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큼 국대 안뽑히는 주민규 마음 아는 이도 없을것" [양동현 은퇴 인터뷰下]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올해로 40년을 맞은 K리그. 100골 이상을 넣은 선수는 40년 역사에 단 12명 뿐이다. '정통 스트라이커' 양동현(37)은 그 위대한 고지를 밟은 선수로 은퇴한다.
2005년 프로 데뷔 후 올해를 끝으로 19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다고 밝힌 양동현. 이승우 이전에 스페인 무대를 경험한 유망주 시절부터 토종 득점왕, 그리고 100골과 국가대표 비하인드까지 양동현을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만나 은퇴 인터뷰를 나눴다.
은퇴 인터뷰는 상,중,하 3편으로 나눠 온라인으로 공개되며 하편에서는 양동현의 일본 시절과 프로 마무리, 그리고 국가대표와 고마웠던 감독들에 대한 얘기들이 공개된다.
▶전성기를 일본에서
30세에 전성기를 맞은 양동현은 31세 시즌 19골의 엄청난 득점력을 보인 후 2018년 일본 세레소 오사카로 향한다. 한국 선수들이라면 꼭 한번 뛰어보고 싶어하는 일본 J리그의 지속적 제의를 받던 양동현은 울산 시절 호흡을 맞췄던 윤정환 감독이 이끄는 세레소 오사카로 스페인 시절 이후 첫 해외진출을 한다.
"가보니 옛날의 일본 축구가 아니었다. 예전에 힘 있는 한국 공격수들이 가서 맹활약하던 그때의 J리그가 아닌 굉장히 수준이 높아졌고 정통 공격수들이 하기 쉽지 않은 리그가 되었다. 저뿐만 아니라 이후 K리그에서 J리그로 향한 공격수들이 모두 고전하는 이유가 다 있더라. 현재 J리그에서 골키퍼를 빼곤 어떤 포지션의 선수도 성공적으로 뛰는 선수가 적지 않나. 나이를 먹고 가니 어려웠지만 의미 있었던 오사카에서의 생활이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다시 세레소 오사카에서 주전 경쟁을 준비하던 양동현은 2부리그이 J2리그의 아비스파 후쿠오카에 제의를 받는다. 당시 후쿠오카의 사령탑은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페키아로 이승우가 엘라스 베로나에 있던 시절 감독이었다.
페키아 감독은 양동현을 적극적으로 원했다고. "나하고 아무 인연도 없는데 '어떻게 저렇게까지 날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자기에게 오면 널 위한 전술을 짜고 모든걸 해주겠다고 하더라. 골도 한국에서만큼 최대한 넣게 해주겠다고 하더라. 사람이 그런 말을 듣고 어떻게 안 흔들릴 수가 있나. 나에대한 믿음이 이렇게 크고 세리에 감독까지 한 사람인데 경험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적하게 됐다"고 후쿠오카 이적 이유를 밝혔다.
양동현은 10골을 넣으며 팀내 최다득점자로 활약했다. "당시 페키아 감독의 부모님이 저를 엄청 좋아했다더라. 첫 경기부터 제가 골을 넣었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결승골을 넣어 팀이 승리했는데 감독의 부모님이 '타지에서 아들에게 첫승을 안긴 선수'라며 제 유니폼을 많이 사셨다더라. 비록 감독님은 시즌 중 자진사퇴했지만 일본에서 10골을 넣으며 나름 괜찮은 시즌을 보냈다"고 떠올렸다.
양동현은 일본에서 2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2020시즌을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온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일본에서 더 있고 싶었다. 팀에서도 더 하자고 제의했지만 난 가정이 있는 몸이었다. 나만 생각할 수 없었다. 가족들도 수도권 생활을 원했고 당시 김남일 성남FC 감독님께서 감독 시작을 함께하고 싶어하셨다. 그렇게 일본 생활을 마무리했다"고 떠올렸다.
▶수원FC에서 100골 완성… 100골의 의미
K리그로 돌아온 양동현은 2021시즌 수원FC에서 시즌 7골, K리그 통산 100골을 넣으며 K리그 40년 역사에 12명 뿐인 영광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양동현은 2021년 10월3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울산을 상대로 득점하며 통산 100호골을 해냈다.
"마침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울산에서, 그것도 데뷔골을 넣었던 울산 문수구장에서 100골이자 제 K리그 마지막 골을 넣은 것도 참 의미심장했다"며 웃은 양동현은 "공격수로써 기본인 득점을 매년 일정수준 이상 해냈다는 것은 자부심이 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100골의 고지를 넘게 됐더라"라고 말했다.
"K리그 40년 역사에 단 12명만 가지고 있는 기록에 제 이름이 있다는건 제 30년의 축구 생활에 훈장"이라고 말한 양동현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남겼다.
▶국가대표, 주민규의 마음 내가 안다
올시즌을 끝으로 프로 19년의 생활을 마무리하게 된 양동현. 이름값에 비해 국가대표는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그렇다고 태극마크를 달고 족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3 FIFA U-17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은 최종명단 발표 직전 부상으로 낙마했지만 역시 에이스였다.
