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시장 상황 이점…이정후, 亞 야수 포스팅 최고액 찍었다
종전 최고액 요시다 5년 9000만 달러 넘어서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만 25세의 나이와 유리한 시장 상황 등이 '바람의 손자' 이정후(25)의 '잭팟'을 가능하게 했다.
MLB닷컴과 디애슬레틱 등 현지 매체들의 13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약 1484억원) 규모의 계약에 합의했다. 이번 계약에는 4년 후 옵트아웃이 포함돼 있다. 옵트아웃을 선언할 경우 남은 계약을 포기하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올 수 있다.
이번 계약은 현지 언론들이 내놨던 예상을 웃도는 금액이다. 4~5년, 총액 6000만 달러(약 788억원) 수준에 계약할 것이라는 게 당초 현지에서 나온 전망이었다.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앞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역대 최대다.
이전까지 최대 규모는 2012년 12월 류현진이 LA 다저스와 6년 3600만 달러에 계약한 것이다. 당시 환율로 390억원 수준이었다.
김하성이 2021년 1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할 당시 세운 야수 최대 규모도 가뿐히 넘어섰다.
김하성은 4년 28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맺었다. 5년째에는 상호 옵션이 걸려있어 양 측이 계약 연장에 합의하면 5년 최대 39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한국인 빅리거 FA 계약으로 범위를 넓혀도 역대 총액 2위다. 역대 총액 1위는 추신수(현 SSG)가 2013년 12월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할 때 기록한 7년 1억3000만 달러다.
범위를 더 넓힌다면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 아시아 야수 중 최고액이기도 하다.
일본 대표팀 4번 타자로도 뛰었던 요시다 마사타카가 2022년 12월 보스턴 레드삭스와 총액 9000만 달러(약 1187억원)에 계약한 것이 종전 최고액이었다.
투수와 야수를 통틀어 포스팅 시스템을 거친 아시아 선수 중 이정후보다 높은 대우를 받은 것은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뿐이다. 다나카는 2014년 1월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5500만 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다.
1998년생으로 만 25세에 불과한 나이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을 가능하게 한 요인 중 하나다. 요시다는 1993년생으로 올해 만 30세가 됐다.
MLB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MLB 트레이드루머스는 "일반적으로 일본프로야구는 KBO리그보다 수준이 한 단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정후가 나이 덕분에 요시다보다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이정후,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큰 관심이 쏠리는 것은 구단들이 어린 나이에 상당한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MLB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만 25세에 불과하지만 프로에서 경험을 어느 정도 쌓았다. 이제 최정점으로 갈 수 있는 나이인 것이 계약 규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LB 트레이드루머스는 "이정후가 요시다보다 나은 수비 능력을 갖춘 것도 계약 규모가 커진 원인 중 하나"라며 "요시다는 계약 전 좌익수 수비만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은 반면 이정후는 KBO리그에서 주전 중견수로 뛰었고, 코너 외야수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MLB FA 시장 상황도 이정후에게 무척 유리했다는 관측이다. 지갑을 쉽게 여는 '큰 손'들이 많아진데다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에 계약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최근 굵직한 FA 영입전에서 밀린 샌프란시스코가 이정후에게 한층 적극적으로 구애했을 가능성도 크다.
송 위원은 "수 년 전만해도 돈을 많이 쓰는 구단이 뉴욕 양키스, 보스턴, 다저스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많아졌다. 샌디에이고, 시카고 컵스, 뉴욕 메츠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그래서 선수들의 몸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오타니가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오타니 영입전에서 다저스에 밀렸다. 지난해 겨울에도 애런 저지 영입전에 뛰어들었는데 양키스에 승기를 내줬다"며 "팬들에게 뭔가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 이정후 영입전에서도 밀리면 체면을 구길 수 있었다. 한층 적극적으로 다가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아시아 출신 야수들이 MLB에서 성과를 낸 것도 이정후의 몸값이 올라가는데 영향을 미쳤다.
2022년 MLB에 진출한 일본인 타자 스즈키 세이야(시카고 컵스)는 올해 타율 0.285 20홈런 7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요시다는 빅리그 데뷔 첫해인 올 시즌 타율 0.289 15홈런 72타점으로 연착륙했다.
빅리그 1, 2년차에 다소 고전했던 김하성도 올해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았고, 타격에서도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송 위원은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프로야구의 정상급 타자들이 대거 빅리그에 진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아시아권 야수들에 대한 평가가 낮아졌다"며 "그러나 최근 스즈키, 요시다, 김하성이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이정후에게는 최상의 흐름이었다"고 강조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몸값을 챙긴 이정후는 기분 좋게 '꿈의 무대'로 향한다. 그에게는 이제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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