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커지는 외인 비중, 스카우트 능력이 순위를 좌우한다…올해 농사는 누가 잘 지었나[2023 K리그 결산 <중>]

정다워 2023. 12.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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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MVP를 수상한 울산현대 김영권과 감독상 홍명보 감독 등 수상자들이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04. 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K리그1 베스트11 MF부문 수상자인 제르소가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베르단은 불참했다. 2023.12.04.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K리그1 베스트11 FW부문 수상자 주민규와 제카가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2.04.잠실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앞으로는 외국인 선수 농사가 더 중요해진다. 올시즌 성적을 보면 알 수 있다.

2025년부터 K리그1은 아시아쿼터를 폐지하고 외국인 선수 6명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일단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지만, 수년 내로는 이 제한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갈수록 국내 선수 수급은 어려워진다. 실력 있는 선수는 쉽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실제로 많이 떠난다. 팀이 25개로 늘어나면서 선수의 몸값은 한없이 치솟는다. 시장의 논리는 연봉 공개, 재정 건전화 정책 등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반대로 간다. 결국 외국인 선수를 잘 데려오는 게 국내 선수를 큰 돈에 영입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외인 농사를 잘 짓는 팀이 돈도 아끼고 좋은 성적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올시즌 2위에 오른 포항 스틸러스는 선수 연봉이 리그에서 중하위권에 해당하는 팀이다. 그런데도 울산 현대와 우승 경쟁을 했다. 제카와 오베르단, 완델손, 그리고 그랜트 등 보유한 외인 4명이 모두 시즌 베스트11에 들어가는 맹활약한 덕분이다. 단 한 명의 실패 없이 100% 적중했다. 성공적인 외국인 영입이 성적으로 이어진 모범 사례다.

우승팀 울산도 외인 영입을 잘한 대표적인 팀이다. 바코를 비롯해 마틴 아담, 루빅손, 아타루 등이 모두 제 몫을 했다. 보야니치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게 아쉽지만 뚜렷하게 실패한 외인은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올시즌 최고 돌풍의 팀은 광주FC도 이정효 감독의 ‘보는 눈’ 덕분에 좋은 전력을 갖췄다. 아사니를 비롯해 토마스, 베카, 티모, 아론 등은 모두 ‘평타‘를 쳤다. 베스트11급 선수는 없지만 광주가 많은 돈을 들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합격점을 줘도 무방하다.

파이널A에 진입한 인천 유나이티드도 성공적이었다. 에르난데스, 음포쿠, 제르소, 무고사, 그리고 델브리지까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제 몫을 했다. 제르소는 베스트11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검증된 외인’을 영입하는 작전이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 파이널A에 들어가지 못한 대전은 티아고, 안톤, 마사 등을 주력 자원으로 활용했다. 레안드로의 기여도가 떨어지고 시즌 도중 합류한 구텍이 부상으로 조기에 전력에서 이탈한 게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농사를 지었다고 볼 수 있다. 2부 리그에서 검증받은 티아고 영입이 맞아떨어졌고, ‘뉴페이스’ 안톤도 성공적으로 리그에 안착했다.

하파 실바와 환호하는 송민규. 제공 |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뮬리치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1 강원FC와 경기에서 골문을 벗어난 슛에 아쉬워하고 있다. 2023. 12. 2. 수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반면 울산과 우승 경쟁해야 하는 전북 현대의 스카우트 능력은 낙제점에 가까웠다. 특히 전북에 가장 중요한 영입생이었던 하파 실바, 안드레 루이스 두 명은 일찌감치 팀의 골칫거리가 됐다. 한 시즌 만에 꼭 처분해야 하는 선수로 전락했다. 시즌 도중 데려온 수비수 페트라섹은 후반기 7경기에 출전했는데 시즌 막바지엔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밥값을 한 선수가 보아텡인데, 대단히 성공적인 영입으로도 보기는 어렵다. 과거와 달리 전북도 국가대표급 선수를 영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외인 영입에 더 신경 썼어야 하지만 이 중요한 지점을 놓치면서 리그 4위라는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다이렉트 강등을 당한 수원 삼성도 이에 못지않게 스카우트를 못했다. 이미 몇 년째 외인 영입에 실패하고 있는데, 이 약점을 개선하지 못한 게 강등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감독이 원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 외인을 반복해 영입한 게 문제였다. 그렇게 데려온 뮬리치나 웨릭포포 등은 기여도가 떨어졌다. 그나마 아시아쿼터로 영입한 카즈키 정도가 유일하게 성공적인 영입이었다.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애매한 팀은 FC서울이다. 팔로세비치, 윌리안, 오스마르 등 비중이 컸던 선수들도 있지만 일류첸코는 1골에 그치면서 애매한 선수가 됐다. 비욘존슨, 아이에쉬는 왜 데려왔는지 모를 정도로 눈에 보이지 않았다.

승강플레이오프로 향한 강원FC와 수원FC도 외인의 활약을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특히 강원은 가브리엘이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했지만, 야고 웰링턴 등은 존재감이 약했다.

리그에서 가장 적은 세 명의 외인만 활용한 제주 유나이티드는 주민규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은 유리 조나탄이 10골4도움을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했다. 헤이스도 8골5도움으로 제 몫을 했다. 하지만 링이 11경기 출전에 그쳤고, 외인을 적게 영입하며 작은 선수단을 추구한 결과가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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