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이언티 “6년만 정규 발매, 녹슬고 싶지 않아요”
“오랜만에 앨범을 냈다. 티는 안 났지만 되게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라고 운을 뗀 자이언티는 “창작을 할 때 노래보다 앨범명을 먼저 짓는 경향이 있다.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편안한 음악, 자전적인 음악, 여러 장르를 한 번에 담은 압축 파일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집’으로 결정했다. 다른 좋은 노래도 많았지만 ‘보여드릴 것만 보여드리자’고 생각하고 작업했다”라고 말했다.
신보에는 트리플 타이틀곡 ‘언러브(UNLOVE)(prod. HONNE)’, ‘모르는 사람’, ‘V(Peace)(feat. AKMU)’를 비롯해 ‘하우 투 유즈(How To Use)(intro)’, ‘내가 좋아하는 것들 (feat. Benny Benack III)’, ‘낫 포 세일(NOT FOR SALE)’, ‘투명인간’, ‘불꺼진 방 안에서(feat. 윤석철)’, ‘돌고래’, ‘해피엔딩’이 수록됐다. 10곡으로 꽉 채운 정규 앨범이다.
자이언티는 앨범의 모든 곡이 자전적 이야기를 쓴 것이라고 소개했다. 후보로 수많은 곡이 있었지만, 건방지고 발칙한 노래나 너무 신나는 노래를 제외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맞는 곡들을 선정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렇게 추린 곡 중 3개 트랙을 타이틀로 내세웠다.
자이언티는 “음원 사이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삭제할 때 ‘언러브’라는 표시가 나온다. 요즘에 ‘리셋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겼더라. 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정리할 때 피드에 글을 지우고 하는 것처럼 단호해지고 무감각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션으로서 대중이 제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서 지워갔을 것을 생각하면 좀 슬프더라. 그래서 이 노래를 작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타이틀곡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가장 가까이 있는 친구, 연인, 가족을 내가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어두운 면이나 감정이 있지 않나. 그런 사각지대가 있을 것 같아서 이 노래를 쓰게 됐다. 외로운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르는 사람’ 뮤직비디오에는 배우 최민식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자이언티는 “최민식이 지금까지 한 번도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 정말 영광이었다. ‘왜 참여해 주시는 거냐’고 물었더니 본인도 어이없어 하면서 ‘음악이 좋더라고요’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배우 최민식을 알지만,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지 않나. 최민식의 이면을 어떤 식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최민식을 대변할 수 있는 작품 중 하나인 영화 ‘올드보이’를 뮤직비디오에 실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올드보이’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개미를 등장시키게 됐다. 마침 올해가 ‘올드보이’ 개봉 20주년이라 더 좋았다”면서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 타이틀곡인 ‘브이(V)’는 악뮤가 피처링을 했다. 자이언티는 “90년대 초반에 붐이었던 일본의 시부야 케이의 노래 같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 남녀 혼성인 부분 등을 참고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V’를 하고 찍지 않나. ‘이 공통된 자세는 뭐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만들게 된 노래”라고 소개해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아티스트들에게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은 큰 부담이다. 음악 소비문화가 실물 앨범이 아닌 음원 형태이다 보니, 다수의 곡이 담긴 정규 앨범을 발매해도 실제 대중이 듣는 노래는 타이틀곡이나 활동곡 정도이기 때문. 자이언티 역시 소비 패턴이 빨라진 음악 시장에서 정규 앨범의 경쟁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다.
“물론 싱글 앨범을 두, 세장 내는 게 정규 앨범 한 장 내는 것보다 더 수입이 많은 것은 맞아요. 그럼에도 정규 앨범이 중요한 이유는 진정성을 가진 뮤지션이 브랜딩의 요소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죠. 6년 전 제가 정규 앨범을 냈을 때 중학생이었던 친구들이 이제는 성인이 됐어요. 세상이 바뀌었고, 리브랜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저는 지금 다시 0에서 1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2011년 ‘클릭 미’로 데뷔한 자이언티는 그간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 ‘노 메이크업’ 등의 히트곡으로 사랑 받았다. 특유의 감성과 상상 못한 비주얼로 음악 팬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 아티스트로 평가 받는다.
데뷔 12주년을 맞은 그에게 앞으로 어떤 길을 가고 싶냐고 물으니 “현재 시점에서 2가지가 생각난다. 하나는 이 업계 안에서 어떤 인재로 클 수 있을 지다. 뮤지션이 아닌 인재로서 영향력 있고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 두 번째는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계속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지다. 에너지를 다하는 순간까지 계속해서 신인 감독, 뮤지션, 비주얼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며 녹슬지 않고 싶다”면서 눈을 빛냈다.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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