A매치 데뷔는 2009년이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하다보니 황선홍 감독님께서 당시 대표팀 감독이던 허정무 감독님께 추천했다. 소집되서 훈련하다보니 허정무 감독님께서 좋게 보셨다. 박주영, 이근호, 안정환, 이동국 등 좋은 선수들이 많았는데 확실히 대표팀은 다르더라"라며 "당시 처음 함께해본 박지성, 이영표 형은 수준이 다르더라. 공을 가면 뺏기질 않더라. 정말 다른 세계의 선수같았다"고 회상했다.
양동현은 "제 A매치 데뷔전이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전이었다. 이란전도 뛰었다. 지금도 쉽지 않은 팀들을 상대로 A매치 경험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허정무 감독님께서 나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기회를 주셨나 싶다. 감사하다"라며 "결국 월드컵 본선에는 가지 못했지만 아쉬움은 없다. 제가 안가는게 맞았다. 더 좋은 선수들이 많았다. 제가 경쟁력이 부족했다"고 떠올린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놓친 것은 납득하지만 2016, 2017년은 다르다고. 포항에서 2016년 13골, 2017년 19골로 최전성기였던 양동현에 대해 언론에서 매일 같이 대표팀 발탁 필요성이 언급됐다.
마치 지금 3년연속 K리그 최다득점인 주민규(울산 현대)가 대표팀 명단 발표만 다가오면 매번 언급되는 것처럼 말이다.
양동현은 "오히려 2009년에는 대표팀에 더 발탁되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2017년은 많이 아쉬웠다. 참 그렇게 안뽑아주기도 쉽지 않은데 말이다. 지도자라면 그렇게 몸상태가 좋은 선수는 직접 보고 판단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텐데 말이다"라며 "몇년전부터 계속 주민규(3년 연속 K리그 최다득점)의 대표팀 발탁 여론이 있지만 승선하지 못하지 않나. 나는 주민규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한다. 아마 이제는 포기하는 마음일텐데 제가 겪었던 것들을 후배가 겪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K리그에서 잘하는 선수를 뽑아줘야 다른 선수들도 'K리그에서 잘하면 대표팀에 간다'는 동기부여가 생길텐데 말이다. 어느새 대표팀이 '가는 선수들만 가는' 클럽화가 된게 아닌가"라며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명장을 보며 명장을 꿈꾸다
프로 19년을 지내며 양동현은 수많은 명장들과 함께 했다. 프로 데뷔를 김정남 감독과 함께 했고 이후 황선홍, 안익수, 조동현, 윤성효, 조민국, 윤정환, 최진철, 최순호, 김남일, 김도균 등 한국 축구에 쟁쟁한 감독들을 거쳤다.
기억에 남는 지도자를 뽑아달라고 하자 "아무래도 김정남 감독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저를 프로에 데뷔시켜주신 분이다. 함께 해본 많은 선수들이 말하듯 정말 화를 내지 않으시고 선수들을 믿음으로 끌어주신다. 많은걸 배운 지도자"라고 김정남 감독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의외의 인물도 나왔다. 2011년 딱 1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함께한 안익수 감독을 꼽은 것. "솔직히 안익수 감독님이랑 하면 힘들다. 하지만 힘들더라도 정말 배우는게 있다. '팀'이라는 것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수비 조직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지도하시는걸 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배웠다"며 "궁금한걸 질문하면 대답을 해주시는데 그 대답들이 모두 '오 맞아', '그렇지'라며 다 납득이 된다. 함께 해본 선수들이라면 '분명히 힘들지만 얻어가는게 있는 지도자'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라고 안익수 감독에 대해 말했다.
2017년 K리그 19골의 전성기를 만들어주고 프로 마지막 시즌에 단장으로 함께한 최순호 감독도 언급했다. "당시에 대해 '최순호 감독이 양동현을 위해 만든 전술이기에 양동현이 잘할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억울했다. 최순호 감독님 자체가 그런 축구를 추구하신다. 강원FC 시절에 김영후가 그랬고 저도 그런 것이다"라며 "최순호 감독님은 '각자 포지션에 해야될 일이 있다'며 포지션마다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을 강조하셨다. 그 지역에서는 그 역할을 잘하는 선수가 활동 범위 안에서 움직이게 하는 축구를 하셨다. 그 속에 공격수인 저는 동료들이 잘 만들어주면 골 넣는 작업을 했다"고 떠올렸다.
올시즌부터 플레잉 코치로 바꿔 지도자 첫길을 내딛은 양동현. "이제 선수로는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팬들에게 '양동현은 언제나 열정적으로 뛰며 필요할 때 골을 넣어주던 공격수'로 기억에 남아있다면 그것으로 족한다. 이제 100골을 넣은 선수 때보다 더 좋은 지도자로 축구팬들을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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