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NCT 127 '더 유니티', 연출가와 함께 뜯어보기
뒤틀린 시공간 표현하고자 한 '타임 랩스', 거대한 눈 표현한 '사이먼 세이즈'
'사이먼 세이즈'-'테이스티'-'페이보릿' 구간은 안무가 아이디어에서 출발
관객 피드백 따라 조명 밝기, 중계 화면 연출 등 지속적으로 수정
'영웅-질주-팩트 체크' 구간 열광적 반응…"공연은 관객이 완성"
지난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에서 총 6회 진행된 그룹 엔시티 127(NCT 127)의 세 번째 투어 '네오 시티 : 서울 - 더 유니티'(NEO CITY : SEOUL – THE UNITY)를 연출한 SM엔터테인먼트 김경찬 수석도 다양한 피드백을 수용해 공연을 점차 보완해 갔다.
첫 곡 '펀치'(Punch)부터 앙코르곡 '다시 만나는 날'(Promise You)까지 3시간가량 총 27곡 무대로 꾸며진 '더 유니티'. CBS노컷뉴스는 김경찬 수석을 지난 12일 서면 인터뷰해 개별 무대의 연출 및 효과, 기획 의도 등을 들어보았다.
'더 유니티'는 곡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 효과가 자주 등장해 좋은 반응이 나왔다.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摩天樓; 마천루)에서 멤버들이 서 있는 구조물을 계단처럼 높낮이를 조절하고, '소방차'(Fire Truck)에서는 진짜 소방차가 무대에 올라오고, '별의 시'(Love is a beauty)에서는 별 가루가 흩어지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묻자, 김 수석은 "전체 무대 디자인 안에서 어떻게 동선을 활용할지, 세트가 어떤 형태이면 조화로울지 먼저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무대 디자이너와 치열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각을 시각화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무대 디자인이 구체화되면 유관 부서와의 미팅을 통해 순차적으로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주로 곡과 어우러지면서 시각적인 쾌감을 줄 수 있는 연출 및 이미지를 구현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조명으로 만든 빛의 면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 '불시착'(Crash Landing)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해당 면을 지나칠 때 빛이 강하게 반사돼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 수석은 이를 두고 "오프닝 섹션을 지나 다음 섹션으로 전환하기 위한 장치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프닝 섹션이 영화 '매트릭스'의 무드와 네오(neo)라는 인물을 보여줬다면, 두 번째 섹션에서는 선택하기 전 그들이 사는 공간의 무드를 표현하려고 했다. 어두우면서 신비로운 시공간이 뒤틀린 공간으로 가기까지 멤버들에게는 모델처럼 걸어 달라는 디렉션을 주었고, 멤버들의 비주얼과 액팅 덕분에 훨씬 멋있게 표현된 것 같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의자, 스카프 등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테이스티'(Tasty)(貘)는 멤버들의 연기가 필요한 극적인 구성이었다. 지난해 잠실 주경기장 콘서트에서 처음 공개한 버전에서 발전된 부분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수석은 "'사이먼 세이즈'(Simon Says)-'테이스티'-'페이보릿'(Favorite)(Vampire)은 안무가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고, 제가 시각적인 부분을 정리했다. 안무가님과 많은 상의를 하면서 NCT 127에게 더 어울리는 무대 연출을 찾으려 노력했다"라고 답했다.
그는 "각 곡을 연결해 주는 브릿지 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멤버들은 스스로 네오로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자각한다. 스스로 자유 의지를 통해 식사하는 행위, 일종의 무도회를 하고 결국은 사랑(시즈니)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드리려고 만든 구간인데 관객분들께서는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하다"라고 부연했다. 시즈니는 NCT 127의 공식 팬덤명 '엔시티즌'(NCTzen)의 애칭이다.
