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양도세 완화' 기대 꺾은 정부…CFD 재개 증권사 '미소'
'대주주 양도세 완화' 무산시 CFD 수요 증가 기대
고액자산가 CFD 절세 목적으로 활용 가능
증권사들, CFD 고객 및 수수료 확보 기회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로 논란이 됐던 차액결제거래(CFD) 사업을 속속 재개하고 있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CFD 사업을 중단했던 증권사들이 사업 종료보다는 지속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연말 대주주 양도세를 회피하기 위한 고액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CFD가 활용될 여력이 커진 만큼, 신규 고객을 확충하고 수수료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11일부터 미국 CFD 주간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증거금률이 100%인 미국 CFD 안심계좌에 한정해 한국시간 기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거래할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내외 일반계좌 등의 CFD 거래를 재개한 바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지난 9월 국내 주식을 대상으로 CFD 서비스를 첫 오픈한 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주식 CFD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외에 지난 9월 교보증권(030610), 유진투자증권(001200), 유안타증권(003470) 등이 CFD 서비스를 재개했으며, KB증권과 NH투자증권(005940)은 10월부터 서비스를 다시 시작했다. 현재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8곳이다, 지난 6월 SK증권(001510)은 사업을 종료했다.
CFD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진입가격과 청산가격의 차액만 정산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외파생상품이다. 예컨대 최소증거금률 40%가 적용되는 종목의 경우 4만원을 가지고 최대 2.5배인 10만원어치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이처럼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다, CFD 거래 시 증권사 명의로 거래가 발생한다는 특성을 악용해 주가조작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 5월에는 전 증권사에서 CFD 거래가 중단된 바 있다. 지난 4월 8개 종목이 무더기로 주가가 급락했는데,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이 CFD 계좌를 이용해 2~3년간 해당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등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정부가 CFD 거래절차와 요건을 강화하면서 9월부터 일부 증권사들이 거래를 재개하기 시작했다.
연말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CFD 사업을 재개하거나 범위를 확대하는 건 연말 절세 수단으로 활용하는 고객을 확보해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종목당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거나, 코스피 종목 지분율이 1%를 넘는 경우(코스닥은 2%) 대주주로 분류돼 주식 양도 차익에 20%의 세금이 부과된다. CFD의 경우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11%만 적용되는 만큼 고객자산가들은 일부 자산을 CFD 계좌로 옮겨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주로 연말에 고객이 유입된다.
특히 정부가 연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 CFD 거래를 재개하는 증권사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도세 기준 완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CFD 거래 재개에 대해서 미정인 증권사는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 키움증권(039490),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016610) 등 5곳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CFD는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도 절세와 같이 다른 여러 가지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가 안정된 뒤에는 증권사들이 증거금률도 점차 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응태 (yes01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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