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박스피 탈출, 양도세 노이즈가 발목 잡나
CPI·FOMC 마무리…불확실성 사라진 후 증시 향방 주목
대주주 양도세 완화 무산 가능성에 개인 매물벽 주의보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산타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가 연중 고점을 쓰고 있음에도 우리 증시에는 훈풍이 닿지 않고 있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 무산 가능성과 이에 따른 2차전지 관련주 약세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배터리 테마를 중심으로 연말 개인투자자 중심 매물이 쏟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7%(24.61포인트) 하락한 2510.66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까지 3거래일 연속 오르며 박스권 돌파를 노렸으나 마지막 상단 벽을 넘지 못했다. 반등에 힘을 실어준 외국인이 5일 만에 ‘팔자’로 돌아선데다 개인 투자자의 투자심리(투심)도 약화된 탓이다. 기관만이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의 3거래일 연속 ‘팔자’에 전일 대비 1.22%(10.22포인트) 하락하며 829.31까지 내려앉았다.
간밤 미국 증시가 일제히 상승했으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던 만큼 경계심리가 강했던 탓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경계심리가 강화되며 미국 증시와 상반된 움직임 속에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그간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반도체 관련주가 버티는 와중에 2차전지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게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는 3%대 하락했으며 에코프로(086520)는 4%대, 에코프로비엠(247540)과 엘앤에프(066970)는 5%대 주가가 빠지는 등 배터리셀과 양극재 관련주 구분 없이 모두 급락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2차전지 대표 종목 추종 KRX 2차전지 TOP10 지수는 이날 3.78% 하락하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하락폭을 상회했다.
증권가에서는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한데다 12월 FOMC도 마무리되는 14일 증시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증시를 박스권에 묶어두던 불확실성이 해소된데다 이날 시장 반응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FOMC 직후가 단기 증시 저점이 될 것이라는 주장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주주 양도세 완화 무산 가능성…매물 주의보
증시 반등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던 대주주 주식양도세 완화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주주 요건을 현행 종목당 10억원에서 30억원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면서다. 여권 일각에서 정책 아이디어차원에서 언급되는 것일 뿐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권의 유력 인사들을 중심으로 언급되던 대주주 양도세 완화가 무산된다면 세금 회피 목적 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보유 기준일이 이달 27일로 2주가량밖에 남지 않아 정부의 대주주 요건 상향을 기대하던 잠재적 매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이날 2차전지 테마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배경으로 양도세 회피 물량이 지목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들어 증가하기 시작한 개인투자자의 순매도세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무산을 기점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은 12월에만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7206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은 2982억원, 기관은 5050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재부 장관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발언이 나온 만큼 증시 대응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도세 회피성 매도 압력이 지수 상방을 제한하고 있다”며 “연말 개인 순매도가 변동성을 만들 경우 한국증시 전반, 특히 개인 비중이 높은 2차전지 밸류체인에 영향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현 (sei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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