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찍은 아파트가 7억원대로…노·도·강 '울상'
도봉구 대장주 북한산아이파크 7.9억원 거래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도봉구 창동의 동아아파트는 지하철 1·4호선이 지나는 창동역 역세권에 위치한 아파트다. 지은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단지로 분류되며 집값이 고공행진하던 지난 2021년 8월에는 전용면적 84㎡가 11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시장 2차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매물이 쌓이더니 최근엔 7억35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 최고가 대비 33.2% 하락한 것이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수억 원 내린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도봉구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5일 7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2021년 말 12억원을 찍었던 것과 비교하면 4억원 넘게 떨어졌다. 최고가 대비 34.1% 하락했다.
창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일대 아파트들이 줄줄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고 창동역 GTX 호재도 있지만 고금리 탓에 찾은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꼭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은 어쩔 수 없이 호가를 조금씩 내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도봉구 뿐 아니라 인근 강북구, 노원구도 상황은 비슷한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트리베라2차'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10월 8억2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작년 4월 11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3억6000만원(30.5%) 떨어졌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6단지'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4일 5억9000만원에 손바뀜돼 최고가였던 지난 2021년 9월 9억4000만원에 비해 3억6000만원(38.3%) 떨어졌다.
통계로도 외곽 지역의 가파른 하락세가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첫째 주(4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0.01% 하락한 가운데 강북구(-0.06%), 금천구(-0.06%) 등 외곽 지역 하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강북구와 노원구는 최근 5주 연속 하락하며 서울 지역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영끌족' 성지로 불린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편이라 2030세대가 대출을 끼고 주택을 많이 구입하는 대표적인 지역이기 때문이다.
올해 서울 집값 회복흐름에 가장 늦게 올라탔던 노·도·강이 최근 집값 하락 반전 분위기 속에 타 지역보다 가파르게 집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자 '영끌족'들의 고통이 커질 전망이다.
외곽 지역 집값의 하락세가 가파른 건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있는 데다 한동안 중저가 아파트 구매를 자극해 온 정책대출이 중단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9월 말부터 가계부채 관리 목적으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상품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시장에선 내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대출 규제 강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주택시장이 하락 반전하고 있어 내년도 전국 집값이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집값이 현재 대비 최대 30%까지 떨어질 것이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발간한 내년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하락폭이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 최고점 대비로는 50%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기준금리가 고점을 찍은 데다 내년 총선 이후 정책 효과가 나타나면서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신증권 이태환 연구원은 내년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대출 규제가 다시 강화됨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소강상태에 돌입했다"며 "내년 하반기에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하방은 지지될 것으로 보이고 총선 이후 정책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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