판세만 이상하게 흔들어놓았다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면서 막판에 커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커 후보가 사퇴한다면 커 후보 지지자들 표는 양당으로 분산되겠지만 그 중 국민당으로 결집하는 표가 더 많을 것으로 강 교수는 예상했다.
특히 대만 유권자들은 힘을 한 곳으로 잘 몰아주지 않으려는 견제와 균형 심리가 강하다면서 "민진당이 집권 8년을 했으면 됐지 더 하느냐라는 심리가 강해진다면 국민당 표로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커 후보가 완주할 경우에도 마지막에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판세를 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총통선거가 다가오면서 대만해협 안보 위기 조성 및 대(對)대만 무역 제재 또는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제한·파기 위협 등의 경제적 강압 조치로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대만 이민자들에 대한 특별 대우 등 친중 메시지를 지속해 발신해왔다. 강온 양면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라이 후보의 당선을 막고 친중 성향인 국민당 허우 후보의 당선을 지원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에 강 교수는 "중국이 정말 국민당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한다면 힘자랑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국이 개입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반중 정서가 더 커져서 민진당 표로 더 많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과거 민진당 천수이볜 총통이 당선된 2000년 대선을 보면 범국민당 진영이 롄잔 후보와 무소속 쑹추위 후보로 분열된 이유도 있지만, 당시 중국의 주룽지 총리가 "민진당 후보가 당선되면 전쟁"이라고 언급하면서 민진당 지지층 결집을 가져온 측면이 컸다고 강 교수는 설명했다.
또 2020년 1월 치러진 대선 때도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돌풍을 일으켰지만 2019년 6월부터 본격화한 홍콩 민주화 시위의 영향으로 대만 내 반중 정서가 급속히 커지면서 차이 총통이 손쉬운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강 교수는 이번 대만 선거에서 친미 후보와 친중 후보 중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서 양안 관계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 양상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독립·친미 성향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이 된다면 미중 갈등과 양안 관계 현재 긴장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안보를 강조하는 라이칭더는 미국에 기대려는 기류가 더 강해지고 대만 문제와 관련된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친중 성향인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중국과 직접 대화하고 중국과의 교류를 통한 안정적 관계를 강조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대중 압박을 하는 데엔 한계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측면에서 대만 카드를 놓고 보는 미중 관계는 라이칭더 당선 시에는 미국 쪽에, 허우유이 당선 시에는 중국 쪽에 각각 조금 더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강 교수는 국제사회 관심이 쏠려 있는 중국의 대만 침공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를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2027년이나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한다는 관측에 대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런 발언도 주목해야 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시 미국과 충돌이 불가피해진다는 점을 더 큰 이유로 꼽았다.
강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대만에 대한 공격을 했을 때 미국과의 충돌을 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될 텐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시 주석이 미국과의 충돌까지 불사하면서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이 4 연임이나 그 이상 영구집권까지 노린다고 가정할 때 대만 통일이 플러스가 된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만 침공이) 실패할 경우 권좌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모험에 나설지는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대만 선거가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도 상당하다면서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관계 파고가 높아지고 양안 관계가 불안정해질 경우 김정은의 오판을 불러일으켜 우발적인 도발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한국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세를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국과 대만은 삼성과 TSMC란 기업을 보유한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이라면서 경쟁도 하지만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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