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미국혈액학회, K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주목

황진중 기자 2023. 12.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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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보령 등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연구결과 발표
AI 신약개발·CAR-T 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 적용 물질 소개
한미약품 미국 파트너사 앱토즈 관계자 나발 G. 데버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 후보물질 '투스페티닙' 임상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한미약품 제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한미약품과 보령, 앱클론, 파로스아이바이오, 피노바이오 등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65회 미국혈액학회(ASH)에 참가해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등 글로벌 진출 가능성을 타진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혈액학 분야 학회인 ASH2023이 9~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렸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ASH2023에서는 7400여개 연구초록이 접수됐고, 이 중 1000여편이 구연 발표됐다. 부스 전시장에는 270여개 기업들이 참가했다.

한미약품(128940) 파트너사 앱토즈는 ASH2023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신약 후보물질 ‘투스페티닙’의 진전된 임상 데이터를 구두 발표했다. 발표는 MD 앤더슨 암센터 교수인 나발 G. 데버(Naval G. Daver) 박사가 맡았다.

발표에 따르면 투스페티닙 단독요법, ‘베네토클락스’와 병용하는 요법에서 종양의 소실을 뜻하는 완전관해 등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 1일 최대 용량까지 특별히 주목할 만한 부작용이나 용량 제한 독성(DLT) 없이 양호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보였다. 약물 관련 독성으로 인한 투약 중단은 없었다. 향후 진행될 임상2상 권장용량으로는 80㎎이 선정됐다.

투스페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은 과거 베네토클락스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와 베네토클락스 치료 후 재발‧불응성 AML 환자 모두에서 25%(36명 중 9명)의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베네토클락스 치료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43%(7명 중 3명), 치료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21%(29명 중 6명)의 완전관해가 관찰됐다. FLT3 야생형 환자군에서 20%(25명 중 5명), FLT3 돌연변이 환자군에서 36%(11명 중 4명)의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발표를 진행한 데버 박사는 “항백혈병 활성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와 맞물려 계속해서 공개되고 있는 투스페티닙의 안전성 프로파일은 향후 투스페티닙+베네토클락스+‘저메틸화제’(HMA) 3제요법이 신규 AML 환자를 대상으로 1차 치료제로 활용될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면서 “투스페티닙+베네토클락스 병용요법 환자들은 치료 초기 단계이지만, 반응을 보이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계속 치료를 받고 있으며, 투여가 계속됨에 따라 보다 우수한 반응이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령(003850)은 ASH2023에서 항암제 신약 후보물질 ‘BR101801’(프로젝트명 BR2002)의 임상 1상 결과를 소개했다.

BR101801은 말초 T세포 림프종(PTCL) 치료제로 개발 중인 물질이다. 임상 1b상 시험에서 완전관해 2명, 부분관해 1명이 확인됐다. 앞서 2021년 완료된 임상 1a상에서는 완전관해 1명, 부분관해 2명이 나왔다. 총 19명의 임상 1상 유효 평가 환자 중 6명에게서 효능이 나타났다.

약물 투여 전체 환자에게서 혈액암 치료 주요 부작용인 혈액 독성 발생률이 낮았고 약물에 의한 사망이 없었음을 확인하는 등 안전성 데이터도 확보했다.

BR101801은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올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임상 2상 종료 후 결과에 따라 조기 출시가 가능하다. 보령은 2024년 1분기 중으로 임상 1상 최종결과 보고서를 완료할 예정이다. 같은해 임상 2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앱클론(174900)은 암에 대한 면역 저항의 원인인 B·T 림프구 감쇠(BTLA) 단백질과 암 단백질인 CD30를 동시에 타깃하는 차세대 CAR-T 치료제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앱클론 관계자는 “암세포는 종양미세환경을 통해 우리 몸속의 건강한 면역세포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회피 전략을 갖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암세포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세포 내 침투 매개체(HVEM) 단백질과 건강한 면역세포의 BTLA 단백질이 서로 반응해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치료 효과를 지능적으로 회피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해당 CAR-T 치료제 개발에 유전자 가위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 기술을 이용해 T 세포의 BTLA 단백질을 제거함으로써 암세포의 회피전략을 차단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CAR-T 치료제의 표적 암 단백질로 CD30를 선정하면서 호지킨림프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

신규 CAR-T 치료제는 종양동물모델에서도 우수한 항암효과를 보여줬으며 회사는 이 효능이 BTLA 단백질이 제거된 CAR-T 치료제가 조절 T 세포(regulatory T cell)의 영향을 억제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임을 확인했다.

앱클론은 본 연구성과에 대한 지적재산권 확보를 위해 펜실베니아 대학교와 공동으로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고 추후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키로 했다.

윤성수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왼쪽)와 한혜정 파로스아이바이오 미국법인 대표가 ‘PHI-101’의 임상 1a, b상 연구결과를 발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파로스아이바이오 제공)/뉴스1 ⓒ News1

인공지능(AI) 기반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AML 치료제 ‘PHI-101’ 임상 1a/b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PHI-101 1상 결과 모든 용량에서 내약성이 우수하고 투여 제한 독성(DLT)이 발생하지 않았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는 다른 치료제를 사용한 후 재발하거나 치료제에 불응한 AML 환자다.

확장권장용량(RDE)인 160㎎ 단일 요법으로 진행 중인 임상 1b상에서 평가 가능한 환자 60%에서 종합 완전관해가 나타났다. PHI-101 투여를 통해 종양 크기가 줄거나 사라지는 객관적 반응률(ORR)은 80%를 나타냈다. FLT3 돌연변이 환자에 대한 ORR은 60%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024년 상반기 PHI-101 임상 1상 시험을 종료하고, 하반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호주에서 2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PHI-101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개발 단계 희귀의약품 제도를 활용해 조건부 품목 허가 신청을 진행할 방침이다.

피노바이오는 표적항암제 ‘NTX-301’의 병용요법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NTX-301은 DNA 메틸화 효소(DNMT1) 저해 기전을 가진 항암물질이다. 이번 연구에는 AML 치료제인 베네토클락스를 함께 사용했다. 마이클 안드레프(Michael Andreeff) 미국 MD 엔더슨 암센터 박사가 연구에 참여했다.

동물실험 결과 NTX-301은 AML 고령환자와 골수이형성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중인 표준 치료제 ‘저메틸화제’보다 더 강력한 항암 효과를 보였다. AML 세포에서 DNMT1을 강하게 저해해 유전자 발현 패턴에 발생한 문제를 정상화시켰다.

NTX-301과 베네토클락스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에서 개발한 베네토클락스는 저메틸화제인 데시타빈 또는 아자시티딘 병용요법으로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승인을 받은 AML 1차 치료제다.

면역력이 제거된 실험 쥐에 암이 재발한 환자의 조직을 이식한 모델에 이 2개 약물을 병용 투약하자 생존기간이 연장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비해 같은 조건의 실험에서 베네토클락스 단독 혹은 베네토클락스+아자시티딘 병용요법은 효과가 없었다.

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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