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마스 땅굴에 바닷물 주입 시작…‘인질은 어쩌나’ 우려
“가자지구 주민의 식수와 농지에도 악영향 끼칠 것”
가자지구 지상의 약 40%를 장악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하터널(땅굴)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끌고 간 인질 상당수가 터널 내부에 억류됐을 것으로 추정돼 인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터널로 유입된 바닷물이 가자지구 주민의 식수 공급 인프라와 농지를 크게 망가뜨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 등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땅굴 파괴를 위해 바닷물을 주입하는 ‘신중하고 제한적인 테스트’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침수 작전을 위해 바닷물을 끌어올 펌프 5대를 설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데 이어 실제 작전이 개시된 것이다. 미국 관계자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펌프 2대를 추가 설치했다. 바닷물 주입은 몇주에 걸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국방부 측은 해당 작전이 기밀이라며 언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뿌리 뽑기 위해선 근거지인 지하터널을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고 본다. 이스라엘이 추정하는 하마스 땅굴의 총 길이는 약 500㎞에 달한다. 특히 이집트로 통하는 라파의 땅굴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바깥에서 무기와 식량을 반입해오는 통로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지상의 약 40%를 통제하며 하마스 대원 7000여명을 사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머지 하마스 대원들은 지하로 숨어들고 있다. 하지만 땅굴은 구조적으로 진입하는 사람이 불리한 데다 이스라엘 병사들이 부비트랩 설치 등을 우려해 지하로 내려가기를 꺼리면서 소탕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다만 두꺼운 방폭문이 설치된 광대한 지하 미로에 바닷물을 주입하는 것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거둘지를 두고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문제는 땅굴에 하마스 대원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인 인질도 억류돼 있다는 점이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인질은 약 140명에 달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침수 작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바닷물을 주입한) 터널들에는 인질이 없다고 들었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인질 가족들은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면담하면서 침수 작전을 벌일 경우 인질이 익사할 수 있다고 강력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혔다가 최근 포로 교환 석방을 통해 풀려난 한 이스라엘 여성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당신과 이스라엘 정부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지 않았냐”면서 “아직 인질로 잡혀 있는 내 남편은 나와 헤어진 후 지하터널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바닷물을 땅굴에 주입했을 때 가자지구 상하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자지구는 전쟁 이전부터 이스라엘에서 물을 공급받아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렸으며, 전쟁 발발 이후엔 담수화 장비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가자지구 담수의 97%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한 바닷물은 농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가 2015년 밀수업자를 잡기 위해 라파 지하의 땅굴에 바닷물을 주입했을 때 인근 농작물이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대학의 에일론 아다르 교수는 “악영향의 정도는 주입되는 바닷물의 양과 이 바닷물이 도달하는 범위에 달려 있다”며 “바닷물이 대수층으로 스며든다면 지하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될 것”이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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