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얼음 얼린 뒤 50번 덧입혀 빙판 완성

평창·강릉/이영빈 기자 2023. 12. 14.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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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문화체육관광부 공동기획
13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정비공들이 경기장 정빙(整氷)을 마친 뒤 얼음을 쓸어 담고 있다. 이곳은 새해 첫날 얼음을 녹인 뒤 다시 얼릴 예정이다. /장련성 기자

지난 6일 강원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정비공 세 명이 솔이 달린 도구로 쉴 새 없이 얼음판 위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거칠어진 얼음 표면을 평탄화하는 작업. 매일 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 평창 슬라이딩 센터는 아시아에서 2곳뿐인 스켈레톤, 루지, 봅슬레이 경기장. 썰매를 타고 얼음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종목들이다. 2018년 남자 스켈레톤 윤성빈이 금메달을 따낸 곳이기도 하다. 다른 한 곳은 중국 옌칭에 있다.

이날 정비는 내년 1월 열리는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대회는 다음 달 19일부터 2월 1일까지. 전 세계 70여 국 15~18세 청소년 선수 2900여 명이 평창군과 강릉시 등을 찾는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을 벗어난 지역에서 펼쳐진다. 그래서 요즘 강원 일대는 꿈을 품고 오는 전 세계 어린 선수들을 반기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이젠 우리 기술로 정비”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시설 정비공들은 전부 외국인이었다. 당시 국제경기연맹(IF)은 한국이 제빙(製氷)과 정빙(整氷) 기술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길이 1.3㎞ 정도 되는 슬라이딩 센터 코스엔 약 5㎝ 두께의 얼음을 얼려야 한다. 맨 처음 두께 0.1㎝에 가까운 얇은 얼음을 만든 뒤 그 위로 몇 번이고 물을 덧대서 겹겹이 얼린다. 그래야 단단한 얼음이 만들어진다. 섬세한 작업이기 때문에 전문 기술이 필요하다.

평창 올림픽 후 5년, 이곳 정비공 33명 중 외국인은 3명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한국인이다. 지난 평창 대회를 거친 뒤 지금까지 빈틈없이 유지 보수를 해온 덕에 기술이 그만큼 발전했다. 김순하 청소년 올림픽 조직위윈회 베뉴부장은 “이제는 우리 스스로도 유지 보수 능력이 있다. 안 보이는 곳에서 모두가 많은 땀을 흘린 덕분이다. 이번 청소년 올림픽도 걱정 없다”고 했다. 김 부장은 2018년에도 현장에서 경기장 관리 전반 임무를 맡았다.

같은 시각 평창 스키점프대에는 제설(製雪)기 5대가 놓여 있었다. 눈은 코스 아래쪽에만 깔려 있었다. 자연 눈은 입자가 날카로워서 미끄러지지 않고 선수가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동계 종목 경기장의 눈은 전부 입자가 둥그런 인공 눈으로 이뤄진다.

인공 눈이 쌓이는 기후 조건은 영하 5도, 습도 60% 이상. 이날은 영상 7도였던 데다 습도도 60% 이하라 눈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제설팀 20명가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조건이 맞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로 경기장으로 달려 나와 제설기를 작동시킨다. 실제로 전날 새벽에도 ‘출동’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눈이 덜 필요한 바로 옆 바이애슬론 경기장에는 50㎝ 두께 눈이 충분히 쌓여 있었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 노르딕 복합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은 대회 때까지 정설(整雪)만 하면 될 만큼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최근 이상기온에도 평창은 눈이 올 정도로 추웠고, 대회 준비에는 차질이 없었다.

◇강릉 얼음도 ‘이상 무!’

강릉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등 얼음판이 필요한 종목 경기장이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엔 얼음판 대신 콘크리트 바닥이 기다리고 있었다. 손을 대보니 보통 바닥보다 더 차가웠다. 이곳은 새해 첫날인 1월 1일부터 얼음을 얼리기 시작한다고 한다. 만들어진 지 오래된 얼음은 시간이 갈수록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마찰력이 증가해 스케이트가 덜 나간다. 그래서 대회 시작 직전 완성을 목표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컬링 경기장도 기존 얼음을 전부 녹이고 새해 첫날 다시 얼음을 얼린다. 이곳은 세계컬링연맹(WCF)에서 선정한 ‘아이스 메이커’ 2명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얼음을 만들고, 대회 내내 관리해 준다. 규정상 모든 국제대회 컬링 경기에 WCF가 선정한 아이스 메이커가 나선다. 컬링은 스톤의 미묘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더 정교한 얼음이 필요하다. 김재환 조직위 대변인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겨둔 시설 덕분에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이번 대회가 좋은 추억으로 남게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했다.

/평창·강릉=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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