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이정후 '미친 몸값'에 美·日 모두 놀랐다, 벌써 '1번 타자' 유력 후보까지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된 그에게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모두가 놀랐다. 벌써 팀의 새로운 1번 타자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13일(한국시간)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 기자와 디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기자 등 미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 원) 계약에 합의했다.
해당 계약서에는 4년 뒤 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을 파기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일명 '옵트아웃' 조항 역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 선수 중 MLB 포스팅 역대 최대 규모다. 2012년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한 류현진은 6년 3,600만 달러를, 김하성은 4년 2,800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정후는 이보다 훨씬 큰 계약을 맺었다. 역대 코리안 메이저리거 계약에서도 지난 2013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한 7년 1억 3,000만 달러에 이은 2위 규모다. 지난 10일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234억 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으며 프로 스포츠 역사를 새로 작성한 오타니 쇼헤이 역시 2018년 포스팅 당시 계약금 231만 5,000달러, 첫 해 연봉 54만 5,000달러에 그쳤다. 그만큼 이정후의 이번 계약 규모는 대단하다.
이어 이정후는 지난해 12월 일본 요시다 마사타카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5년 9,000만 달러 계약을 넘어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을 올렸다. 범위를 전체 포지션으로 넓히면 2014년 1월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한 7년 1억 5,500만 달러에 이어 이정후가 두 번째다.
일본 매체 스포츠닛폰은 이정후 계약 소식을 전하며 "이정후가 요시다의 계약 총액을 뛰어넘는 아시아 야수 최고액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또 스포츠 호치는 "한국 이치로가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이정후는 과거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뛴 이종범의 아들이다. 그는 KBO리그에서 7년 연속 3할의 타율을 넘어서며 '한국 이치로'로 자리매김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매체의 평가 역시 좋았다. CBS 스포츠와 MLB.com은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 차기 1번 타자로 낙점했다. 구체적인 라인업으로는 이정후(중견수)-라몬테 웨이드 주니어(1루수)-마이크 야스트젬스키(지명타자)-마이클 콘포토(좌익수)-제이디 데이비스(3루수)-미치 해니거(우익수)-타이로 에스트라다(2루수)-패트릭 베일리(포수)-마르코 루치아노(유격수)로 봤다. MLB.com은 "이정후는 25세의 젊은 외야수다. KBO에서 통산 타율 0.340,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의 좋은 공격을 보였다 어떤 시즌에도 0.318 이하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이어 "이정후의 합류로 샌프란시스코 외야진은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미치 해니거, 마이클 콘포토 등과 함께 이정후를 조합 할 수 있고, 해당 선수들을 지명 타자로도 가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SPN은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0.340, 한 시즌 최고 0.360(2021년)의 타율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에 뽑힌 2022년에는 타율 0.349, 출루율 0.421, 장타율 0.575를 올리고, 개인 한 시즌 최다인 23홈런을 쳤다"며 "2022년에는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라고 이정후의 선구안을 높게 평가했다. 또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 영입에 가장 가까운 구단이었다. 김하성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외야 교통 정리와 함께 유력한 영입지로 꼽혔으나, 샌프란시스코가 미소를 짓게 됐다. 지난달 21일 MLB 네트워크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이저리그 저명 기자인 존 모로시는 "이정후는 좋은 콘택트 능력을 갖췄다. 중견수로 주로 나서며 코너 외야 수비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올 시즌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아직 25세의 젊은 선수"라고 말했다.
또 MLB 네트워크는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 관심을 보이는 건 놀랍지 않다. 두 구단은 KBO리그에서 뛰는 이정후를 보기 위해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이정후는 두 팀이 이번 겨울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선수에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관계는 지난달 10일,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고척돔 경기를 찾으면서부터 시작됐다. 푸틸라 단장은 부상에서 복귀해 대타로 나선 이정후를 보며 박수를 보냈고, 경기 전 이정후의 훈련 모습을 살펴보면서 "타석에 들어서기 전 6, 7번의 스윙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뜬공을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에너지가 정말 대단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평가했다. 당시 FOX스포츠는 "한국에서 훌륭한 성적을 보인 선수이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보다 재능있는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5세에 불과한 이정후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팀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의 낮은 외야 뎁스 역시 이정후 영입에 중요한 요소가 됐다. MLB.com은 "KBO에서 골든글러브를 5차례나 받은 이정후다. 그는 상위급 수비력을 갖춘 중견수로 평가된다"고 말했었다.
