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리포트] "도심 속 나만의 창고 '다락'···IoT와 결합해 해외진출"

박진용 기자 2023. 1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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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국내 셀프 스토리지 독보적 1위
전국 85개 지점···재이용률 90%
신발 48개 들어가는 유닛부터
우체국 5호 스타일까지 다양
금융맨서 창업가로 변신 성공
"한계 없는 삶 위해 창업 택해"
글로벌 무인솔루션 수요 공략
[서울경제]

셀프스토리지(Self-storage)는 개인이나 기업이 직접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다. 국내에서는 미니창고나 공유창고로 불린다. 셀프스토리지 산업은 한국보다 앞서 도시화를 경험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했다. 도시의 좁은 집을 넘어 따로 짐들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마크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셀프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513억 달러(약 67조 원)에서 2027년 714억 달러(약 94조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세컨신드롬은 한국 셀프스토리지 산업의 개척자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미니창고 다락'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재 85개에 달한다. 누적 창고 계약 건수는 약 10만 건, 서비스 재이용률은 90%가 넘는다. 개별 지점은 신발 박스 48개가 들어가는 가장 작은 사이즈의 유닛(창고)부터 우체국 5호 박스 72개가 들어가는 대형 유닛까지 총 5종류를 갖췄다. 가장 작은 유닛(0.5mⅩ1m)은 5~8만원 대, 가장 큰 유닛(1mⅩ3m)은 월 25만 원이 넘는 비용을 내야 한다.

◇금융맨에서 창업가로 변신

홍우태(사진) 세컨신드롬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등 금융권에만 11년을 몸담았던 금융 전문가다. 금융권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던 홍 대표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 창업을 결심했다. “제 사업을 하면 결과는 예측이 어렵지만 한계가 정해져 있지 않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금융 전문가답게 바로 창업에 뛰어들지 않고 한동안 철저한 시장조사에 몰두했다. 다만 다른 창업가들처럼 사업 아이템을 고르기 전에 창업 원칙을 먼제 세우는데 골몰했다. 홍 대표는 “현금 창출이 쉽고, 인공지능(AI)과 관련이 있고, 국내에 없는 사업을 하겠다는 3가지 기준을 오랜 고민 끝에 결정했다”면서 “안정적인 회사원 생활을 하다 사업가로 변신하는 만큼 바로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에 끌렸고,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면서 국내에 없는 산업을 찾다 보니 ‘짐 보관 서비스’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1인 가구 증가세와 함께 동반 성장

홍 대표는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맞물려 넓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욕망이 앞으로 화두가 될 것으로 봤다. 홍 대표는 “우리나라는 서울을 비롯한 도시에 인프라가 밀집해 있어 집값이 계속 올라가도 도시의 좋은 인프라를 누리려는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 과정에서 공간 부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만의 공간에서 쾌적하게 살고 싶은 마음은 커지는데 주거 선택의 폭은 좁다 보니 물건 보관할 곳을 '아웃소싱'하는 흐름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한 미니창고 다락은 서울 60곳을 비롯해 수도권 23곳과 대전·대구 각각 1곳 등 전국에 총 85곳으로 늘어났다. 다락 이용자를 살펴보면 1인 가구 비중이 46%로 다가구보다 높다. 연령대는 20~40대가 주요 고객이다. 특히 원룸 거주 비율이 높은 20대 비중은 2018년 20%에서 지난해 27%까지 늘어났다. 실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및 투자 관리 회사 존스랑라살(JLL)코리아 리포트는 "선진국 셀프스토리지는 단순히 짐을 보관하는 창고 개념인데 반해 한국은 주거 비용 부담으로 인한 협소한 주거 공간을 대신하는 공간의 역할이 크다”며 “소득과 소비 증가에 따라 물품 보관 수요도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단순 공간 임대에 그치지 않고 비대면 픽업 서비스를 비롯해 짐을 포장·배송·보관까지 해주는 서비스도 큰 호응을 얻었다. 세컨신드롬은 고객이 원하는 경우 물품을 대신 처분도 해준다. KT와 공동개발한 무인 운영 관제 시스템을 통해 지점 내에 발생하는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도 도입했다. 홍 대표는 “궁극적으로 다락 서비스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하이퍼 스페이스’ 기업으로의 도약”이라며 “공간 비즈니스를 데이터·물류 등과 접목시켜 스마트폰 하나로 보관 물품을 확인·이전·처분까지 가능토록 하고, 빠른 배송이 가능한 퀵커머스 서비스에 다락을 접목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내년은 해외 진출 원년

세컨신드롬은 내년을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홍 대표는 “셀프 스토리지 산업은 해외에서 먼저 성장했지만 부동산 투자 관점이 지배적이고 덩치도 워낙 크다보니 디지털화를 이뤄낸 사례가 없다”면서 “이용자와 관리자가 동시에 모든 업무를 디지털로 처리할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기 때문에 승부를 걸어볼 만 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다락은 앱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잠금장치 및 출입 시스템을 3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온도와 습도 등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 생활용품이나 가구 외에도 고급 의류, 와인, 미술품, 서적 등을 수집하는 마니아 층도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홍 대표는 “100평 규모에 약 300개의 IoT 디바이스가 적용될 정도로 이제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났다”며 “글로벌 시장 74조 원 중에서 무인화 솔루션 수요는 최소 5조 원 정도는 될텐데, 이 부분부터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지점 내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무인 관제 솔루션을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해 3년 내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권욱 기자 uk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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