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인 첫 제재… “러에 반도체 기술 넘겨”
미국 정부가 12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군수 물자 조달을 도운 혐의로 150개 법인·개인을 제재하면서 한국인 이모(61)씨를 포함시켰다. 한국 국적자가 미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등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13일 “우리도 이씨의 불법 혐의를 인지해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이날 이씨가 미국의 독자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기업 AK마이크로텍의 ‘핵심 조달 대리인’으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AK마이크로텍은 러시아 방위산업체 등에 외국의 반도체 기술을 이전해왔는데 이 기업이 반도체 생산 장비·부품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씨가 중개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AK마이크로텍이 한국·일본·미국 업체들이 보유한 반도체 생산 관련 기술·장비를 확보하려는 것을 돕기 위해 이씨가 유령회사와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를 활용했다”고 했다. 이씨 외에도 러시아 군에 첨단 부품을 제공하고 러시아로의 무기 운송, 자금 이전에 관여한 중국·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 개인 또는 기업이 대거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개인과의 금융 거래 등이 금지된다. 이날 재무부 홈페이지에는 이씨의 실명(實名)과 함께 생년월일(1962년 7월 10일), 거주지(부산), 여권번호가 공개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당국도 이미 이씨의 ‘대러 불법 우회 수출’ 혐의 등을 인지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주도의 대러 경제·금융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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