실제로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는 뚜렷한 '주전 중견수'가 없었다.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한 중견수인 루이스 마토스는 76경기에 나서 타율 0.250, 2홈런, 14타점 다소 아쉬운 성적을 냈다.
현지 매체는 이정후의 몸값으로 5천만 달러 수준을 예상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이정후의 예상 FA 계약 규모를 5년 5,000만 달러로 봤다. 디애슬레틱은 5,000만 달러를 훨씬 넘긴 4년 5,600만 달러(약 733억 원)를 예측했으나, 실제 계약은 이보다 2배가량 많은 금액이었다.
KBO 리그에서 이정후는 아버지인 이종범 코치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고의 선수였다. 이정후는 휘문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7년 1차 지명으로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하여 리그를 제패했다. 이정후는 데뷔 첫해부터 팀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가져간 것은 물론, 정규시즌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12도루 OSP 0.812의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또 KBO 신인 선수 최다 안타 기록까지 갈아치우며 '바람의 손자'라는 수식어가 탄생하게 됐다.
또 흔히 보이는 '2년 차 징크스'도 없었다. 이정후는 2018년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6홈런 57타점 11도루 OPS 0.889의 좋은 성적을 냈고,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수로 거듭났다. 이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 획득은 물론 데뷔 첫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받았다.
2019시즌에도 타율 0.336(574타수 193안타) 6홈런 68타점 13도루 OPS 0.842를 올렸고, 타율 0.333(544타수 181안타) 15홈런 101타점 12도루 OPS 0.921로 폭발했다. 특히 2020시즌에 올린 15홈런은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돌파이기도 했다.
2021시즌엔 이종범과 함께 한미일 프로야구 역사 최초 '부자(父子) 타격왕' 타이틀을 챙겼다. 당시 이정후는 타율 0.360(464타수 167안타) 7홈런 84타점 10도루 OPS 0.959를 올렸다. 슈퍼스타급으로 평가받는 'OPS 0.900 이상'을 2년 연속 돌파했다.
그리고 2022시즌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정후는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5도루 OPS 0.996으로 2년 연속 타격왕과 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올 시즌엔 발목 부상으로 인해 시즌 중반 이탈하며 결국 수술대에 올랐으나, 그럼에도 타율 0.318(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0.861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한편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팅 비용을 원소속구단인 키움에 지급해야 한다. 포스팅 비용은 계약 액수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전체 보장 계약금이 2,500만 달러 이하면 보장 계약금의 20%, 2,500만 달러 초과~5,000만 달러 이하면 2,500만 달러의 20% 금액+2,500만 달러 초과분의 17.5%로 포스팅 비용을 지불한다. 5,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일 경우 2,500만 달러의 20% 금액+2,500만 달러 초과분의 17.5%+5,000만 달러 초과분의 15%를 모두 더해 지급한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가장 마지막에 해당(5,000만 달러 초과)에 해당한다.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인 만큼,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2,500만 달러의 초과(2,500만 달러의 17.5%=437만 5,000달러) 금액, 5,000만 달러의 초과분인 6,300만 달러의 15%인 945만 달러를 모두 더하면 된다. 해당 내용들을 총합하면 무려 1,882만 5,000달러(약 248억 5천만 원)의 금액을 키움이 가져가게 된다.
KBO리그 연도별 이정후 성적 (2017~2023)
2017년: 144경기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2홈런 47타점 OPS 0.812
2018년: 109경기 타율 0.355(459타수 163안타) 6홈런 57타점 OPS 0.889
2019년: 140경기 타율 0.336(574타수 193안타) 6홈런 68타점 OPS 0.842
2020년: 140경기 타율 0.333(544타수 181안타) 15홈런 101타점 OPS 0.921
2021년: 123경기 타율 0.360(464타수 167안타) 7홈런 84타점 OPS 0.959
2022년: 142경기 타율 0.349(553타수 193안타) 23홈런 113타점 OPS 0.996 (MVP)
2023년: 86경기 타율 0.318(330타수 105안타) 6홈런 45타점 OPS 0.860
사진=FOX스포츠, 연합뉴스, MLB 네트워크, MLB.com, MLB 코리아 공식 SNS, 클러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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