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보름여 남은 올해도 못 고쳤다

배성민 기자 2023. 12. 1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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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군의 자선냄비, 사랑의 온도탑, 곳곳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 등 연말을 상징하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해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11 ~ 12월쯤 국내외에서 나오는 올해의 단어나 올해의 한자, 사자성어를 모아봤다.

2023년 한 해를 돌아보는 '올해의 한자'로 '세(稅)'를 선정한 일본의 사례(정확히는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도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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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점등돼 있다. 사랑의 온도탑 모금은 내년 1월31일까지 진행된다. 나눔 목표액은 4349억원이다. 2023.1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구세군의 자선냄비, 사랑의 온도탑, 곳곳 광장의 크리스마스 트리 등 연말을 상징하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해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각자의 경험으로, 주변의 변화로 한해를 정리할수도 있겠다.

11 ~ 12월쯤 국내외에서 나오는 올해의 단어나 올해의 한자, 사자성어를 모아봤다. 미국의 사전인 메리엄 웹스터는 올해의 단어로 'authentic(진짜·진정성)'을 꼽았다. 단어의 의미는 '거짓이나 모방이 아님'이라지만 진실(real)과도 다르고 거짓(fake, 요즘 유행하는 가짜뉴스의 그 가짜다)의 반대와는 또 의미 차이가 있다.

피터 소코로프스키 메리엄 웹스터 편집장은 현재를 진정성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학생이 진짜로 이 논문을 썼는지, 정치인이 실제 이 발언을 했는지 믿을 수 없게 됐으며 때때로 우리의 눈과 귀까지 믿지 못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몇 초 만에 사실 같은 글, 사진, 영상을 만들어내는 챗GPT의 등장과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등장 이후 '가짜뉴스' 전성시대의 그늘이다. 후보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가짜뉴스라 낙인찍었고 지지자들은 가짜(?)뉴스 배척에 열렬히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낙선도 부정선거 때문이라고 했고 정권이양 전후로 지지자들의 미국 의사당 난입도 사실상 묵인하는 것으로 집권 말기를 얼룩지게 했다.

2023년 한 해를 돌아보는 '올해의 한자'로 '세(稅)'를 선정한 일본의 사례(정확히는 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도 의미심장하다. 자국내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세금 문제를 두고 오락가락하는 일이 잦았다. 집권 초기에는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를 추진하다 지지율 하락에 움찔해 내년 6월 소득세와 주민세를 합쳐 4만엔(약 36만원)을 감세하는 방안을 급히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다"라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를 꼽았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13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견리망의는 396표(30.1%)를 얻었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뜻의 '견리사의(見利思義)'라는 말이 원래 논어(헌문편)에있지만, 견리망의는 이와 정반대 말이다. 견리망의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중어중문학과)는 현재 국내 상황에 대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현재를 돌아보면 정치는 꽉 막혀있다. 12월2일에 통과시켰어야 할 내년 예산안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연구개발(R&D) 등 예산후려치기와 감세를 문제삼았던 야당은 야당대로, 건전재정과 정부지출 축소를 내걸었던 여당은 여당대로 속내는 복잡하다. 가짜뉴스 척결과 공정언론 등을 서로 부르짖으며 탄핵과 장관 사퇴 등의 다양한 전술로 방송통신위원회를 두고 맞붙었던 여야는 신임 위원장 청문회를 두고 또다시 전면전을 펼칠 태세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인공지능(AI) 개발과 운영에 대한 포괄적 규정을 담은 'AI 규제법'에 잠정 합의하는 등 입법 진행이 한창인데도 국내에서는 감감 무소식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내년도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서 이른바 혁신 경쟁에 골몰한다. 하지만 소속 정당 조차 아닌 자신의 이익과 소속 정파를 위한 '너죽고 나살기' 경쟁이라면 지나칠까.

의를 잊었다(忘義)고 꼬집은 김병기 교수의 일갈이다. "정치란 본래 국민을 바르게 다스려 이끈다는 뜻인데 오늘 우리나라의 정치인은 바르게 이끌기보다 자신이 속한 편의 이익을 더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논어 위령공편)로 '잘못을 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고쳐지지 않은 올해도 이제 보름여가 남았다.

배성민 에디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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