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승리 선언은 시기상조...인플레는 누그러져”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해 제로금리였던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그때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다음번 금리 방향을 묻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대답해왔다. 그가 주로 사용했던 말은 “연준에 들어오는 지표를 보고 분석해 신중히 결정하겠다” “인플레이션 상황이 악화되면 언제든지 금리를 다시 올릴 것” 등이다.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에서도 그는 늘 한결 같던 그의 신중한 성향을 반복했다. 파월 의장은 “아무도 승리를 선언할 수 없으며 그것은 시기상조”라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을 테이블에서 없애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처음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첫번째 질문은 ‘얼마나 빨리 움직일 것인가’였고 우리는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라면서 “두번째 질문은 ‘우리가 금리를 얼마나 올릴 것인가’냐는 것인데 이는 여전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시장과 전문가들이 연준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실제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서 연준이 내년 3차례 인하를 예상했지만 끝까지 시장에 확답을 주지 않은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아예 내년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해석의 공간까지 닫아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불황은 오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 “경제가 불황에 빠지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또다시 “그래도 승리를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바에 따르면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번 금리 인하가 점쳐진다. 이에 대해 언론이 ‘시장이 연준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예상해도 되느냐’는 취지로 묻자 파월은 “(그런 전망을)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전망을 하는) 시장이 옳다’고도 하지 않았다.
파월은 또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해서 경제가 허약해서 부양시켜야 되는 상황이라는 의미는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고 긴축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식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누그러졌다”면서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했거나 근처에 도달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이 흐름이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뉴욕타임스는 “금리 인상 정책은 일시 중지됐고 다음 단계는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는 점을 파월 의장이 분명히 했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