'타임 랩스'(Time Lapse)와 '사이먼 세이즈' 무대 기획 의도도 들려줬다. 그는 "'타입 랩스'는 곡 인트로에 레이저 연출을 해서 뒤틀려버린 시공간을 표현하려고 했다. 또 '사이먼 세이즈' 인트로에서는 상부(위쪽) 조명을 활용해 거대한 눈(eye)을 표현하기도 했다. 모두 곡의 분위기를 조금 더 표현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 속에서 찾아냈다"라고 전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샤막(반투명 스크린)으로 무대 효과를 낸 '신기루'(Fly Away With Me)를 관객과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해 보완한 사례로 꼽은 김 수석. 그는 "관객의 피드백을 보면서 조명의 밝기나 중계 화면 연출 등은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수정했다. 사실 제가 공연을 만드는 스타일은 첫 공연에서 최대한의 연출 의도를 보여주고, 두 번째 공연부터는 관객과 아티스트의 피드백을 받아 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NCT 127이 드러내놓고 떼창을 요청했고, 이에 관객들이 열정적으로 임한 후반 구간도 약간의 수정이 들어갔다. 김 수석은 "'영웅'(英雄; Kick It)-'질주'(2 Baddies)-'팩트 체크'(Fact Check)(불가사의; 不可思議) 섹션 같은 경우도 기존에는 '질주'와 '팩트 체크' 사이에 인트로 영상이 있었는데, 아티스트 의견에 따라 인트로 영상을 제외하고 3곡이 바로 연결되는 구성으로 변경된 케이스"라고 소개했다.
앙코르를 앞두고 숨 가쁘게 몰아친 '영웅-질주-팩트 체크' 구간은 이번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였다. 이 정도의 열광적인 반응을 예상했는지 묻자, 김 수석은 "NCT 127이 아티스트로서 퍼포먼스 하는 것 외에도 적극적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공연장의 열기가 뜨거워지더라. 호응을 유도하는 멤버들도, 함께 호흡하는 관객들도 '같은 순간'을 즐기고 있음이 느껴졌고, 그 모습이 행복해 보여서 좋았다. 역시나 공연은 관객이 완성시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라고 돌아봤다.
"세트 리스트에 아티스트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모두가 만족스러운 공연이 나온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김 수석은 NCT 127과의 작업이 즐거웠다고 밝혔다. 그는 "멤버들 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하고 의견을 하나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습을 보며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 직접 퍼포먼스를 하는 입장에서 퍼포먼스와 관련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아이돌 콘서트가 그렇듯, '더 유니티'도 응원봉 중앙 제어를 통해 여러 가지 효과를 냈다. 김 수석이 언급하기도 한 '엔터'(ENTER) 치는 장면 후에는 팬들이 든 응원봉에 불이 들어와 공연이 시작됨을 알렸다. 김 수석은 "오프닝 VCR에서 엔터를 치면 응원봉에 불이 들어오면서 관객들도 '매트릭스' 공간으로 함께 들어오는 몰입의 경험을 주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가사에 맞춰 응원봉을 켰다가 끄는 효과가 들어가기도 했다. '매직 카펫 라이드'(Magic Carpet Ride) 무대 때는 '빛이 잠든'이란 가사에서 응원봉이 꺼졌다. 이전부터 응원봉 연출팀과 호흡을 맞춰왔다는 김 수석은 "제가 영상 비주얼을 전달하면 거기에 맞춰서 응원봉 연출을 제안해 주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다"라며 "'매직 카펫 라이드'는 응원봉 연출팀에서 조명에 맞춰서 연출해 준 부분이라 오히려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체조경기장 6회 공연을 마치고 가장 만족한 부분은 무엇일까. 김 수석은 "6회 공연 전체가 만족스러웠다. 아티스트와의 호흡도, 관객과의 호흡도, 모든 스태프와의 호흡도 모두 좋았다. 기존에 했던 연출과는 또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새로운 공연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CT 127은 서울 공연을 마치고 일본 나고야·오사카·도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필리핀 불라칸, 태국 방콕, 마카오 등에서 해외 투어를 이어 간다. 서울 공연에서 선보인 연출이 해외 투어에도 반영되는지 묻자, 김 수석은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 또 관객들과 더 가까이서 호흡할 수 있는 방향도 고민하고 있다. 남은 투어도 잘 마칠 수 있도록 멤버들 그리고 스태프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공연을 좋아해 주시고, 즐겨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응원이나 호평 리뷰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 주신 부분들 반영해서 앞으로 남은 투어에도 계속해서 반영할 예정이고, 더 좋은 공연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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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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