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도입시 제3정당 7% 못 받으면 1석도 못 가져갈 수도”[인터뷰]

김윤나영·신주영 기자 2023. 12.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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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병립형 비례제, 촛불 이전보다 더 개악”
“제3정당 아예 원외로 퇴출시킬 것”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도입을 논의 중인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단순히 촛불개혁 이전으로의 후퇴가 아니라 촛불 이전보다 더 개악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한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47석에 불과한 비례 의석수를 병립형·권역별로 쪼개는 것은 전국단위 병립형 비례제 회귀보다도 더 퇴행하는 안”이라며 “제3정당을 아예 원외로 퇴출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대신 과거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당 대표 선거 공약을 파기할 뜻을 밝힌 것이다.

대신 민주당은 전국을 수도권과 중부, 남부(영·호남) 3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를 뽑는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역별 비례제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추진한 선거 개혁안이므로 병립형 회귀 도입으로 인한 개혁 후퇴 논란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 의원은 문 전 대통령도 지역구와 비례의석수 비율을 2대1로 조정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안을 전제로 권역별 비례제를 지지했다고 반박했다. 현행 지역구 253석 대 비례 47석으로는 권역별 비례제 도입이 오히려 개악이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제3당은 7~8% 이상의 정당득표율을 얻지 않는 한 병립형·권역별 비례제에서 한 석도 못 가져갈 수도 있다”며 “준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퇴행 상쇄 위해 권역별 비례제 거론하는 건 기만적”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를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합의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개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기만이다. 지역주의를 완화를 명분으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보지만, 선거제 개혁의 핵심은 비례성 문제다. 병립이냐, 연동형이냐가 핵심 문제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채택할 경우에는 권역별 비례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 병립형이라는 엄청난 퇴행을 상쇄하기 위해 권역별을 내세우는 것은 꼼수다. 민주당이 병립형으로 후퇴하는 결정을 한다면 그 후과는 매우 클 것이다.

-병립형·권역별 비례제는 왜 개악인가.

“47석에 불과한 비례의석수를 병립형·권역별로 쪼개는 것은 과거 전국단위 병립형 비례제보다도 더 퇴행하는 안이다. 단순히 촛불개혁 이전으로의 후퇴가 아니라 촛불 이전보다 더 개악되는 것이다.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는 선거마다 10석 남짓 얻었던 제3정당을 아예 원외로 퇴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제3당은 7~8% 이상의 정당득표율을 얻지 않는 한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에서 한 석도 못 가져갈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전국단위로 배정됐던 47개 비례 의석을 앞으로는 수도권과 중부, 남부(영·호남) 3개 권역으로 나누자면 한 권역당 15석 정도 배정된다. 15석에서 의석을 나누려 보니 득표율이 최소 7%를 넘은 정당만 의석을 배정받는다. 비례 의석 확보를 위한 최소득표율 3% 이상을 얻는 제3정당의 경우 겨우 3~4석 이상의 의석을 갖기가 어려워진다. 호남에서는 국민의힘이, 영남에서는 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먼저 가져간다. 비례 의석조차도 양당이 나눠 먹으려는 심산이다.”

-이재명 대표는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한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며 멋지게 이기자’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법 퇴행을 통해서 승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미래와 맞바꾸는 것이다. 민주당은 반윤석열 연합을 주장하면서 그 연합의 제도화에는 소극적이다. 다수 연합이 민주당의 승리에도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다당제가 왜 민주당 승리에 유리한가.

“단독 과반보다 다수 연합이 민주당의 승리에도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환기하고 싶다.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아도 지역구에서만 163석 등 총 170석을 얻을 수 있었고, 정의당은 20석 이상을 얻어 교섭단체가 됐을 것이다.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원칙을 지켰더라면 이후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깊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진보개혁세력 65%, 보수 35%를 연합정치로 제도화했다면, 절대 수구세력에게 정권을 넘겨줄 일이 없다. 구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가는 것은 민주당이 링 안의 싸움을 양당의 대결로만 만들고 정의당과 제3의 정당들을 링 밖에 두려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성정당은 반헌법적인 일탈이고 꼼수다.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과 몇 석의 비례대표 의석수에 연연해서 원칙을 버리지 않으리라 믿고 싶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창당이 투표민심을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못쓸 짓이라는 것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고 국민의힘의 위성정당 추진에 도덕적인 타격을 줘야 한다. 국민을 믿고 원칙을 지키는 것이 민주화세력이 가야할 길 아닌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제3당은 길이 나 있지 않은 아름다운 맹지다. 그 아름다운 맹지에 정치적으로 소외된 수많은 시민이 살고 있다. 그 시민들과 함께 우리는 길을 낼 것이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준석·이낙연·조국 신당에 대한 생각은.

“지금같이 양당이 극단적인 혐오정치로 정치를 황무지로 만드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조차 없는 것이 오히려 절망적인 일이다. 창당을 한다면 꿋꿋하게 제3의 길로 가길 바란다.

-회귀정당, 떴다방,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 병립형 비례제로 가자는 주장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 선거 때마다 수많은 정당이 명멸했지만 양당의 협곡 속에 20년 동안 제3의 길을 지킨 건 사실 정의당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 때 ‘나만 살기 위한 떴다방’ 정당, 양당으로 돌아가려는 ‘회귀정당’들은 국민이 가려낼 것이다. 그걸 핑계로 퇴행을 합리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양당이 다당제 민주주의를 향한 책임있는 대안을 책임있게 내놓야 한다.”

-당 지지율이 위기다.

“국민은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고, 윤석열 정권의 거대한 퇴행에 대해 선명 야당으로 개혁의 창끝같은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본다. 정의당의 체력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20년 동안 제3의길을 걸어온 정당이다. 김준우 비대위원장 체제가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기후위기에 전면적으로 대응하는 정의당의 길을 보다 선명하게 정립해 나가길 기대한다. 저도 할 수 있는 정치적 역할을 통해 김준우 비대위 체제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생각이다.”

-정의당의 위기에 대해 국민에게 더 낮게 다가갈 수 없나.

“조국 사태 때도, 위성정당으로 선거법이 좌초되었을 때도, 당 혁신위가 생겼을 때도 거듭 사과했다. 국민은 정의당이 사과만 거듭하는 정당이 아니라, 당의 전망을 명징하게 제시하고 실천적 투지와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생각한다.”

-당이 분열하고 있는데 수습책은.

“당의 전망이 불투명해질 때 당에 분열, 분화가 일어나게 된다. 오로지 당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때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류호정 의원이 새로운 선택 합류 방침을 밝혔다.

“류 의원에 대해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원칙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진보정당만 20년 넘게 하셨는데 회한은 없나.

“제가 진보정당을 처음 시작할 때 주변 많은 사람이 ‘제3의 길은 없으니 민주당의 왼쪽 방을 차지하라’고들 만류했다. 제3당은 ‘길이 나 있지 않은 아름다운 맹지 같다’는 말도 들었다. 어려움을 알고 시작한 길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맹지에 정치적으로 소외된 수많은 시민이 살고 있다. 그 시민들과 함께 우리는 길을 낼 것이다. 그게 저희가 진보정당을 선택한 이유였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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