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주총도 행동주의 예고…핵심은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경영진과 이해상충 여부 살펴야"
내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의안 분석기관과 기관투자자들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 독립성'과 '이사회 성별 다양성 강화'를 눈 여겨봐야할 안건 주제로 꼽았다.
"내년도 행동주의 해 될 것"
글로벌 주주총회 자문기관 머로우소달리와 의결권 자문기관인 글래스루이스는 지난 13일 '2024년 한국 주주총회 시즌 프리뷰'를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가 발제를 맡아 주총 트렌드와 의결권 행사지침 등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자들을 비롯해 삼성자산운용은 업계를 대표해 패널토론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내년 정기주주총회 시즌에도 행동주의 흐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글래스루이스에 따르면 2023년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은 전년대비 47% 증가했다. 김준호 글래스루이스 애널리스트는 "올 주총에서는 지난 6년간 가장 많은 주주제안이 나왔고, (내년에도 주주제안에 관한) 관심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주주제안이 아직 배당 등 자본금 관련 정책에 집중된 건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김준호 애널리스트는 "아직까지 올해에는 환경 관련 안건이 없고, 배당금과 자본금 관련 정책이 주요 안건으로 나온다"며 "현재 활발한 주주제안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다양한 주주제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정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올해 주총에선 행동주의펀드,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많았다"며 "그런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외이사 이해상충 여부, 직접적 관련성이 중요"
토론 주제로 제시된 이사회 독립성과 관련해서는 사외이사의 이해상충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준호 애널리스트는 "(후보자가) 회사와 비즈니스 관계가 있었던 사실을 공시에서 알 수 없고 리서치 단계에서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독립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외이사 독립성 이슈가 있는 기업과 고문(혹은 사외이사)이 속한 집단간 거래 관계에 대한 내용을 공개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가 속한 조직과 거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후보에서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안효섭 한국 ESG연구소 본부장은 "독립성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후보자와 거래관계가 있는지 여부"라며 "사외이사 후보가 속한 조직과 기업 간 거래관계가 있더라도 후보자가 직접 담당자가 아니면 문제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후보자가 기업 거래를 직접 담당하고, 거래규모가 상당비중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직접적인 관련성에 대해 소명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원정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현실적으로 보면 한 기업의 거래 기관 전체를 인력풀을 빼고나면 사외이사로 추천할만한 후보가 상당히 사라지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기업이 대학에 기부금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 그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도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며 "소속된 집단보다는 개인이 기업과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를 보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이사 선임 의무 어긴 후보추천위도 책임"
여성 이사 선임 의무에 대해서는 의결권 분석기관들은 보수적인 기준을 내세웠다. 작년 8월부터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여성 이사를 최소 1명 선임해야 한다.
윤소정 ESG기준원 팀장은 "올해 초 가이드라인 개정해 여성 이사 선임 관련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경우 다수 성에 해당하는 이사 선임에 대해 모두 반대하도록 권고했다"며 "후보추천위원회로 재직하는 동안 해당 법을 위반할 경우 5년이내 해당 회사 또는 타회사 이사로 선임될 때 반대의견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김준호 애널리스트는 "상법상 대기업은 이사 수에 상관없이 여성이사가 1명도 없는 경우 반대의견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 이사 비중이 10%가 안되고 1명만 선임하는 경우에도 ESG보고서 등을 보고 여성이사 선임에 대한 로드맵을 검토해 회사가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반대 의견을 권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자산운용 측은 여성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책임을 이사회 전체에 돌리긴 어렵다고 봤다. 정원정 팀장은 "이사회 성 다양성을 강화하는 안에 찬성하는 방향"이라면서도 "(여성이사를 추천하지 않은) 이사추천위원회 등에 대해 반대하는 방향으로 확장할지는 확정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진 2~3년가량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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