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젠 우리가 돈 퍼준다... 중국과 무역, 31년만에 첫 적자

조재희 기자 입력 2023. 12. 14. 05:00 수정 2023. 12. 14. 08: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180억 달러 손해보는 장사
일러스트=김현국

올해 대(對)중국 무역수지(수출-수입)가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한 첫해 10억달러 무역 적자를 낸 이후 처음이다. 우리 수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며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맡았던 대중 무역의 판이 바뀌는 것이다.

13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우리나라 대중 수출은 1140억달러(약 150조5000억원), 수입은 132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180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대중 무역수지는 1월 39억달러 적자를 시작으로 올 들어 한 달도 빠지지 않고 ‘적자 행진’이다.

올해 대중 무역에서 기록한 180억달러 적자는 원유 최대 수입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상대 무역에서 나타낸 224억달러 적자(10월 누적)에 이어 둘째로 큰 규모다. 2003년부터 2018년까지 16년 동안 2008년 한 해를 빼고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안겨줬던 중국이지만, 이젠 거꾸로 우리가 돈을 퍼다 주는 상대로 180도 바뀐 것이다. 사상 둘째로 큰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2018년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 흑자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중국은 우리나라의 핵심 무역 상대국이다.

그래픽=김현국

대중 무역수지가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건 과거 우리나라가 수출한 중간재를 제조·가공해 세계시장에 내다 팔던 중국이 이젠 상당수 제품을 자급할 수 있어 더는 우리가 팔 물건이 없어진 탓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급성장하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필수적인 소재·광물을 중국에서 대규모로 수입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그나마 대중 수출의 버팀목이 됐던 반도체마저 업황 부진 탓에 수출이 감소하면서 대중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반도체 흑자라는 착시 효과에 가려 있던 대중 교역 구조의 변화가 이제 완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며 “앞으로 새로운 교역의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팔 건 없고, 살 건 많고

그동안 대중 수출 부진과 무역 적자는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과 미·중 공급망 갈등 같은 지정학적 문제, 중국의 경기 부진 등의 변수가 이유로 꼽혀 왔다. 전체 대중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과 중국의 전반적 경기가 살아나면 대중 수출도 제자리를 찾으리란 기대가 컸다. 대중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를 산업구조의 전환이라는 틀로 본 게 아니라 일시적 외부 변수 탓으로 돌린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라는 포장을 벗기자 드러난 우리나라 대중 무역의 현실은 달랐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하고 외국에 내다 팔던 산업 구조를 탈피하고, 기술력까지 높아진 중국은 이젠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 경쟁 상대가 된 것이다.

2018년 556억달러를 기록한 대중 무역 흑자는 이후 200억달러대로 떨어졌다.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낸 지난해에는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인 12억달러 흑자에 그쳤다. 하지만 반도체를 뺀 대중 무역수지를 보면 2018년 197억달러에서 2020년 25억달러로 급감했다. 2021년에는 26억달러 적자였다. 올해도 반도체 흑자를 빼면 대중 적자는 300억달러를 웃돈다. 반도체에 가려 대중 무역수지가 흑자처럼 보였지만 다른 업종에서는 이미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중국의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우리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만 해도 대중 수출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3위권을 나타냈던 석유화학 제품은 올해 수출이 전년보다 21% 급감해 부진에 빠졌다.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석유화학 중간 원료나 기초 유분 같은 범용 제품은 이제 중국도 다 만든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만 해도 중국의 자급률이 60% 수준이었지만 이젠 90~100%라는 게 업계 분석”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수출하던 걸 중국이 스스로 만들다 보니 일부 고급 제품을 제외하면 중국 수출이 어렵게 됐다. 2019년 대중 수출이 90억달러를 웃돌았던 디스플레이는 올해 33억달러로 줄었다.

2010년대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며 수출이 급증했던 화장품은 고가품은 프랑스, 일본 등에 밀리고, 중·저가품은 현지 제품에 자리를 내주면서 과거 같은 인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반면 수입은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대 들어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폭증한 이차전지 소재와 이차전지가 대표적이다. 2019년 54억달러에 그쳤던 이차전지 소재의 대중 수입액은 올 들어선 2배가 넘는 125억달러까지 늘었다. 이차전지도 2019년엔 수입 품목 10위 안에도 못 들었지만 CATL, BYD 등 중국산 배터리 수입이 늘어나 올해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3위 품목이 됐다. 미국 애플 제품이지만 중국에서 대부분 생산하는 아이폰마저도 대중 무역 역조에 한몫한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휴대폰 수입액은 10월에만 10억달러를 웃돈 데 이어 11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쟁력 약화가 문제… 시장 다변화 필요

정부의 전폭 지원과 인구, 대형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의 제품 기술력이 이제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첨단 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우리나라를 따라잡아 우리나라가 더는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보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이제 현실적으로 중국에서 팔릴 우리 제품은 반도체 외에는 사실상 없다”며 “중국 시장에 미련을 갖지 말고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