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에게 퇴짜→이정후 영입 올인…절망에 빠진 SF, 1490억원 계약 놀랍지 않다" 美 언론
[OSEN=이상학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5)가 예상을 뛰어넘는 초대박 계약을 따냈다.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 영입에 실패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절박함이 이정후에게 큰 호재였다.
‘MLB 네트워크’를 비롯해 미국 언론들은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90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4년 뒤인 2027년 시즌 후 FA가 되는 옵트 아웃을 포함한 조건으로 선수 친화적인 계약이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도 이정후 포스팅 금액으로만 1882만5000달러(약 247억원)를 받게 됐다.
지난 2012년 12월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한 투수 류현진을 넘어 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그 진출 선수로는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또한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에 FA 계약을 체결한 외야수 추신수에 이어 한국인 역대 총액 2위 기록. 지난해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5년 9000만 달러에 사인한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를 넘어 아시아 출신 타자로는 역대 최초로 1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절박함이 ‘이정후 올인’으로 이어졌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 몇 년간 FA 시장에서 거물 선수 영입에 실패했다.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 카를로스 코레아(미네소타 트윈스),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에 이어 올해는 오타니에게도 외면을 받았다. 오타니는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로 전 세계 프로 스포츠 역대 최고액에 FA 계약했다. 계약 총액의 97.1%에 달하는 6억8000만 달러를 계약 종료 이후 지급받는 ‘디퍼’를 넣으면서 큰 화제가 됐는데 샌프란시스코도 비슷한 조건을 제시했다.
오타니는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파크를 찾아 파르한 자이디 야구운영사장, 밥 멜빈 감독, 버스터 포지 공동 구단주 등 구단 수뇌부를 만났다. 샌프란시스코는 오타니와 2시간 동안 미팅을 가졌지만 다저스에 졌다. ‘AP통신’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자이디 사장은 “다저스와 똑같진 않지만 계약 구조나 총액 모두 매우 비슷한 조건이었다. 처음부터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큰 계약을 제안했다. 우리만 그렇게 제안한 것은 아니겠지만 오타니에게 우리의 공격성과 진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타니의 요구 조건을 듣고 제안을 조정해 금액을 더 올렸다”고 밝혔다.
오타니 측에서 다저스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가능한지 문의했고, 자이디 사장은 ‘가능하다’는 답변했지만 오타니의 선택은 다저스였다. 자이디 사장은 “오타니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지만 선수의 선호도, 지역적인 측면에서 불리함이 있었다”며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을 원한 오타니의 선호도에 의해 희비가 갈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오타니 영입 실패로 샌프란시스코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산 8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빅마켓’ 명문 구단이지만 최근 7년간 가을야구 진출 1번에 그쳤다. 그렇다고 리빌딩도 아닌 어중간한 행보를 보여 팬들의 실망감이 갈수록 커졌다. 2017년 3위(330만3652명)였던 홈 관중 순위는 올해 17위(250만153명)까지 리그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빅네임 영입을 통해 구단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마저 계속 실패했다.
일본 최고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 영입전도 뉴욕 메츠, 양키스 2파전으로 흐르면서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올인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이정후 영입전에 뛰어든 가운데 샌프란시스코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1억 달러 이상 대형 계약으로 구단의 의지를 만천하에 보여줬다. 이정후뿐만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구단으로서도 상징적 의미가 있는 계약이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이날 이정후의 계약 소식을 전하며 ‘샌프란시스코는 팬들과 그들 자신의 온전한 정신을 위해서라도 원하는 FA 선수 영입에 있어 계속 2위만 할 수 없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절망의 늪에 빠진 팀을 냄새 맡는데 있어 사냥개와 같다.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를 공식적으로 놓친 날, 이정후 영입을 위해 재빨리 움직인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업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6년 1억1300만 달러 보장 금액도 놀라운 것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키움 히어로즈에 내야 하는 1900만 달러에 가까운 포스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에 대한 총 투자 금액은 1억3180만 달러에 육박한다. 그만큼 샌프란시스코는 치열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한 로스터 개선 의지가 강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나아가 디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평가하기 위해 여러 차례 한국으로 스카우트를 떠났고, 10월에는 피트 푸틸라 단장까지 보냈다. 샌프란시스코는 젊고 운동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했다. 타격과 함께 수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견수를 찾고 있었다. 만약 이정후가 샌프라시스코 기대만큼 활약한다면 팬들을 다시 흥분시킬 수 있는 젊은 올스타급 선수로 프랜차이즈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될 것이다. 지난 2년간 샌프란시스코는 말도 안 되게 지루한 팀이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큰 걸음을 하나 내딛었다’고 이정후 영입의 의미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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