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용균 판결과 중대재해법 적용유예 연장
원청의 대표이사와 고위관리직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은 물론 업무상 과실치사죄도 인정되지 않았다. 처벌된 것은 원청의 중간직 이하 관리자들과 하청의 대표이사 및 중하위급 안전관리자들이다. 물론 이들 가운데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산안법 위반의 요건인 '고의'가 없고 업무상 과실 인정에 필요한 '직접 주의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태도는,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경영자의 책임에 관해서 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 해경 지휘부에 대해서도 이태원 참사에 대한 행안부 장관에 대해서도 똑같이 되풀이되었다.
심지어 지금 재판 중인 사건의 관계자인 해병대 사단장에 대한 대통령의 '격노'에서도 마찬가지 인식이 확인된다. 요컨대 어떤 조직의 최고위관리자는 현장의 구체적인 위험을 알지 못했거나 알 수도 없었으므로 재해의 결과에 대해서 적어도 법적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년 천여건 가까이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와 수십명에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내는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는 안전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유사시에는 이것이 잘 작동하도록 할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기업에는 안전담당 부서가 있고 국가에는 경찰,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가 있으므로, 이들이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안전관리자나 노동부의 근로감독관이 할 수 없는 안전 전담인력과 예산의 확대, 대규모 안전시설과 장비의 구입, 재해 발생시 대응 매뉴얼의 수립과 훈련 등은 누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것인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다. 기존의 산안법으로 경영자 처벌이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다만 위와 같이 검찰과 법원이 이 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경영책임자만의 안전보건확보의무를 법에 못박았다. 중하위관리자, 심지어 피해 노동자의 과실에 관계없이 경영자는 자신만의 안전관리의무를 다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 책임을 지라는 것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이다.
국민 10만명의 청원을 받아 제정된 이 법은, 그러나 시행 2년이 다 돼가도록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 대상 사건이 600건이 넘는다는 노동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검찰은 31건만을 기소했을 뿐이고 그 가운데 11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리고 그 중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단 1건이다.
이전의 산안법 위반과 별다를 것이 없는 이런 결과는 기업들에게 중대재해법이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을 뿐이다. 법 시행 직후 대형 로펌에 비싼 자문을 하고 안전전담 조직을 편성했다던 대기업들은 이제 이 법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에 법적용을 2년 유예해 주었던 5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 그 기간을 다시 2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물론 경영계와 여당에 의해 제기된 것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도 이에 합의하려 하는 기색이 보인다. 본래 이 법이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하청 노동자의 재해에 대해서 원청 경영자의 책임을 규정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중소기업 경영자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금처럼 계속해서 이들을 제외한다면 법의 실효성은 반감되고 말 것이다. 중대산업재해의 80%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인력과 예산, 녹록치 않은 경영사정 등 중소기업의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래서 2년의 시간을 더 주었다. 또 법에는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하여 정부가 예산까지 지원하도록 하였다. 또 그 이행상황을 반기마다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두었다. 그렇다면 이제 정부와 국회에 물어야겠다.
법 시행 이후 2년간, 공포 시점부터 따지면 3년간 정부는 무엇을 한 것인가? 또 이를 감시하겠다던 국회는 무엇을 했는가? 이제 시간을 또 2년 연장한다고 이런 무관심이 과연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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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 nocutnew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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