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임대료 오르는 서울 오피스 시장 왜일까
14일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오피스 연간 거래 규모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약 6조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서울 오피스 투자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32%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거래가 종결됐으나 과거 대비 거래 규모가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된 서울 오피스 거래 규모는 약 5조9000억원으로 지난해의 58.6%이며 연말까지 누적 거래 규모도 지난 5년 이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여건 악화에도 우수한 입지에 위치한 매물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으로 풀이된다. 3분기 오피스 거래 중 대형 오피스 비중은 약 66%로 우량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린 모습이다.
위축된 매매시장과는 달리 임대시장은 견고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팬데믹 이후 공급물량이 감소했지만 견고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공실률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심·강남·여의도 권역에 정보기술(IT) 관련 산업을 비롯해 다양한 산업군이 들어서고 성수·마곡·서울역 등 기타 권역에도 다양한 산업 클러스터가 조성되면서 오피스 수요가 증가했다.
서울 전체 오피스 공실률은 2.8%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며 도심권은 3.3%로 직전 분기 대비 0.3%포인트(p) 하락했으며 강남권과 여의도권은 각각 2.4%, 3.0%로 집계됐다. 여의도권은 3분기 대규모 신규 물량이 공급됐으나 금융업체를 중심으로 선임차 계약이 완료되면서 신규 면적을 대부분 흡수했다.
지난 분기 준공된 브라이튼 여의도의 오피스동 '앵커원'(연면적 5만8624㎡)은 유안타증권, 한국증권금융 등이 임차하면서 60% 이상의 임차율을 달성했다. TP타워(옛 사학연금회관)도 금융업체들이 임차 계약을 완료했다. 3분기 서울 오피스 임대가격지수는 직전 분기 대비 1.1% 상승했으며 A급 오피스 빌딩의 월평균 임대료는 3.3㎡당 8.9만원이었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은 "고금리 환경과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대규모 신규 공급물량 증가 가능성도 대두되면서 향후
임대시장이 위축될 우려도 존재한다"며 "최근 국내외 경기 지표가 둔화세를 보이는데다 2026년부터 대규모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임대시
장 호황세가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026년 신규 공급 물량은 약 16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개발이 지연되었던 도심권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향후 대규모 A급 오피스가 공급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기 회복 조짐이 미미한 가운데 높은 금리 부담과 유동성 악화로 오피스 시장 투자심리는 위축세가 이어지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 상승 등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고물가·고금리로 내수시장의 구매 여력도 약화됐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가격 조율에 난항을 겪고 투자 여력이 제한되는 등 변수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높은 금리 부담으로 기관투자자들은 오피스 투자에 소극적인 반면 전략적 투자자들은 사옥 마련이나 미래 자산 투자 등을 고려해 오피스 매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3분기에 매각이 완료된 중구 서소문동 KAL빌딩은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이 약 2642억원에 매입했다.
내년에도 서울 주요 권역 신규 공급물량이 매우 적어 주요 지역 프라임급 오피스를 중심으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KB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은 "올해 서울 신규 공급물량은 약 69만3000㎡, 내년에는 약 99만㎡로 추산되나, 대부분 분당 등 외곽에 집중되어 있어 서울 주요 권역 신규 공급물량은 저조할 것"이라며 "서울 도심권과 여의도권은 대기업 사옥 통합과 금융권 수요 증가로 공실률이 낮으며 프라임 급 오피스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권도 서울 업무 지구 중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하며 임대인 우위 시장이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신규 공급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핵심 지역 프라임급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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