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바람의 손자’ 샌프란시스코로!

남정훈 2023. 12. 1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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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6년 1484억 대박 계약
WS 8번 우승한 빅리그 명문
KBO 출신 중 최대 계약 규모
류현진 6년 475억원 넘어서
亞 야수 중에서도 ‘최고 대우’
출루·콘택트 능력 출중한 李
스토브리그 수요 맞아떨어져

‘타격 천재’ 이정후(25·사진)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는 아시아 야수로는 최고 대우를 받으며 빅리그에 입성한다. 행선지는 월드시리즈 우승 8회에 빛나는 ‘명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계약 조건은 6년 1억1300만달러(약 1484억원)다. 그야말로 ‘초대박’이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디애슬레틱 켄 로젠탈 등 대표적인 MLB 현지 소식통들은 1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서에는 4년 뒤 옵트아웃(구단과 선수 합의로 계약 파기)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아직 샌프란시스코 구단과 이정후 측은 입단 합의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정후는 KBO리거의 메이저리그 포스팅 진출 역사를 새로 쓰게 됐다.
◆계약 규모·연평균 금액 최고

KBO리그 출신으로 한국에서 MLB에 최초로 직행한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6년 3600만달러(약 475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금까지 KBO리거 중 최대 규모 계약이었다. 타자 중에서는 키움 김하성이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맺은 4년 2800만달러가 최대 규모다. 총액은 류현진이 높지만, 연평균 금액은 김하성이 더 높다. 이정후는 총액 규모는 물론 연평균 금액(1883만달러·약 248억원)에서 모두 류현진과 김하성을 너끈히 넘어서는 규모다.

다만 이적료에 해당하는 포스팅 비용에서는 이정후가 1882만달러(약 247억원)로 류현진이 원소속팀 한화에 남긴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이어 2위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가 훨씬 큼에도 류현진의 포스팅 비용이 더 많은 이유가 있다. MLB는 2018년까지는 가장 많은 포스팅 금액을 쓴 구단이 단독협상권을 얻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MLB 30개 구단이 선수와 자유로운 협상이 가능한 대신 포스팅 비용은 계약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로 지급되는 방식으로 제도가 변경됐다.
이정후는 이번 포스팅 진출을 통해 친정팀 키움의 선수단 1년 예산을 안겨주고 떠난다. 올해 4월 공개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의 공식 구단명인 서울 히어로즈의 2022년 선수활동비는 247억4200만원이었다. 공교롭게도 키움 구단이 샌프란시스코 구단으로부터 받을 이정후 영입 보상금 247억원이다.

포스팅이 아닌 코리안 메이저리거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범위를 넓혀도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역대 총액은 2위다. 1위는 추신수가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로 FA 이적하며 받은 7년 1억3000만달러다. 연평균 금액은 당시 추신수가 1857만달러로, 1883만달러의 이정후가 더 높다. 연평균 금액은 류현진이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FA 이적하며 보장받은 4년 8000만달러(연평균 2000만달러)가 1위다. 이정후의 이번 계약은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체결한 모든 계약을 통틀어 계약 총액 2위, 연평균 금액 2위다.

◆공수겸장, 초대박 계약 원동력

이정후가 빅리그 진출을 모색하던 시기 나오던 전망은 계약 기간 4~6년 총액 6000만~9000만달러 선이었다. 지난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에 포스팅으로 진출한 일본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가 계약 기간 5년에 총액 9000만달러에 계약한 게 기준이 되는 모양새였다.

올 시즌 도중 갑작스러운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당하는 악재를 겪었지만, 이정후는 그간 보여준 타격 능력과 수비력을 앞세워 요시다의 아시아 출신 야수의 포스팅 계약 최고 기록을 훨씬 넘어섰다.

KBO리그에서 7시즌 뛰는 동안 이정후의 통산 타율은 0.340에 달한다. 정교함은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가는 상황에서 빅리그 구단들이 주목한 것은 이정후의 피삼진/볼넷 비율이다. 이정후는 KBO리그 통산 30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383개의 볼넷을 얻어냈다. 미국 ESPN은 이정후를 소개하며 “2022년에는 볼넷이 66개로 삼진 32개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최근 2년 동안 이정후의 삼진 비율은 5.4%에 불과했다. 2023년 KBO리그 평균 18.2%, 메이저리그 22.7%보다 훨씬 좋은 수치”라며 이정후의 출루능력과 콘택트 능력을 조명했다.

여기에 요시다의 주 포지션은 좌익수지만, 수비가 불안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반면 이정후는 외야 수비의 핵심인 중견수로서 탄탄한 수비능력을 뽐내는 것도 ‘타격 정확도를 갖춘 외야수’를 찾는 이번 MLB 스토브리그의 수요와 딱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타격 능력만 보면 일본 프로야구에서 7시즌 동안 타율 0.327, 133홈런을 때려낸 요시다가 통산 타율 0.340, 65홈런의 이정후보다 앞선다고 해도 수비능력에서 이정후가 압도적인 우위였기에 요시다를 뛰어넘는 계약 체결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는 내년 샌프란시스코의 리드오프 겸 중견수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MLB네트워크와 CBS스포츠는 이날 2024시즌 샌프란시스코 예상 선발 라인업을 정리하며 이정후의 이름을 타순 가장 위에 올려놨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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